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빗물여인숙
[천융희의 디카시로 여는 아침] 빗물여인숙
  • 경남일보
  • 승인 2019.07.2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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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

 비 그친 뒤,

바늘 끝 같은 여정들 모였다

움푹한 곳이면 다 마음이고 집이라는 듯

어느 집 처마끝도 늦가을 바르르 떠는 바람도

딱 하루만 동숙(同宿)이다

-박해람 시인



여기저기서 바닥을 친 빗방울이 슬금슬금 모여든다. 수시로 차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는 곳이며 심지어 깊은 땅속에 도시가스가 흐르고 있는 위험지역이다. 그렇다. 매몰되어 있는 도시가스 표지판도, 고인 빗물과 잠잠해진 바람도 그리고 몸의 일부를 겨우 들인 처마끝도 저들은 제각기 할 말이 많다. ‘움푹한 곳이면 다 마음이고 집이라는 듯’ 이어 ‘딱 하루만 동숙同宿이다’라는 여인숙에 대한 진술은 끝내 독자로 하여금 재해석에 적극 참여하기에 이른다.

노후 된 고시원의 화재 사건으로 보도되었던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일용직 근로자들. 보증금 없이도 저렴하게 주거 가능한 고시원이 도시 취약계층 사람들의 달방이 된 것이다. 창문도 없는 협소한 공간에서 생계를 위하여 쪽잠을 자는 그들의 모습이 저 빗물여인숙 위로 스쳐 지나간다. 살아내야만 하는 여정이 때론 눈물겹지 않은가.

/천융희 시와경계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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