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민중심 의료’ 어렵고도 쉬운 시작
[기고] ‘국민중심 의료’ 어렵고도 쉬운 시작
  • 경남일보
  • 승인 2019.07.25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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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건강보험심사평가원 창원지원장)
이소영
사람이 아프면 한없이 약해지고 외로워진다. 그 마음을 헤아려 환자입장에서 든든하게 챙기고 세심하게 살펴주는 것이 국민건강보험이고, 문케어라 불리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대책’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철학은 ‘국민 중심’이다.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아플 때 혹은 아프지 않기 위해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 서비스 이용이 불편하거나 고가는 아닌지, 보호자가 없는 경우에도 믿을 수 있는 치료를 받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등을 여러 전문가 및 국민 당사자와 의논해 만들어졌다.

내용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 번째로 환자에게 필요하나 고가여서 보험이 되지 못했던 의약품, MRI 검사 등을 건강보험 적용하고 취약계층의 비용부담 경감을 통해 국민의 병원비 걱정을 없애는 것이다. 두 번째는 내가 사는 지역에서 환자중심 통합서비스의 개발이다. 앞으로 퇴원이후의 치료계획을 같이 세워 회복·유지가 가능한 의료기관이나 방문진료, 필요하다면 지역사회 복지·돌봄과 연계되도록 한다. 세 번째는 앞의 두 가지 혜택을 위해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만드는 일이다.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한 합당한 보상, 지역사회-동네의원-대형병원 간 연계, 이를 위해 환자가 진료기록을 들고 다니지 않도록 의료기관간 전자진료정보의 공유, 투명한 비급여와 민간보험과의 연계, 안정적인 건강보험재정관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첫 번째 정책은 계획대로 진행되어 지난 2년간 3600만 명이 2조 2000억 원의 의료비 혜택을 받았다. 가계파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해 8000억 원의 본인부담의료비를 경감했고, 중증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정책 전보다 1/2에서 1/4 수준까지 줄였다. 두 번째부터는 없던 것을 만들어야 한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 그렇게 하기 위해 포기하고 얻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 등 이해관계자 다수 및 보이지 않는 의료문화와도 충돌하고 협의하며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당연히 더디고 어려울 수밖에 없다. 정책을 시행하면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해 놓았지만, 시행 정책들 간 속도의 불균형으로 특정 문제가 불거지기도 한다. 문케어 관련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의료이용 과다와 재정고갈 우려, 대형병원 환자쏠림 등의 문제가 그러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급성기 대형병원과의 유기적 연계는 지역의료와 1차 의료가 탄탄한 환경에서 가능하다. 의료서비스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있을 때, 규칙이 지켜지고 자정작용 및 관리가 가능한 생태계 시스템이 유지된다. 의료계의 못다 밝힌 억울한 속사정이 있을 것이지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불참과 정부와의 공식적 대화 중단이 1년이 넘었다. 의료계와 함께 만들어야 할 의료체계 개선이 어쩔 수 없이 답보상태가 되었고, 환자들은 이보다 먼저 낮아진 대형병원의 비용장벽을 넘어가고 있다. 환자들에게도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이왕이면’ 혹은 ‘이참에’의 마음이 불필요한 검사로 이어져 본인에게 방사능 노출을 증가시키고, 더 심각하게는 급하게 진료가 필요한 누군가의 차례를 뒤로 밀어 적기치료를 놓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환자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의료계의 의견을 모두의 테이블에서 성심껏 설명하고 서로 경청하고, 다시 숙의하며 만들어 가길 희망한다.

‘국민 중심’이 말만이 아닌 실체가 되기 위해 느낀 대로의 경험을 그대로 말해야 환자가 주인공인 병원으로 우리나라 의료가 변화해 간다. 주인공으로서 국민의 책무는 과잉도 과소도 아닌 필요한 의료를 정성껏 제공해주는 의료기관을 선택하는 것이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인의 부추김보단 정부기관의 객관적 정보와 역할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국민중심 의료(people-centered care)는 OECD 국가의 보건장관회의 의제로서 2017년에 실행방안을 논의하고 공통으로 진행하고 있는 국제적 아젠다이다. 이미 우리 모두는 이 길에 있다. 주인공으로서 당당하게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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