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다치면 나만 손해…산재 못받는 수도검침원
일하다 다치면 나만 손해…산재 못받는 수도검침원
  • 백지영
  • 승인 2019.07.23 1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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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개인별 업무 위탁 계약
4대보험 없어 부상땐 자비 처리
창원시는 9월 공무직 전환 예정
진주시 소속 수도검침원이 수도 검침 업무 도중 척추 골절을 당했지만 산재 처리는커녕 치료비와 고용 불안에 떨고 있다. 비정규직인 민간 위탁 신분으로 4대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다 보니 발생한 일이다.

23일 진주시 등에 따르면 시 소속 수도검침원 A(57)씨는 지난 16일 오전 진주시 집현면 한 업체에 검침을 위해 방문했다가 개에 쫓겨 시멘트 바닥에 크게 넘어졌다. 인근 주민이 기르고 있던 개는 산후 3일 된 상태로, 매여있던 목줄이 끊어지면서 A씨에게 덤벼들었다.

이 사고로 척추(요추 2번)가 골절된 A씨는 일주일째 휠체어에도 오르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치료받고 있다. 병원 진단은 4주가 나왔지만 허리를 깊이 숙여 땅에 박혀있는 검침기를 살펴야 하는 업무 특성상 향후 6개월가량은 정상적인 근로가 힘들 가능성이 높다. 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혹시 수술 경과가 안 좋은 10%에 포함돼 허리 숙이는 등의 업무에 지장이 있으면 어쩌나’라는 걱정에 결정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A씨는 다른 진주시 소속 수도검침원들과 마찬가지로 개개인이 시와 계약을 맺은 민간 위탁 신분으로, 비정규직인 탓에 4대 보험 가입 대상이 아니다.

산재보험이 가입 안 돼 요양 급여·휴업 급여 등을 받을 수 없는 A씨는 치료비 부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생계 걱정과 고용 불안에까지 시달리고 있다. 급여가 기본급 없이 건수(수도 검침 400원, 고지서 전달 350원)에 따라 책정되는 탓에 사고 이후로는 아무런 돈을 못 받는다.

시와 수도검침원 간 계약서에는 ‘1개월 이상 일을 하지 못하게 되면 계약을 해지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이 탓에 업무 도중 다친 많은 수도검침원은 치료에 전념하고 싶어도 일자리를 잃게 되지는 않을까 불안에 시달린다.

9년째 이 업무를 하는 A씨는 과거에도 업무 도중 머리를 심하게 다치거나 깁스를 하는 등 여러 사고를 당했지만 혹시나 계약이 해지될까 싶어 완치되기 전 근무를 재개했다.

진주시 수도과에 따르면 현재 시에 소속된 수도검침원은 총 30명으로, 이들이 진주시 5만6500개소를 전부 담당한다. 원래 31명이었지만, 최근 한 검침원이 근무 도중 연골이 찢어져 더는 근무하기 힘든 상황이 되자 사직서를 내 그 자리가 비어있다. 이 검침원도 치료비를 모두 자비로 부담했다.

시에서 수도검침원을 대상으로 들어둔 단체 상해보험은 사망하거나 후유장해가 크지 않은 이상 받기 힘들다. 수도검침원 근무 경력 16년 차인 B씨는 “직업 특성상 개에 물리는 것을 비롯해 다양한 사건·사고를 당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검침원이 자비로 치료해왔다”며 “보험사의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 상해 후유로 돈을 받은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고 했다.

시 관계자는 “수도검침원은 4대 보험 적용이 안 되다 보니 채용 시부터 본인 상해보험을 들도록 하고 있다”며 “시에서 들어둔 단체 상해보험에는 A씨 사고를 접수해둔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성실히 근무하던 도중 불의의 사고를 당했기 때문에 휴직 처리를 하고 그 기간은 일용직을 고용해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렇게 대체 인력 고용을 검토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수도검침원들의 숙원은 정규직인 공무직으로 전환돼 4대 보험 적용을 받는 것이지만 쉽지 않다. 창원시 등 일부 지자체는 9월부터 수도검침원을 공무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예정이지만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지자체는 아직 많지 않다.

시 관계자는 “수도검침원을 다른 기간제·용역 근로자들과 함께 정규직 전환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업무 성격 등을 면밀히 따져본 뒤 판단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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