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란
  • 경남일보
  • 승인 2019.07.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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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기(수필가)
시간은 생각에 따라 그 개념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과거도 미래도 없는 헛되고 무의미한 흐름이거나 아니면 일정하게 정해진 범위나 한계에 대한 창조적 과정인지도 모른다. 과거나 미래가 정확한 사실이거나 앞으로 정확히 실현될 사실이기보다는 하나의 의미의 세계라면 그 의미를 창조해 내는 것도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의 정신만이 기억과 상상기능을 통하여 과거와 미래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

현재라는 시간은 사람에 따라 생각에 따라 그 개념의 차이는 날 수밖에 없다. 미래는 순간순간에 과거가 되며, 현재란 단지 관념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순간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과거·현재·미래와 같이 그러한 구분 위에 서 있지 않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과거는 미래이기도 하고 미래는 과거이기도 하며, 현재는 과거와 미래의 중간지점이거나 그 연속점이 아니라, 과거도 미래도 한꺼번에 와 있는 시간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가끔 관습과 이념을 말하기도 한다. 관습은 과거의 문제이며, 이념은 미래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어떠한 미래의 이념도 과거의 경험에 기초를 안두는 건 없다. 과거의 경험에 기초를 두지 않는 이념은 이념이 아니라 환상이거나 실현될 가망이 없는 것을 막연하게 마음속에 그리는 것이다. 이념은 실현의 여하를 막론하고 언제나 환상과 마음속에 그려보는 것과는 다른 현실적 체계이기 때문이다.

지나가 버린 것에 대한, 또 한 번 되풀이 될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과 집착은 사람들의 마음을 지나간 과거의 세계로 달리게 한다. 또한 새로이 시작될 앞날에 대한 기대와 희망 역시 사람들의 마음을 아직 오지 않는 미래의 세계로 달리게 만든다. 현재에 대한 만족보다는 불만이 강하면 강할수록 이 두 개의 심리적 방향은 더욱 강하게 드러날 수밖에 없다. 누구든 현재라는 시간에 사로잡혀 버릇에 의해 행동하며 여론에 의해 생각하고 판단하는 삶을 살아갈 수도 있다. 그러나 심리적 또는 내면으로부터 일어나는 감정적 자세는 그 외형적 방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관습과 이념의 관계처럼 서로 동일한 창조적 기능을 달성한다고 볼 수 있다. 관습이란 결코 과거로부터 이어 내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없으며 여론 또한 반드시 이념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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