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9)남해 물미해안도로
쪽빛바다에 감성을 묻다(9)남해 물미해안도로
  • 박도준·김지원기자
  • 승인 2019.07.2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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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신전삼거리~상주은모래비치~미조항~물건리 방조어부림~삼동초등학교(32.5㎞)
오션뷰 전망대:상주은모래비치 전망쉼터
명소:보리암, 상주은모래비치, 송정솔바람해변, 물건리 방조어부림
문의:남해 관광안내콜센터 1588-3415

남해의 가장 동쪽 해안을 따라 수려하게 펼쳐지는 남해 물미해안도로는 미조면과 삼동면 물건리를 잇는 한려해상을 끼고 달린다. 신전리에서 출발하는 이 길은 여름이면 여름대로, 가을이면 가을대로 계절마다 해안도로를 달리는 묘미가 있다. 여름엔 상주은모래비치, 송정솔바람해수욕장, 설리·초전몽돌·항도몽돌해수욕장에서 무더위를 날려 보낼 수 있다. 가을이면 금산과 금산에서 내려뻗은 산자락과 산허리를 감고 도는 해안선의 단풍은 그야말로 절경이다.

상주은모래비치와 금산
신전삼거리에서 남쪽으로 2㎞쯤 가면 오른쪽으로 빠지면 신전숲과 앵강다숲이 나온다. 야생화와 약초, 숲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들렀다 가기를 권한다. 신전숲은 400여 년 전 주민들이 조성한 방풍림으로 앵강만의 제일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일대엔 한국 특산식물 히어리를 비롯해 야생화 10여종 13만여 포기가 생태가들의 발길을 기다리고 있고, 남해약초홍보관에서 알싸한 약초냄새와 쑥뜸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인근에 자유의 여신상이 지키고 있는 미국마을이 있다.

되돌아 나와 남쪽으로 달리면 앵강만의 짭조름한 갯내음이 차장을 통해 들어온다. 얼마 가지 않아 눈에 섬이 하나 들어오는데 서포 김만중 선생의 유배지인 노도다. 한글소설인 사씨남정기를 여기서 저술했는데 숙종이 읽고 뉘우쳐 인현왕후를 복위시켰다한다.

인구 노령화로 마을 입구 휴경지 다랑이논을 일궈 봄에는 유채, 가을에는 메밀씨를 뿌려 알려진 두모유채메밀단지를 지나 외길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금산탐방지원센터가 나온다. 여기서 금산정상까지 걸어서 1.5㎞ 거리로 50분정도 걸린다. 금산(錦山)은 해발 704m의 높이에 조선 건국 이전에 이성계가 조선의 개국을 앞두고 보광산에서 100일간 기도를 올렸는데, 자신의 뜻대로 조선이 개국되자 그 보답으로 산을 온통 비단으로 덮겠다고 한 것에서 유래한다. 어쨌건 작은 산이지만 기암괴석 등 아름다운 비경들이 많아 ‘금산 38경’을 품고 있다.

금산 자락을 따라 남쪽으로 달리면 상주은모래비치가 나온다. 입구에 들어서면 노송들을 스쳐온 갯내음과 솔내음이 묻어있는 바람이 피서객의 땀을 식혀준다. 2㎞에 이르는 넓은 반월형 백사장의 고은 모래는 은가루를 뿌려 놓은 듯 부드럽고, 파도는 잔잔하다. 솔밭의 그늘과 시원한 바람은 덤이다. 평일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침 일찍 금산 38경을 둘러보고 상주은모래비치에서 해수욕을 즐기며 송림 그늘에서 쉰다면 신선이 따로 없을 것 같다.


 
상주은모래비치 벽화


동쪽으로 차를 타고 언덕을 올라가면 쉼터가 불쑥 나타난다. 이곳 정자에 앉아 수십 년 된 나무를 사각 프레임 삼아 보는 풍경도 절경이다. 다랑이밭, 상주은모래비치 모래사장, 그림 같은 해안선, 솔밭,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그리고 금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어머니 품과 같이 조용하면서도 시차를 두고 밀려오는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진다. 참 아름다운 해수욕장과 솔밭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땀방울을 모두 훔쳐갔다. 중년부부가 캠핑카 문을 열어놓고 신선처럼 낮잠을 자고 있다.

고개를 넘어 금포마을을 지나면 조그마한 천하몽돌해수욕장이 나온다. 이곳을 지나면 오른쪽 임시 헬기장에서 코스모스가 하늘하늘 반긴다. 천하몽돌해수욕장을 보다가 고개를 남쪽으로 돌리면 시원하게 펼쳐진 수평선이 가슴을 뚫리게 한다. 언덕 아래 동쪽으로 활주로처럼 쭉 뻗은 곳이 송정솔바람해수욕장이다.

 
항도전망대 본 방파제와 몽돌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에 들어서자 200년 동안 보존된 생태숲에서 솔향이 바람을 타고 코끝을 알싸하게 만든다. 솔밭에는 노송들의 뿌리가 땅밖으로 뻗어 나와 용틀임을 하고 있다. 부드러운 백사장은 길이 1.5㎞, 폭 90m, 면적 약 5만㎡ 이르며 수온은 연평균 18℃로 해수욕을 즐기기에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한다. 오른쪽 모퉁이에서 서핑보드를 타고 있다. 강습생들이란다. 보드에서 미끄러지고 넘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보니 해수욕장 오른쪽 파도가 훨씬 크게 몰아쳤다.

 
송정해수욕장에서 서핑하는 사람들
설리해수욕장
눈같이 흰 백사장 때문에 붙여진 설리해수욕장을 들렸다. 마을 산이 용이 서린 형국과 같다하여 ‘반용촌’이라고도 불리는 이곳의 백사장은 아담하고 조용한 풍경을 연출하고 있어 사색을 즐기기에 좋다.

아름다운 항구, 미조항을 찾았다. 남해수협 제빙공장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어민들은 갓 잡은 고기들을 냉동시켜 체인벨트로 냉동차량에 옮기느라 분주했다. 갈매기들이 나는 ‘미륵이 돕는 마을’ 미조항을 뒤로 하자 미조항 음식특구가 반겼다. 횟집이 즐비한 이곳에서 날씨도 덥고 배도 고파 물회로 배를 채우고 수국이 소담스럽게 핀 해안가를 둘러봤다. 잘 정비된 해안가와 횟집촌들은 깔끔했다.

 
초전마을에서 만난 국도3호선 시점비


최영 장군을 모신 무민사와 초전몽돌해변을 엉겁결에 스쳐 지나치며 초전에 세워진 국도 3호선 시점비를 보았다. 차를 세운 곳은 항도방파제가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방파제로 연결된 봉긋하게 솟은 작은 섬 내항도와 외항도는 아담하고 귀여웠다. 그 너머로 미조가 보인다. 알록달록 채색된 테트라포드도 이채로웠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나무에 가려 숨박꼭질하는 해변이 항도몽돌해변이다. 멀리 사량도, 두미도, 욕지도가 보이고 가까이에 마안도, 콩섬, 팥섬 등 남해바다의 크고 작은 섬들을 바라보며 오랫동안 감상에 잠긴다.

물미해안도로를 따라 짓고 있는 남해보물섬전망대에서 잠시 쉬었다가 물건리 방조어부림으로 향한다. 방조어부림은 태풍과 염해로부터 마을을 지켜주고 고기를 모이게 하는 어부림으로 길이 1.5km, 너비 30m의 반달형으로 300년 된 40여 종류의 수종이 숲을 이루고 있어 천연기념물 제150호로 지정된 곳이다. 여정을 마무리 하며 독일마을에도 잠시 들렀다.

이번 코스 인근엔 나비생태공원, 편백자연휴양림, 바름흔적미술관, 해오름예술촌, 원예예술촌 등 볼거리도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화룡점정을 찍는 곳은 물미해안도로. 대한민국 아름다운 해안도로 베스트 4, 한적하게 달리기 좋은 해안도로 베스트 3, 당장 떠나고 싶은 드라이빙 로드 4 등에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설리~답하 해안선


이 해안 도로를 잘 표현한 고두현 시인의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중 일부를 띄우며 갈무리한다.

“남해 물건리에서 미조항으로 가는/삼십리 물미해안, 허리에 낭창낭창/감기는 바람을 밀어내며/길은 잘 익은 햇살 따라 부드럽게 휘어지고/섬들은 수평선 끝을 잡아/그대 처음 만난 날처럼 팽팽하게 당기는데/지난 여름 푸른 상처/온몸으로 막아주던 방품림이 얼굴 붉히며/발알갛게 옷을 벗는 풍경/은점 지나 노구 지나 단감빛으로 물드는 노을/남도에서 가장 빨리 가을이 닿는/삼십리 해안길, 그대에게 먼저 보여주려고/저토록 몸이 달아 뒤채는 파도”

글·사진=박도준·김지원기자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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