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 정신인 기업가 정신
진주의 정신인 기업가 정신
  • 경남일보
  • 승인 2019.07.24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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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경(객원논설위원·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총장)
경남과기대 김남경 총장
김남경 총장

얼마 전 진주시에서는 기업가 정신 수도 선포 일주년 기념식이 있었다. 기업가를 잘 우대하는 진주가 되길 희망한다. 진주는 남부지방의 중심지이자 천년이 넘는 유서 깊은 도시로 예로부터 수많은 인물을 배출한 명문 도시다. 삼성 이병철, LG 구인회, GS 허만정, LS 구태희, 효성 조홍제 등 우리나라 대표 기업 창업주들이 꿈을 키운 곳이다. 또 넥센 그룹 강병중 회장, 대교 그룹 강영중 회장, SK 손길승 회장 등 300여 명의 글로벌 기업인들을 배출한 도시다. 이는 세계적으로 그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유서 깊은 기업인이 배출된 도시이다. 필자는 최근 일본에서 우리 대학과 일본과의 특별한 인연을 소개하는 기회가 있었다. 이번 행사는 오랫동안 재일 교포의 권익 신장과 모국과의 교류 증진에 앞장선 김소부 회장의 경남과기대 명예경영학 박사 수여를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일본 전역에서 모여든 440여 명의 재일민단 관계자들이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이들의 절반은 경남 출신이고 그중 절반은 진주 사람이다는 것이다. 진주 지역을 대표하는 재일교포 기업가는 코하쿠 그룹 고 정환기 회장, 마루한 한창우 회장(삼천포 출신), 금오 김소부 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지역의 뿌리 깊은 교육과 품성이 더해져서 추진력과 도전정신을 겸비한 인물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요즘 표현대로 하면 ‘기업가 정신’이라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주지역의 기업가 정신은 최근 30년 동안 흐름이 약해지고 있다. 이것은 진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할 만한 창업가를 찾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청년들이 안정적인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하고 중소기업 취업이나 창업을 기피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공시족(각종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은 40만 명을 넘어서 전체 취업준비생 중 40%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족이 41만 명에 이르지만, 이들의 합격률은 1.8%에 불과하다. 나머지 98%의 청년 노동력은 낭비되고 있다. 공시생이 늘면서 경제적 손실은 연간 17조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나와 있다. 가장 생산성이 왕성할 청년층을 활용하지 못하고 사장하는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는 스탠퍼드대, 버클리대 등이 우수 인력을 기업에 공급한다. 중국의 실리콘밸리 중관춘에도 베이징대, 칭화대 등이 모여 있다. 미국 MIT 공대에서는 매년 900명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고 중국에서도 최우수인력이 창업의 길로 뛰어들어 세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대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우수인력은 위험성이 있는 창업을 기피하고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하고 있다. 우리가 자주 쓰고 있는 표현 중에 ‘진주정신’이란 말이 있다. 이제 ‘진주정신’에 창업과 기업가 정신을 더 하면 좋겠다. 대학은 더 열심히 가르치고 연구하고 혁신해서 대학과 기업 모두 만족하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그리고 기업가정신 의무교육도 필요하다. 이미 유럽에서는 2006년 오슬로 어젠다를 통해 초·중·고교부터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권고한 데 이어, 세계경제포럼(WEF)도 2010년 전 세계에 기업가정신 의무교육을 권고한 바 있다. 우리 지역 아이들이라도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진주 정신을 이어갈 재목들이기에 가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최근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의 탈출구는 기업가정신과 창업 열정을 되살리는 길뿐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인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절실하다. 100여 년 전부터 진주 출신 기업인들이 우리나라 경제발전을 이끌었듯이 구호나 하드웨어에 치우친 말의 정신이 아니라 실천하고 도전하는 ‘진짜 진주정신’이자 기업가 정신이 되살아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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