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추억을 쌓다(7) 베이스워터 커피컴퍼니
시장, 추억을 쌓다(7) 베이스워터 커피컴퍼니
  • 백지영
  • 승인 2019.07.29 18: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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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워터 커피컴퍼니 강주완 씨
회사에 다녀도 아른거리던 카페의 꿈
두 청년몰 연결 안돼 사업단에 아쉬워
‘진주’하면 생각나는 장소로 만들고파
베이스워터 커피컴퍼니 강주완 씨.

2017년 4월, 14개 점포로 화려하게 시작했던 청춘 다락은 방문객이 줄어듦에 따라 2년의 계약 기간을 다 채우기도 전에 매장 2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영업을 중단했다. 이 인터뷰는 베이스워터 커피컴퍼니가 다른 상점 한 곳과 함께 마지막으로 청춘 다락을 지키던 시점인 지난해 말 진행됐다. 베이스워터 커피컴퍼니 사장 강주완 씨는 동반 성장 동력이 없어진 현실 속에 계약 기간만 채운 후 새로운 곳에 터를 잡아야겠다고 마음을 굳힌 상태에서 이 인터뷰에 응했다. 해당 매장은 이후 청춘 다락 계약이 만료된 올봄 혁신도시가 들어선 충무공동으로 확장 이전했다. /편집자주

진주 시내 쪽에서 중앙시장 입구를 들어서면, 갓 찐 만두 냄새가 가장 먼저 반긴다. 이후 다채로운 모습을 갖춘 상인과 그들이 파는 형형색색의 과일, 파라솔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이내 튀김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튀김집 사이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마주하는 ‘청춘 다락’이 궁금증을 자아낸다. 여긴 어딜까. 참지 못하고 수동문을 낑낑대며 열고선 아메리카노를 만들고 있던 커피집 사장님을 만나 대화를 나눠본다.

베이스워터 커피컴퍼니 사장 강주완 씨는 군대를 제대 직후 아르바이트로 시작한 카페 일에 매료돼 이 일에 몸담게 됐다. 하고 싶은 일을 찾으려고 주유소, 옷 가게, 편의점, 술집 다양한 곳에서 근무해봤지만 카페 근무만큼 재밌는 일이 없었다.

‘이거다!’라고 강한 이끌림을 느꼈지만 곧장 카페 근무를 평생직장으로 삼기는 힘들었다. 적은 시급을 받는 아르바이트생 신세다 보니 아무리 일해도 내 가게를 차리긴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먹고 살아야 하니 회사에 다녀야겠다고 결심하고 한동안 남들과 똑같은 직장 생활을 했다.

“하고 싶은 게 없었으면 회사도 다닐 만했을 거예요. 싫은 부분이 있어도 그럭저럭 참을 수 있었겠죠. 그런데 하고 싶은 게 있으니까 회사에 있어도 계속 그게 아른거리는 거예요. 그래서 연봉이고 뭐고 따지지 말고 내 가게를 만들어보자며 퇴사하게 됐죠”

가게를 차린 후 2년 가까이 휴일도 없다시피 계속 일하고 있지만 강 씨는 자신을 운이 있는 사람이라고 규정했다.

“회사 다닐 때는 아침에 일어나기 싫고 그랬는데 지금은 전혀 안 그래요. 이렇게 피곤함을 느끼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일을 찾기가 쉽지 않잖아요. 회사 다니는 친구들 보면 불평불만투성인데 저는 그런 게 없죠. 이게 바로 복 아니겠어요?”

강 씨가 카페를 개업하며 다짐한 것은 ‘사람들이 돈 주고 먹었을 때 억울함이 없는 가게가 되자’였다. “아메리카노 3500원이면, 3500원의 값어치를 할 수 있는 가게가 목표에요. 그걸 위해 좋은 재료만 사용하려 노력 중이죠. 커피는 만드는 사람의 실력이나 경력도 중요하지만 원재료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거든요”

다음은 강 씨와의 일문일답.

-가게 이름이 왜 베이스워터 커피컴퍼니인지 궁금해요.

▲별 뜻은 없어요(웃음). 자동차 중에 미니 쿠퍼라고 알죠? 어릴 때부터 그거 타고 커피 가게를 하는 게 꿈이었어요. 그 둘만 있으면 행복할 것 같더라고요. 회사 다니면서 미니 쿠퍼를 사게 됐는데 에디션 이름이 베이스워터예요. ‘기본으로 삼는다’는 뜻인데, 생각해보면 커피도 물이 기본이잖아요. 그래서 가게명 맨 앞에 붙였죠. 커피 뒤에 컴퍼니를 넣은 이유는 나중에 여기서 나가서 매장을 차렸을 때 거기에 로스팅 기계를 가져다 놓고 직접 로스팅한 원두를 다른 곳에 납품도 하고 싶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로스팅을 집 근처에서 따로 하고 있어요. 거기서 로스팅한 커피는 이 매장에 찾아오기 힘들어하는 분들께 판매하고 있어요. 진주 고객에게는 직접 가져다드리고, 부산이나 양산 개인 카페에도 몇 군데 납품하고 있죠.

-현재 청춘 다락 내 상점이 2곳만 남았어요.

▲입점했다가 장사가 안돼서 나가겠다는 걸 남이 어떻게 할 수는 없죠. 그런데 어떻게 보면 이게 어느 정도 당연한 것 같기도 해요. 밖에서도 개인들이 가게를 차리면 10개 중에서 8개 망하잖아요. 여기도 2개 남았으니 비슷하죠.

나가겠다고 선택한 사람들에 대한 불만은 크게 없지만 조금 더 참아줬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사실 초기에는 홍보가 충분히 된 덕인지 이 상권에 말도 안 되게 많은 손님이 방문했거든요. 장사란 게 꾸준하기보다는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잖아요. 중간에 힘든 시기가 닥쳤을 때 그걸 좀 견뎌줬으면 좋았겠지만, 그게 제일 힘든 거니 어쩔 수 없죠.

-영업을 중단한 사람들과 지금 어떻게 지내는지 연락을 하나요?

▲연락하는 친구도 있고 안 하는 친구도 있어요. 밖에서 아이템 바꿔서 장사하는 친구도 있고 공무원 준비하는 친구도 있고 취직 준비하는 친구도 있고 그래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걸 찾아 장사해봤는데 아니다 싶어서 나간 거죠. 나가서 자기가 하고 싶은 다른 일을 찾으면 된다고 봐요.

-최근 중앙시장 2층에 다른 청년몰인 비단길이 생겼어요.

▲매장이 두 군데밖에 남지 않은 청춘 다락을 방치한 채 비단길 청년몰을 새로 개장했다고 해서 저곳이 잘못되길 바라는 마음은 하나도 없어요. 비단길 청년몰 친구들한테 경쟁심을 느끼기보다는 그들이 잘 되기를 바라죠.

다만 아쉬운 점은 사업단과의 의견 조율이 잘 안 됐다는 점이에요. 저곳을 준비할 때 청년 다락에 이미 빈 가게들이 있었거든요. 이왕 새로 조성하는 거 콘텐츠와 볼거리가 충만하게 두 청년몰을 연결해줬으면 했거든요. 손님들이 두 청년몰을 왜 막아뒀냐고 그러는데 우리나 비단길 청년몰 상인들이나 막고 싶어서 그랬겠어요. 사업단과 시청 때문에 이렇게 된 상황이니 속상한 마음이죠.

-사장님에게 청춘 다락이란?

▲일단 여기 와서 단골을 많이 만들었어요. 내 커피가 무조건 맛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단골들이 원두 배송해달라고 하는 걸 보면 나름 괜찮은가 봐요. 단골도 만들었고, 브랜드 이미지도 조금 생겼죠. 이런 거는 시청의 도움을 받은 거예요. 홍보를 많이 해준 덕에 많은 손님이 우리 커피를 마셔 볼 수 있었으니까요.

청춘 다락은 베이스워터 컴퍼니의 시발점이에요. 여기서 처음 가게를 시작해 내부 시설도 하나하나 채워 내 것으로 만들었고 하니 의미가 있죠. 소규모로 시작한 내 브랜드가 이곳에서 진주 사람들에게, 그리고 더 바깥에도 알려지기도 했고요.

-상인회나 상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모두 적극적인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시장에 계신 상인들은 전기세나 관리비 등 본인이 내는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상인회 같은 경우는 불합리한 부분에 대해 확실히 의견을 내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해요. 고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쉽지는 않겠지만 언젠가는 손 봐야 하는 부분이잖아요.

-청년 상인을 꿈꾸지만 망설이는 친구들에게.

▲자기가 어떤 일을 하고 싶으면 그 밑에서 2년은 일을 해보고 창업을 해야 해요. 만약 파스타를 팔고 싶으면 그 지역에서 이름 있는 레스토랑을 찾아가 일을 해보면서 그 시장을 알아야 해요.

처음 가게를 차릴 때 파이팅 넘치던 그 마음을 계속 유지하는 것도 중요해요. 사실 프랜차이즈가 아닌 개인 가게는 아무리 홍보를 해도 6개월은 장사가 정말 안되거든요. 그러면 어차피 손님 안 온다는 핑계로 영업 개시 시간, 마감 시간을 어기는 일이 발생해요. 남들이 비관적으로 말해도 자부심을 가지고 나 잘 할 수 있다는 집념으로 견딜 수 있어야 해요. 깡다구가 강하지 않으면 창업을 하면 안 된다고 봐요.

-앞으로의 계획은?

▲청년 다락 밖으로 가 제 나름대로는 매장을 크게 낼 예정인데 그 가게를 ‘진주’하면 딱 생각나는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과거 창원에서 회사에 다니며 개인 카페를 많이 가봤는데 내가 먹어도 참 맛있는 곳이 몇 곳씩 있었어요. 그런데 진주로 돌아와 카페 하면서 다른 곳을 다 다녀봤는데 창원 같은 가게가 안 보여요. 제 가게를 맛으로 인정받아서 ‘강릉’ 하면 ‘테라로사’하듯 바로 떠오르게 하고 싶어요.

진주에서는 로스팅하는 분들이 나이가 많은 편이다 보니 젊은 친구는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언젠가 로스팅한다고 인터뷰했다가 악플이 달린 걸 보고 그걸 느꼈죠. 그 이후 젊은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두고 보자는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어요.

글·사진=배지우 진주중앙시장 청년기록단원·정리=백지영기자

배지우 중앙시장 청년기록단원.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 - 배지우 중앙시장 청년기록단원

저마다 시장하면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다. 뜨거운 어묵을 호호 불어먹는 모습이라든지, 배추를 앞에 두고 가격 흥정을 하는 광경이라든지. 혹은 우연히 시장을 갔다가 아버지로부터 시장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어릴 적 할머니를 따라 한 시간도 넘게 걷고 걸어서, 염소나 여러 야채를 팔러 시장에 오곤 했다고. 이렇게 저마다 시장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있을 것이다.

추억이 쌓인 장소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 자리에 있을 것 같은 시장 그리고 상인과 손님들이 언젠가는, 아니 어쩌면 머지않아 사라질 수도 있겠다고. 사람들은 이제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심지어는 클릭 하나로 모든 것을 해결하기도 한다.

이처럼 사라져가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이유로 중앙시장 기록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활동하면서 괜히 시장 상인분들께 말 한마디 건네 대화하려 했다. 시장을 좀 더 느끼기 위해 날이 밝을 때 가서 어두울 때 돌아오기도 했다.

많은 사람의 시선과 생각들이 모여 한결 재미난 활동이었다. ‘중앙시장 청년기록단’이라 적힌 목걸이를 걸고 다가간 우리가 다소 서툰 모습을 보여도 친절하게 자기 삶의 일부를 들려준 상인들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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