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길의 경제이야기]라면시장 주도하는 농심
[김흥길의 경제이야기]라면시장 주도하는 농심
  • 경남일보
  • 승인 2019.08.1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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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대학교 명예교수
농심 라면_2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은 1958년 일본에서 개발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963년 삼양에서 처음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1960년대에 쌀 소비를 줄이기 위한 정부주도의 이른바 ‘식생활 개선 국민운동’이라는 이름의 혼분식장려운동이 전개되면서 라면 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1969년만 해도 삼양라면의 시장점유율은 83.3%로 16.7%에 불과한 농심에 비하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런데 1970년 롯데공업은 국내에선 닭고기보다는 소고기를 더 좋아한다는 점에 착안해서 소고기라면을 출시한다. 이 소고기라면 덕분에 롯데공업의 시장점유율은 22.7%로 뛰었다. 소고기라면으로 탄력을 받은 롯데공업은 1975년 ‘형님먼저 아우먼저’로 유명한 농심라면을 출시해 인기를 끈다. 농심라면의 인기를 바탕으로 1978년 사명도 롯데공업에서 농심으로 바꾸고 삼양식품과 본격적으로 경쟁에 돌입한다.

1979년에는 양대 업체의 시장점유율이 비슷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그동안 만년 2위를 벗어나기 위한 농심의 부단한 신제품 개발이 연구개발(R&D) 역량의 축적으로 이어졌고 이 역량이 제품 경쟁력의 형태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서 1982년 출시한 너구리가 대히트를 치기 시작했다. 이 라면은 ‘오동통통,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라는 센스있는 광고 카피를 더해 거둔 성과였다. 본격적인 용기면인 ‘육개장 사발면’도 이무렵 출시되어 라면 시장의 근본 구조를 바꿀 조짐을 보였다. 그런데, 1989년에 삼양라면이 공업용 쇠고기 기름, 이른바 ‘우지파동’으로 시장점유율이 22.1%로 급격하게 떨어지고 만다. 이어 1983년 9월에는 안성탕면이 나왔는데 농심은 이 제품에 전통적인 탕 맛을 라면으로 재현하겠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이주일, 강부자 등의 인기 광고 모델을 내세워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 뒤를 이어 1984년 농심 최초의 짜장 라면인 짜파게티를 내놓았다. 이 제품도 ‘일요일엔 나도 짜파게티 요리사’라는 광고 카피를 앞세우고 대대적인 광고 및 판촉에 나서 롱런의 기틀을 다지기 시작했다. 마침내 1986년 10월 농심의 최고 히트작인 신라면이 출시되었다. 신라면은 맵고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의 입맛을 겨냥한 것이었는데, 강렬한 붉은색 포장에다 광고에서도 매울 ‘신’이라는 한자를 교육시키며 소비자들에게 각인시켰다. ‘깊은 맛과 매운 맛이 조화된 얼큰한 라면’이라는 컨셉을 가진 신라면은 상품기획 검토 당시 내부 시식행사에서 ‘너무 맵다’는 지적이 대부분이어서 출시가 불투명했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당시 신준호 회장은 “오히려 매운 맛이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제품 출시를 강행했다는 후문이다. 신라면은 출시하여 라면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제품이 되었다. 2조원 라면시장에서 거의 5000억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그 자체로만 라면시장의 2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신라면처럼 하나의 브랜드 점유율이 이렇게 높은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1980년대 중후반부터 지금까지 한국의 라면 시장의 선두주자는 농심이었다. 이후 농심은 라면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했다. 한때 80% 점유율을 기록할 정도였다. 업계에서 내놓은 최근 자료에 따르면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은 농심(54.0), 오뚜기(24.0), 삼양식품(12.9), 팔도(9.1) 순이다. 한때 70%대 점유율을 보이던 농심의 위상은 예전만 못한 상태다. ‘진라면’을 앞세운 오뚜기를 비롯해 후발주자들이 히트상품을 연이어 선보이며 농심의 아성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농심은 최근 8년 만에 신라면 신제품 ‘신라면 건면’을 출시했다. ‘신라면 건면’은 칼로리를 일반 라면의 약 70% 수준인 350㎉로 낮췄다. 농심이 기름에 튀기지 않은 건면을 출시한 것은 국내 라면시장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어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기 위해서다. 국내 건면 시장은 지난해 1178억원 규모로 2016년(930억원)에 비해 20% 이상 성장했다. 전체 라면 시장 규모(2조480억 원대)의 5% 안팎이지만, 최근 3년간 정체된 라면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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