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5) 지리산참숯굴 숯 굽는 사람들
일상을 담다(5) 지리산참숯굴 숯 굽는 사람들
  • 박도준·원경복기자
  • 승인 2019.07.3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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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0도 용광로와 싸우며 참숯을 구하다

참나무 자르기·숯굴속 나무 쌓기는 기본
불구덩이 앞 수천 번 다가서고 물러서며
부장대로 집어 낸 불숯 드럼통에 옮기며
방열복 없이 불지옥서 땀 범벅 극한직업
질 좋은 참숯 많이 나오면 그제야 웃음꽃
몸에 좋다는 원적외선을 만들어내는 참숯가마를 찾는 마니아들이 끊이질 않는다. 1300℃ 가마 앞에서 불을 쬐는 사람도, 숯가마를 들락날락하는 이들도 얼굴과 옷들이 땀에 흥건히 젖어있다. 최근 음식점에서도 참숯을 많이 찾아 물량이 달린다고 한다. 건강을 목적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과 음식점에 구이용 참숯을 조달하기 위해 가마솥더위 속에서도 1300℃ 용광로 앞에서 극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식백과사전 대한민국 구석구석에 소개된 지리산참숯굴의 숯을 굽는 사람들을 찾았다.
 
좁은 가마 입구에 장대같은 삽을 넣으며 불숯을 꺼내는 작업자들. 1300℃에 달하는 가마 열기에 쉽게 다가서기도 어렵다.


지리산 자락 아담한 야산 골짜기를 터전 삼아 자리한 이곳에 들어서자 참숯굴 굴뚝에서 흰 연기들이 피어나고 있었다. 아침 6시에 작업을 시작한다더니 5시30분에 이미 작업을 시작해 불숯 꺼내기와 가마 속 나무 쌓기를 하고 있었다.

사장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작업장으로 달려가봤다. 가마의 숨구멍을 허물어 가로 50~60㎝, 세로 40~50㎝ 크기로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숯가마의 작은 구멍 사이로 화룡(火龍)이 불숨을 쉬는 듯 했다. 옆에 다가온 송인용(70) 대표가 내부온도가 1300도에 달한다고 했다.


 
새벽부터 참숯을 구워내고 있는 공장 앞에서 송인용 대표가 사진 촬영에 응했다.


다른 한 쪽에서는 선풍기를 틀어놓고 숯굴가마 안팎으로 황토를 바르고 있었다. 가마가 수축과 팽창을 거듭해 균열이 생기는데 이 공간으로 공기가 스며들지 않게 보수하고 있단다. 굴속으로 들어가자 열기가 식지 않은 탓에 1분도 안 돼 땀이 쏟아진다. 작업자들은 대형선풍기 바람을 맞으며 30~40분간 보수작업을 했다. 그런 사이에 소형 덤프트럭 한 대가 참나무 둥치를 싣고 와 풀자 먼지가 날렸다. 나무들이 흩어지지 않게 내리는 실력이 신기하다. 경력을 묻자 김기홍(66) 씨는 근무한 지 6년이 됐다고 한다. 혼자서 포클레인으로 참나무를 실어 오고, 자르는 일꾼이란다. 송 대표의 설명이 끝나기가 무섭게 김 씨는 전기톱으로 나무를 자르기 시작했다. 길이를 재가며 가마 높이에 맞춰 자르자 톱밥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어 한 사람이 핸드카로 나무를 실어 나르고 가마 속에서 다른 사람이 받아 나무를 세웠다. 세우면서 작은 나무 조각을 넣었다.

적재적소에 사람을 배치한다는 송 대표에게 작은 나무조각을 번거롭게 왜 받치느냐고 묻자 바닥에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밑둥치의 15~20㎝는 타지 않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 넣는다고 했다.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것이라며 비결을 공개해도 되냐고 묻자 껄껄껄 웃으며 좋다고 말했다.

톱질소리에 귀가 멍멍해지고 톱밥이 사방팔방으로 날렸다. 송 대표는 굴뚝에서 나는 연기 색깔을 보면 숯을 꺼낼 시기를 안단다. 검은색, 하얀색, 청색을 거쳐 마지막엔 무색가스가 나오는데 이때 숯을 꺼내야 한단다. 빠르면 고품질 숯이 되지 못하고 늦으면 재가 많이 발생한다고 했다.

 
경력 10년의 최병학 반장이 가마에 불을 놓고 있다.


설명을 듣는 사이 숯가마에서 불숯을 빼고 있었다. 걸대를 걸어 기역자형 부장대(앞을 기역자형의 쇠로 만든 긴 부지깽이)로 불숯을 끌어냈다. 촘촘히 세워진 참나무 숯을 꺼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였다. 앞뒤로 갔다가 좌우로 움직이며 부장대의 공간을 만들고 그 공간에서 불숯을 끄집어냈다. 반경 150도 사이를 부산히 움직이는 작업자에게 말을 붙일 수 없었다. 송 대표에게 불숯을 빼는 작업자의 경력을 묻자 10년 된 최병학(65) 반장이란다. 최 반장은 하얀 불기둥이 솟구치자 부장대를 내려놓고 황급히 물러섰다. 송 대표는 나무속에 있던 가스가 뿜어 나와 생기는 것이라며 가스가 다 타야 구이용 참숯에 일산화탄소가 생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불숯은 지옥불처럼 뜨거우니 긴 삽이 필요하다. 무거운 삽에 뜨거운 숯을 들어올리니 온 몸이 춤을 춘다.


활활 타오르던 가스불길이 수그러들자 최 반장은 불숯을 꺼내고 다른 사람은 자루가 긴 삽으로 드럼통에 담아 두껑을 탁탁 치며 닫았다. 두 사람은 연신 땀을 훔치면서 손발을 척척 맞추며 일했다. 대형선풍기가 연신 돌아가고 있었지만 소용이 없어 보였다.

긴 삽에 불숯을 얹어 드럼통에 담는 작업자는 온몸을 다 쓰고 있었다. 불숯을 긴 삽에 담고 가마 앞으로 다가가 무릎을 지렛대 삼아 허리, 손목, 발꿈치 등을 다 사용하며 드럼통에 넣어 선별장으로 옮겼다.

최 반장도 걸대에 부장대를 얹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숯가마에서 촘촘히 세워진 불숯을 끄내고 있었다. 화룡이 뿜어내는 불기운에 경력 10년의 반장도 다가서고 물러서기를 반복했다. 드럼통 4~5개를 채우고 불숯 빼는 작업은 중단됐다. 잠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하고 나무에서 뿜어내는 가스가 다 타기를 기다리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조금 쉬고 나서 나무쌓기를 거들기도 했다.

 
드럼통에 가득찬 불숯을 옮기는 사이 찜질방 복장을 한 사람들이 의자를 챙겨들고 가마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 때를 노린 찜질방 마니아들이 앉을 의자를 들고 불숯를 빼고 있는 숯가마 앞으로 몰려들었다.

송 대표에게 힘들게 드럼통에 담아 진공상태로 만드는 이유를 묻자 보통 모래에 물과 진흙을 섞어 묻는데 이렇게 하면 음식점에서 사용할 때 탁탁 튀게 되어 사람이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생각 끝에 개발할 것이란다.

8시가 되자 아침을 먹었다. 송 대표는 나무조직이 치밀한 강원도 고성의 굴피나무(상수리나무)를 고집하고 있다. 음식점 구이용으로 쓰이는 숯은 화력이 좋고 오래 가야 하기 때문이란다. 8개의 숯가마는 원적외선이 나오는 화강석과 황토로 만들었는데 전국에서 4곳뿐이란다.

아침을 먹고 작업은 다시 진행되었다.

불숯을 빼고 담고 하는 작업자들은 시간이 갈수록 버거워했다. 특히 불숯을 담는 작업자는 처음 시작할 때 썼던 창모자를 벗어던졌다. 땀에 모자가 타고 내리는 모양이었다. 1300도 가마 앞에서 불숯을 담는 일은 고역이었다. 그는 얼음물을 달고 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힘에 겨운지 입이 벌어지고 온몸을 다 쓰며 드럼통에 불숯을 담았다. 힘에 부치자 숯불이 일부 밖으로 흘러 유성우(流星雨)처럼 쏟아져 내렸다.

 
적당한 길이로 잘려진 참숯용 나무가 줄지어 세워졌다. 송 대표는 강원도 고성 굴피나무만 숯 원료로 사용한다.


11시께 나무 쌓기가 끝나고 전기톱 소리가 사라지자 사방이 조용해졌다. 김씨가 부장대를 잡아 불숯을 빼는 작업을 도맡고 최 반장은 나무 쌓기가 끝난 가마에서 혼자 벽돌과 황토진흙으로 입구를 막고 있었다. 나무쌓기는 하던 한 사람은 숯선별장으로 이동하고 한 사람은 불숯 빼는 작업을 거들었다.

점심을 먹고 최 반장이 나무가 쌓인 가마에 불을 붙이자 나무껍질이 타는 매캐한 연기가 참숯굴 일대를 감쌌다. 눈이 따갑고 속이 메스꺼웠다. 작업자들은 이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작업을 이어 갔다. 선별장에선 작업자 한 사람이 엎드려 사용 가능한 숯를 골라 내고 한 사람은 박스에 담아 무게를 재고 있었다.

나무 쌓는 데 걸리는 시간은 6시간 정도, 불숯을 꺼내고 담는 시간은 8시간 이상 걸렸다. 한 숯가마에 참나무 12~13t이 들어가고 12~13%가 숯으로 나오며, 연간 3500t의 참나무에서 400t의 숯을 생산한단다.

한 작업자는 더워서 찬물을 너무 많이 먹다보니 소화가 잘 안된다고 했다. 함께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더 더욱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좋은 참숯이 많이 나오면 기분이 좋다고 환히 웃었다.

박도준·원경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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