한·일 무역전쟁의 승리는 인재 발탁에서
한·일 무역전쟁의 승리는 인재 발탁에서
  • 경남일보
  • 승인 2019.07.2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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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웅호(경남과학기술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최근 일본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핵심 소재의 수출을 제한하기로 한다’며 우리에게 무역 보복을 선언하면서 양국은 무역전쟁 중이다. 일본의 전략은 우리나라 경제의 주축이면서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을 타겟으로 삼았다. 반도체 산업의 핵심 소재와 장비는 일본 기업이 세계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이번 일본 정부의 무역전쟁 선포에 우리 기업은 휘청거리며 국민경제가 혼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산업이 생존하려면 자체 기술을 개발하고 기술력을 키워 핵심 기술의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중·장기적인 문제이다. 문제는 단기적인 과제로 무역분쟁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 급한 불이다.

이의 해결을 위하여 여야 5당 대표가 지난주 청와대 회동을 하였다. 이 자리에서 대통령과 여당 대표는 핵심 소재 부품의 지나친 대일 의존 해소 방안 마련을 강조한 반면,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어려운 국민경제에 일본의 보복 조치가 우리 경제 전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지적하면서 ‘외교 협상을 통한 빠른 해결’을 주문하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장기적 대책보다 당장 눈앞의 불을 꺼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 여당의 정책은 불을 끄는 정책이 아니라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과 함께 배일(排日) 감정을 북돋우고 있다. 일본에 동조하는 한국인을 ‘토착 왜구’라 하며, 청와대 민정수석은 죽창가를 페이스북에 올리고, ‘전범 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불매운동을 하는 등 반일 감정을 팽배시키고 있다.

임진왜란에서 우리 백성 수백만 명이 살상되었고, 지난 세기에는 우리 국권을 유린한 식민 통치하에서 인명과 재산을 무자비하게 착취하는 등 우리나라와는 불구대천(不俱戴天)의 원수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우리는 친일과 반일로 갈라 세울 것이 아니라 극일(克日)하여 일본을 이길 길을 찾아야 한다. 유성룡은 징비록에서 “통치자가 선악 이분법으로 역사를 재단하고 현실을 외면하면 국가에 환란이 닥친다”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친일과 반일, 친미와 반미, 보수와 진보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로 현상을 진단하지 말고, 흑묘백묘(黑猫白猫,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됨)의 경제정책으로 굴기(屈起)의 중국을 만든 덩샤오핑(鄧小平)의 정책을 보아야 한다. 국익을 위해서는 영원한 적도 친구도 없는 냉엄한 국제사회의 현실에서 진정한 승자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당신들이 우리에게 잘못한 일은 없다. 하지만 약한 자는 강한 자의 뜻에 따라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유일한 정의다”라 했다. 이것이 국제사회의 질서이다.

지금의 한일 무역전쟁은 감정의 대결보다 승리할 수 있는 정치·외교 문제로 슬기롭게 풀어가야 한다. 정치와 외교는 사람이 한다. 그러나 사람이 없다. 모두가 코드로 채워진 인사들로 전문성이 결여된다, 특히 정부의 인사채용에서 일반직 공무원의 채용과 달리 외무고시는 별도로 치러 전문가를 뽑는 등 외교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지금의 상황에서 외무 공무원들은 보이질 않는다.

12척의 배로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었던 것은 이순신이란 탁월한 전술가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무능한 선조였지만 주위엔 이순신 장군은 물론 김시민, 유성룡, 이이, 이황, 허준, 사명대사 등 각 분야에 수많은 인재가 있었기에 구국이 가능하였다. 그러나 지금의 정부엔 과연 인재라 칭할 만한 사람이 대통령 주위에 몇 명이나 있는가. 지금부터라도 코드에서 벗어나 탁월한 인재를 발탁·육성하여 청와대 위주가 아닌 행정부 중심으로 나라를 운영하여 현상의 난국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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