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보이콧을 선언하다
일본에 보이콧을 선언하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8.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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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희(경남대학보사 편집국장)
우리나라는 지금 일본 불매운동이란 뜨거운 물결에 휩싸였다. 그 뜨거움 속에 우리는 다시 하나로 뭉쳤다. 나 역시 이에 동참하기로 했다.

물론 처음부터 결심한 건 아니었다. 일본 불매운동이 시작될 때쯤, 나는 사실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시작하는 이유도 몰랐고 경제 보복이라는 말을 잠시 들었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겠지 하곤 모른 체했다.

내 생활에 달라진 점은 없었다. 생활 반경 곳곳에서 일본과 관련된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여전히 친구들과 일본 삿포로로 떠나기 위해 여행 계획을 세웠고 더운 날이면 편의점에서 아사히 맥주를 골라 마시곤 했다. 필기할 때도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느낌이 좋아서 하이테크 볼펜을 골라 썼고 신나게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 영화를 관람했다.

그러다 갈수록 갈등이 심화하자 엄마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았다. 뉴스를 봤지만 이미 일이 상당히 진척된 후라 관련된 새로운 사건들만 보도되어 이해하기 어렵단 이유였다. 그래서 핸드폰으로 ‘일본 불매운동 이유’를 검색해보았더니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노역 된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일본에 손해 배상을 요구했지만, 일본은 청구권 협정 등을 근거로 대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5년 억울한 피해자들은 다시 소송을 걸었고 서울중앙지법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우리나라 수출을 규제한다고 공표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일본 불매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이유를 알고 나니 창피해서 낯이 뜨거워졌다. 도저히 일본 제품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삿포로에서 겨울을 즐기는 게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지만 곧바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 물건을 살 때도 원산지를 꼬박꼬박 챙겨보고 일본과 관련 있으면 무조건 걸렀다. 하지만 이는 건강한 운동이 아니었다. 불매해야 할 대상을 정확히 알고 실천해야만 올바른 운동 형태를 가질 수 있다. 괜한 사람에게 불똥이 튄다면 이는 안 좋은 결과로 흘러갈지도 모른다.

많은 의미를 내포한 일본 불매운동. 이는 퇴색되지 않고 계속 이어가야만 한다. 처음의 그 뜻을 잃어버린다면 불매운동이 계속되어도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일본과의 갈등이 길어지지 않았으면 하지만 강제노역 피해자와 위안부 등 일제강점기 때 상처를 사과받지 않는 한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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