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김포 노선 갈등, 이젠 끝내자
사천~김포 노선 갈등, 이젠 끝내자
  • 문병기
  • 승인 2019.08.05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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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사천~김포노선을 운항하는 대한항공이 또다시 서부경남 지역민들을 우롱하고 나섰다. 걸핏하면 적자를 핑계로 노선 폐쇄 운운하더니 이제는 감편 운항 카드를 꺼내들고 압박하고 있다. 이를 볼모로 더 많은 것을 얻어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지역 민심이 들끓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는 10월부터 사천~김포노선에 대해 주 28회에서 14회로 절반을 축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한때 하루 10여 회에 달했던 이 노선이 현재 2편 왕복 운항도 모자라, 이를 또 반토막내겠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의 협박(?)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5년 적자운영을 내세우며 사천∼김포 노선을 폐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KTX 개통과 대진고속도로 이용으로 탑승률이 떨어져 연간 30여억 원의 적자가 발생한다는 게 이유였다. 지역의 정·재계와 시민들은 반발했고, 결국 ‘기업 이익보다 공익적인 측면을 우선한다’며 노선 폐쇄를 철회했다. 지역민들은 통 큰 결정에 쌍수를 들고 환영했고 기업 이미지는 급상승했다. 그랬던 대한항공이 똑같은 일을 반복하려 한다. 4년 전 공익적 측면이라 자랑하더니, 이젠 기업 이익을 위해 노선을 줄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대한항공의 태도 변화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천공항은 한때 탑승객이 연간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활성화됐다. 그러다 2004년부터 이용객이 급감하더니 현재는 10만 명대로 떨어져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윤추구가 목적인 기업이 매년 적자 운항을 한다면 노선폐쇄도 살기위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이를 두고 그 누구도 손가락질하거나 부도덕한 기업이라 매도할 권리는 없다. 다만 기업이란 때로는 이윤보다 공익적 측면을 위해 투자하고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히 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대한항공은 후자에 무게를 두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현재 사천~김포, 사천~제주 노선을 운항하고 있는 유일한 항공사다. 적자 노선이지만 지금껏 운항을 해왔기에 그 고마움은 모두가 안다. 그랬기에 경남도와 사천시가 2016년부터 손실보전금 일부를 지원하고 있고. 인근 지자체도 조례개정을 통해 지원금을 늘리려 노력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노선 폐쇄는 곧 사천공항 폐쇄로, 노선 감축은 사천공항의 미래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천공항은 항공우주산업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서부경남의 심장이나 다를 게 없다. 공항 없는 항공우주산업이 뿌리를 내리고 굴지의 항공사와 경쟁하며 발전할 수는 없다. 세계 항공 산업을 양분하고 있는 미국의 보잉과 프랑스의 에어버스가 그렇다. 이들이 터코마 국제공항과 블라냐크 국제공항이 없었다면 아마 그 자리에 오를 수 없었을 것이다. KAI도 세계 5대 항공사로 도약한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사천공항이 국제공항으로 승격돼도 모자랄 판에, 찬물을 끼얹는 이 같은 행위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정치권과 상공인을 중심으로 더 이상 대한항공에 끌려 다닐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 노선을 저비용항공사(LCC)로 대체하고 이들에게 동남아 등 신규 국제노선을 독점 운영할 수 있는 지원방안을 검토하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사천공항이 군사시설이지만 LCC를 유치하는 데 법적인 걸림돌은 없다. 항공사의 의지와 지자체의 뜻이 모아진다면 LCC가 사천공항의 주역이 되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이젠 해묵은 노선 갈등을 끝낼 때가 된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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