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 톰프슨 “저 한국인이에요”
진주 톰프슨 “저 한국인이에요”
  • 연합뉴스
  • 승인 2019.07.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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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나라’서 개최하는 세계선수권
사이판 국가대표로 100·200m 출전
북마리아나 제도(사이판) 수영 선수 진주 톰프슨(16)은 올해 4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할 4명의 선수를 뽑는 국가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뒤 눈물을 펑펑 쏟았다.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엔 남다른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다.

22일 대회 장소인 광주광역시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만난 톰프슨은 평범한 한국 여고생처럼 한국말을 유창하게 구사했다. 그는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출전하리라고 꿈에도 생각 못 했다”며 “대회 참가가 결정된 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경기장에 있는 지금도 믿기질 않는다”고 했다. 진주는 사이판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는 아버지, 홀린 톰프슨 씨와 한국인 어머니 김경아 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태어나고 자란 곳은 사이판이지만, 그는 자신이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 진주는 “어릴 때부터 엄마가 해주는 한식을 먹고 자랐고, 집에선 한국어만 썼다. 또 한글 학교에서 한국 문화와 한글을 배웠고, 지금도 최소 일 년에 한 번씩 경기도 의정부에 사시는 외할머니를 뵈러 한국을 찾는다”고 말했다.

진주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BTS다. 그는 BTS 대신 ‘방탄(소년단)!’이라고 말했다. 진주는 “방탄의 보이 워드 러브(boy with luv)를 즐겨들으며 운동했다”고 했다. 그에게 한국은 ‘엄마의 나라’ 그 이상이다. 진주는 이번 대회 여자 자유형 100m와 200m, 두 종목에 출전한다. 많은 경기를 뛰고 싶지만, 생각처럼 쉽진 않다. 아마도 예선 한 경기씩 치르고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그에게 성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진주는 “이 경기장에 서 있는 모습만으로도 가족들에겐 뜻깊은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주는 5살이던 2008년 수구 선수로 활동하던 아버지를 따라 수영을 시작했다.

유독 물을 좋아했던 톰프슨은 급속도로 성장했다. 그는 수영 인구가 적은 사이판에서 금세 두각을 나타냈다. 진주는 2017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고, 2019 광주대회 출전권까지 연거푸 거머쥐며 사이판 간판선수가 됐다. 그를 수영 선수의 길로 인도한 사람이 아버지라면, 어머니 김경아 씨는 그의 꿈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준 든든한 후원자다. 진주는 “사이판의 수영 훈련 환경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사이판에 있던 유일한 실내수영장이 지난해 문을 닫아 바다에서 훈련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수영장은 사라졌지만, 한국에서 좋은 모습을 펼치겠다는 진주의 목표는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힘든 훈련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엄마 덕분”이라며 “엄마는 매일 새벽 훈련지까지 나를 데려다주셨고, 훈련이 끝날 때까지 일어서서 내 모습을 지켜보셨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엔 비가 많이 왔는데, 그날도 비를 피하지 않으시고 내 모습을 지켜보시더라”라며 눈물을 훔쳤다. 숨을 고른 진주는 “내일 경기에선 사랑하는 엄마를 생각하면서 수영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국령 북마리아나 제도(사이판)의 경영 국가대표인 한국계 진주 톰프슨이 2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여자 자유형 100m 예선을 마친 뒤 인터뷰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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