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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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8.08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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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빗방울 김수업 교수를 평전으로 읽다(2)

김수업의 발자취를 기록한 평전
김중섭 교수가 쓴 책의 서문에는
그가 걸어온 길들을 기리고 있다
‘빗방울 김수업’ 평전의 발간사 <책을 펴내며>는 진주문화연구소 김중섭 이사장이 썼다. 어떤 책이든 감동을 담고 있는 책의 권두사는 그 모서리 하나에도 감동의 깃이 바람에 부벼지는 소리 나고 서로가 서로이면서 눈웃음 비비는 소리 이슬 구르는 소리를 내는 것이다. 김중섭 교수는 진주형평운동 연구에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분이고 그간 진주문화연구소 이사로 지역문화운동에 힘을 보태왔다. 그는 일제 침략기 지역공동체의 역사 사회학이라는 부제를 붙인 ‘사회운동의 시대’를 펴낸 바 있다. 김교수는 영국 헐대학교에서 사회학박사 학위를 받았고 경상대 사회과학대학장, 통일평화인권센터 소장, 국가인권위원회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다.

김 교수는 김수업 교수를 추모하는 마음이 절절하여 오히려 스스로가 ‘말과 문화, 얼을 지키심’의 화신이 된 듯한 감을 주고 있다.

초두에 이 책을 펴내는 의의를 밝힌다. “2019년 6월 23일, 김수업 선생께서 세상을 떠나신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이날을 맞이하여 선생을 기억하고 존경하고 따르고 기리고자 하는 분들이 함께 선생의 삶을 되돌아보는 책을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선생께서 우리 곁을 떠나 하느님 나라로 가신 것에 큰 슬픔을 이길 수 없었지만 자료가 사라지기 전에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선생의 발자취를 기록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서두르게 되었습니다.”

순수 국문학자의 길, 배달말글 운동의 길, 국문학교육학 길내기로서의 길, 지역 민속문화운동의 길, 전국 국어교사모임 지도교수의 길, 천주교 신자로서의 길 이상이 대체로 김수업교수가 할동한 영역으로 헤아릴 수 있으므로 이를 종잡아 기억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김중섭 이사장은 김수업교수가 살아온 역정을 역사적으로 살피고 있음을 본다. “선생께서는 우리 겨레가 겪은 파란만장한 시기에 사셨습니다. 우리 강토를 강점한 일제가 침략전쟁을 일으키며 우리나라 사람과 물자를 전쟁터로 보내던 시기에 세상에 나셔서 해방, 분단, 전쟁을 고스란히 겪으셨습니다. 학생시절에는 독재에 항거한 4.19, 군부가 권력을 잡은 5.16과 그 이후의 독재를 겪으셨고, 중앙권력이 지역문화를 유린하던 상황을 보셨습니다. 대학에서 가르치기 시작한 이후에는 구성원이 주인이 되는 민주화운동, 지역문화를 되살리는 움직임의 중심에 계셨습니다.”

김수업선생이 살아온 역정이 모두 김수업선생이 직접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살아온 길은 아니었지만 생의 후반부를 평가할 때 김중섭 교수가 지적한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지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지역문화를 유린하던 시절, 대학 민주화 운동, 지역문화 되살리기 운동이 다 그가 살아온 역정의 상황을 거쳐서 나온 현실이므로 그 지적이 꼭 들어맞는 것이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김 이사장은 “김수업 교수가 20세기 후반에서 21세기초에 이르는 걱동의 시기에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치열하게 살아온 지식인의 한 전형을 보았습니다” 하고 말하게 되는 것이다.

“선생은 대학에서 가르치면서부터 예비교사들과 졸업생인 현직교사들이 국어교육을 올바로 하도록 진력하셨습니다. 또한 토박이말을 살리며 배달말, 배달말꽃(문학)을 연구하고 교육하여 겨레말과 글의 학문 깊이와 폭을 넓히고자 하셨습니다. 이런 일은 대학 밖의 연구모임이나 단체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선생께서는 이렇게 우리의 말과 글을 올바로 연구하고 가르치는 일을 하느님의 소명이라고 여기신 것 같습니다.”

김중섭 교수가 지적한 김수업 교수의 배달말가르치기 분야를 생각하면 필자에게도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김수업 선생을 중심으로 이루어내고 있던 중등학교 국어교육 개선의 현장에서 잊혀지지 않는 장면을 현실화한 일이 필자에게도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김수업 선생이 전국국어교사 모임의 지도교수로 있을 때였는데 필자는 대전 목원대학에서 실시되었던 겨울연수 중에 <중등학교 시교육> 3시간 강의를 요청받는 행운을 얻었다. 필자는 수강생과 하나로 일치된 지향의 강의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3시간을 쉬지 않고 했다. 시의 답은 정답이 하나로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시를 시험문제로 내는 것은 옳지 않다. 교사는 참고서를 버려라, 참고서에 정해진 대로 학생들과 사색하는 것을 피하라, 시는 분석하며 읽는 것이 아니라 맛보기 하는 것이다. 말맛을 보고 말 그림을 그리고 말뜻에는 집중하지 말아라. 때로는 시에서 주제를 챙기지 않고 가락으로 대신하며 즐거워지면 오히려 좋은 일이다. 등등 이런 자유자재의 시교육론이니 교수나 수강교사는 참으로 하나로 죽이 맞아 함께 웃고 함께 즐거워지는 낙원으로 들어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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