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차라리 KBS진주방송국을 폐지하라
[기고] 차라리 KBS진주방송국을 폐지하라
  • 경남일보
  • 승인 2019.08.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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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경규(진주향당 상임대표)
황경규

KBS한국방송이 KBS진주방송국 통폐합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른바 방송광역화를 통한 지역국 죽이기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역국 통폐합의 논리가 공영성보다는 시장성에 근본을 두고 있다. KBS 스스로 지역방송국이 KBS의 공영성을 확대하는 기능을 가진 기관이 아니라 수신료 징수기관 정도로만 치부한다는 사실을 드러낸 것이다.

KBS한국방송의 지역국 구조조정 시도로 인한 지역방송의 위기는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되었다. KBS는 2004년 8월 구조개혁을 통해 현행과 같은 9개 총국과 9개 지역국으로 기능을 조정했다. 구조조정 이유는 효율성 강화와 예산절감이었다. 그러나 KBS의 이러한 시도는 ‘지역의 여론이 국가정책에 반영되는 것을 차단하고, 중앙집중식 방송환경을 획책하는 일에 불과한 지역방송 죽이기’라는 비판에 직면했고, 실패한 정책임을 스스로 드러냈다.

우리는 KBS가 추진한 2004년 지역국 구조조정을 통해 지역국 통폐합이나 방송광역화 등과 같은 지역국 또는 지역방송사 개편의 본질이 지역방송 활성화에 근거해 추진되어야 한다는 뼈아픈 교훈을 얻었다. 당시 폐지된 7개 지역국(영월, 속초, 태백, 공주, 군산, 남원, 여수)의 꼬리를 자른 몸통인 KBS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남아 있는 꼬리를 자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KBS지역국 구조조정 시도는 그 후로도 계속되었다. 경영실패에 따른 수신료 현실화 정책의 실패와 맞물려 KBS 사장이 교체될 때 마다 추진되었고, 그때마다 정치권과 노조, 지역민의 저항에 직면해 폐기되었다.

KBS진주방송국시청자위원회와 진주향당은 지역방송활성화를 위한 서부경남도민대책토론회(2016년)를 비롯해 세 차례 이상의 토론회를 통해 KBS의 지역국 통폐합의 부당함을 전국에 알렸다. 하지만 KBS의 지역국 구조조정은 또다시 망령처럼 되살아나고 있다.

최근 KBS가 ‘KBS비상경영계획2019’를 발표했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지역방송활성화 계획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이 모든 것이 KBS내부 정치의 산물이요, 조작된 통계에 기반한 약육강식 ‘힘의 논리’만 들어 있다는 암울한 현실을 확인했을 뿐이다.

KBS진주시청자위원회를 비롯한 정치권·경제계에서 반대 기자회견과 성명서를 채택하고, 지역국 죽이기에 불과한 비상경영계획의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당연한 일이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향후 KBS의 지역구 죽이기 시도는 분명 실패로 끝날 것이다. 명분없는 싸움은 절대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KBS는 지역국 죽이기를 앞으로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것이다. 이미 그들에게 지역국은 경영실패의 원인제공자이자, 폐쇄의 대상으로 지목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KBS의 아킬레스건이 있다. 그것은 바로 지역국에서 거둬 들이는 수신료이다. KBS 진주방송국 중계권역인 7개 시군에서 거둬들이는 수신료는 연간 100억여원에 달한다.

단언컨대, KBS는 지역국 통폐합을 추진하려면 ‘수신료 포기’라는 단호한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KBS진주방송국을 아끼는 진주를 비롯한 서부경남 도민들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BS가 지역국 통폐합을 통한 지역국 죽이기를 계속 시도한다면 전국적인 수신료 납부 거부운동을 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바라건대, 앞으로도 지역국 통폐합이라는 말장난으로 지역의 시청자를 우롱하는 행위는 이제 그만두어야 한다. 차라리 KBS진주방송국 폐지 카드를 내놓아라. 그게 오히려 진정성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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