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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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8.01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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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빗방울 김수업 교수를 평전으로 읽다(1)

‘빗방울 김수업’ 평전으로 보는
국문학자·배달말글 학자·교육자
변방을 지킨 이 시대 마지막 스승
김수업 교수(1939~2018. 6. 23)는 이 시대 마지막 스승으로 기림을 받으며 국문학자요 배달말글의 학자요 배달말교육의 선구자로서 일생을 마감했다. 그는 국립대학교의 변방을 지키며 한생을 마감했지만 그의 학문과 국어교육론의 창업은 작은 변방이 아니라 국가 사범대학에 생명을 불어넣어준 일세의 향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 기리는 사람들이 모여 2019년 6월 23일 1주기 사업으로 기념공연을 베풀고 ‘빗방울 김수업’을 펴낸 것이다.

김수업 교수라 하면 그 한 일이 경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의 일에만 전념한 것이었지만 대학의 그 학문적 영역이 변경을 넘어가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융복합적 탐색의 결과로 ‘빗방울 김수업’평전에 나오는 갈래가 <공부하고>, <나누며- 대학살이, 배달말사랑, 고을문화 되실림>, <믿음으로>뻗어나간 것이다. 김교수의 이 <빗방울 김수업>은 김교수의 자작시 <빗방울>을 주목한 것이고 그 뒤에 책의 성격을 규정짓지 않았을 뿐이지만 여러 사람들이 복수로 쓴 평전이다.

김수업 교수의 자작시 <빗방울>을 보자.

“떨어지네.// 하늘에서 땅으로/ 한없이/ 아래로만/ 떨어지네// 곤두박질로 떨어지고서도/ 다시/ 올라가려 하지 않고/ 낮은 데로 낮은 데로만 찾아/ 손에 손잡고 하나되어/ 내려만 가네//마침내 / 바다에 가서/ 모두 모여/ 한 데 어우러져/ 더불어 울렁이며 춤추네.// 해님이/ 빙그레 웃으며 내려다보더니/ 수증기 만들어/ 다시 불러/ 들어올려 주시네.”

이 시가 김교수가 쓴 유일한 시 한 편이다. 비교적 단순한 시정이라는 뜻에서 동시풍에 가깝다. 그렇지만 시에 격이 있다. 아주 단순하지만 흐름이 있고 쉬운 낱말로만 씌어지고 토박이말이 어깨동무하고 있다. 빗방울이 지상으로 내리다가 온갖 곳에서 스며서 바다로 가 하나가 된다. 그러다가 하늘이 수증기를 내려 빗방울을 다시 들어올려 주신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구세사와 같은 구조이다. 아래로 철저히 내리고 내리면(잘 적응하고 살면) 다시 부활의 기회를 맞이한다는 하강과 상승이라는 섭리다. 김교수는 가톨릭교회의 신자로서의 삶에 생을 건 사람이었다. 시와 그 신앙의 구조가 일치되는 것을 보면서 시 한 편으로 인생의 진실에 닿고 있어 보인다.

이 책의 ‘기리는 시’로 두 편이 편집되어 있다. 국어교육과 제자 강정임 시인이 한 편 올렸고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전주효문여자중학교 이정관 교사의 시 1편이 올려져 있다.



오늘 다시 모국어의 시간으로 돌아왔습니다

스승이 이루어 놓으신 알뜰한 영토 차근차근 밟아 봅니다

어리석기만 한 저희들

감자의 싹눈 조각을 나누어 가지듯

최후의 일분조차 아껴 길러내신 말꽃 놀이꽃 삶꽃

이어서 피워나갈 욕심 많은 상속자가 되렵니다

그리하여 온누리 배달말 강이 되고 물이 되고 흘러 흘러 넘치도록

스승이시여

서러운 국어의 눈물은 이제 그만 거두어 주소서

인자한 당신의 웃음을 영원히 기억하게 하소서

-<지금은 국어의 시간> 뒷부분



모국어 시간으로 돌아온 제자는 스승의 연구 업적을 기리며 또한 그 업적의 겨드랑이에서 온누리 배달말 강으로 함께 흐르고 싶다는 열망을 표현한다. “서러운 국어의 눈물은 이제 거두시고, 당신의 인자한 웃음만 기억하게 해 주소서”라고 기도한다.

전국 국어교사 모임에서 일했던 이정관 교사의 시는 <매화를 보러 왔다가>라는 제목이 좋고 배달말 우선의 시어와 시어가 자아내는 말맛이 맑고 신선하다. “매화를 보러 왔다가 말꽃을 보았습니다/ 아직 찬바람 속 살랑거리는 매화를 보면서/ 매화보다 더 매화 같은 말꽃을 보았습니다” 스승의 인품인 매화를 보러 왔다가 매화보다 더 매화인 말꽃을 보았다는 표현이 절묘한 스승의 업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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