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9.08.0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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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객원논설위원·진주교대 교수)
미국이 2020년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에서 한국에 요구할 방위비 분담금 액수는 추정치 50억 달러, 우리 돈 약 5조 9000억 원 정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 50억 달러는 올 2월 타결된 제10차 SMA의 1조 389억 원의 다섯 배가 넘는 액수이다. 이와는 별도의 한 상황으로 성주 사드부대는 주둔지에 전기가 정상 공급되지 않아 발전기로 취사가 가능한 상태, 출입도로는 사드 저지 민간인들이 계속 점령하고 있어 부대병력과 장비가 도로를 통해 출입하지 못하고 헬기로 공중수송 하고 있는 실정, 월남전이나 전방GP 근무여건 수준이라는 것이 최근 방문한 사람들의 전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9년 대비 5배가 넘는 방위비 분담금 요구와 가능한 해석 하나는 어디까지 하나 어디 두고 보자는 비용 청구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더 구체적으로 지난 2일 한·미·일 회담 직후 미국 국무부 고위관리가 ‘미국은 중재, 또는 중개에 관심이 없다’고 한·일간 갈등 개입에 선을 그은 배경, 또한 이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수출 우대국 목록 화이트리스트(White-List)에서 한국을 제외함으로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한국과 일본 등 동북아시아 압축 성장의 배경이자 50여 년 간 이어왔던 분업 구조를 깨버린 일본의 행태는 일본이 말하는 국가 간 불신에서 파생된 문제는 아니다. 왜냐하면 강제 노역 배상 관련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을 핑계 삼아 경제 보복을 시작한 일본이 그 이후 보인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적인 논리나 태도에서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구성하는 과거의 특정 사실은 일회성이지만, 그 사실에 내포된 의미의 본질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데 하나의 이정표가 될 수 있다. 외국을 다닐 기회가 한정되어 있던 조선시대 바다 건너편 일본은 수수께끼가 많은 나라였다. 일본은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가? 조선 중기 문신 남용익(南龍翼,1628~1692)이 1655년 조선통신사 종사관(從事官)으로 일본에 다녀온 후 작성한 부상록(扶桑錄)은 일본인을 경박하고 교활하여 남의 의중을 잘 헤아리고, 기쁨과 분노를 절제하지 못하는 존재로 이해하고 있다. 그 후 100여 년 후 일본이란 나라를 제대로 알아야 가깝지만 먼 이웃을 지혜롭게 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저술한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청령국지’는 일본의 역사, 문화, 풍속, 제도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일종의 백과전서격인 인문지리서다. ‘청령국’이란 일본의 별칭으로 일본의 지형이 잠자리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청령국지’의 관심사에서 의미를 갖는 것은 ‘일본인은 성격이 어떠하며, 어떠한 인물이 나라를 다스리고, 일본이 왜 번영하는가?’이다. 이는 진실로 나라를 다스릴 수단이고, 이웃나라 그들의 정세를 잘 살피자는 것이 그 요체이기 때문이다.

패전국 일본은 2차 대전 이후 한국과의 지리적 근접성으로 6.25한국 전쟁 병참물자 조달 경제 특수와 70여 년간 자유무역 체제의 최대 수혜자였다. 지리적으로 근접하고 있는 국가 간에는 크고 작은 분쟁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 국제정치 현실이다. 그러나 제2차 대전 이후 국가 간 관계는 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협력을 통해 부를 축적하는 방법을 배웠고, 수 백 년을 원수로 싸워왔던 유럽은 EU라는 초국가를 건설하였다. 그리고 경제에서 국경장벽을 허무는 자유무역협정(FTA) 체제하에서 이웃국가 간 상호협력을 할 수 있다면 더욱 경제적 상승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 오늘날 세계이다. 일본과의 관계에서 상호협력을 모색하여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고, 일본은 우리의 내실을 다지는 기회를 주었을 뿐이다. 다른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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