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엿보기(8)
토박이말 엿보기(8)
  • 경남일보
  • 승인 2019.07.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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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미 여벌옷 모래톱 윤슬
가온더위(중복)도 지나고 한더위(대서)도 지났습니다. 하지만 해마다 이맘때는 더위와 멀어지려고 골짜기로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을 때입니다. 흔히 말하는 여름 휴가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여름휴가 때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 몇 가지를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휴가’와 비슷한 말에 ‘말미’라는 말이 있습니다. ‘바캉스’라는 말은 많이 들어 보셨을 테지만 ‘말미’라는 말은 다들 낯선 말일 것입니다. 말모이(사전)에 보면 ‘일정한 직업이나 일 따위에 매인 사람이 다른 일로 말미암아 얻는 겨를’이라고 풀이를 하고 있고 비슷한 말에 ‘여가’, ‘휴가’, ‘겨를’이 있다고 해 놓았습니다. ‘휴가’를 찾아봐도 ‘말미’가 비슷한 말이라고 해 놓았구요. 그런데 ‘말미’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저는 말미라는 말을 자주 쓰는 데 앞으로 ‘여름휴가’보다 ‘여름말미’를 자주 쓴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쓰게 될 것입니다.

여름말미를 얻어 집을 나서는 사람들이 짐을 챙길 때 반드시 챙기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여벌’ 또는 ‘여벌옷’입니다. ‘여벌’이 말모이에 올라 있고 ‘여벌옷’은 말모이에 오르지 않은 말입니다. 그런데 ‘여벌옷’이라는 말을 더 많이 씁니다. 이 말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많이 쓰기 때문에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뜯어보면 좀 얄궂은 말입니다. ‘여’는 ‘남을 여’이고 ‘벌’은 옷을 세는 하나치(단위)입니다. 뜻을 풀어보면 ‘남을 옷’이란 말에 ‘옷’이 또 한 번 붙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여벌’이라고 하면 뜻을 얼른 알아차리기 어려우니 ‘옷’을 더해 그 뜻을 밝혀 주는 것이지요. ‘역전앞’, ‘외가집’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 ‘여벌옷’을 뜻하는 토박이말로 ‘갈음옷’이 있습니다. 이 말은 ‘일한 뒤나 나들이 갈 때 갈아입는 옷’입니다. 이런 말을 어릴 때부터 알려 주고 쓰도록 해 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이 글을 보신 분들은 물놀이 가실 때 ‘여벌옷’ 말고 ‘갈음옷’을 챙겨 가 주시리라 믿습니다.

물놀이를 가시는 분들이 반드시 만나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이곳에서 뛰어 놀기도 하고 모래 쌓기를 하거나 찜질을 하기도 하는데 흔히 모래사장이라는 곳입니다. 그런데 이 ‘모래사장’도 뜯어보면 뜻이 겹치는 말이거든요. 앞에 있는 ‘모래’에 ‘모래밭’이라는 뜻의 ‘사장’이 더해져서 ‘모래모래밭’이란 뜻이 겹치는 말이 됩니다. ‘백사장’도 ‘흰 백’에 ‘모래밭’, ‘사장’이 붙어 ‘흰 모래밭’이라는 뜻인데 우리나라에는 ‘흰모래밭’ 보다는 ‘누런 모래밭’이 더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백사장’이 아니라 ‘황사장’인 것이죠. 이렇게 바닷가나 냇가에 넓게 펼쳐진 모래밭을 뜻하는 토박이말 ‘모래톱’이 있는데 이 말을 몰라서 못 쓰는 사람들이 더 많을 것입니다. 올여름 바다로 냇가로 놀러 가셔서 만나는 모래밭한테 “모래톱아 반갑다”라고 반갑게 말을 걸어 보시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덤으로 하나 더 알려 드린다면 냇물이나 바닷물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것을 ‘윤슬’이라고 하는데 ‘윤슬’을 보고도 ‘윤슬’이라 하지 못하는 둘레 사람들에게 “윤슬이 참 예쁘지?”라고 한 마디 해 주신다면 이 글을 읽으신 보람을 느끼게 되실 것입니다.

/이창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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