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노릇은 힘들어요
엄마 노릇은 힘들어요
  • 경남일보
  • 승인 2019.08.12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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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신애리
신애리

‘애앵 앵’ 매미 울음소리가 천둥처럼 요란한 오후 나절, 붉은 구명조끼를 입고 계곡으로 달려간다. ‘아이들도 아니고 어른이 무슨 구명조끼까지 입고 계곡으로 들어오냐?’

허리 정도 깊이의 계곡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두 팔을 짝 벌리고 하늘을 보며 눕는다. 뜨거운 여름의 본질이 이처럼 차갑고 시원한 물속에서 출발했다는 깨달음과 ‘덜컥’ 만난다. 머릿속에서 발끝까지 시원해지고 평소에 무겁던 몸은 두려움의 껍질을 훌훌 벗는다. 계곡과 하나가 되어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붉은 구름이 된다. 작은 새의 깃털이 된다.

방학만 되면 엄마 노릇이 어렵다는 학부모들을 만나게 된다. 사실 엄마 노릇, 부모 노릇 등 노릇이란 완성된 행동이 아닌 그 역할과 구실을 낮추는 말이다. 처음부터 연습 되고 결정된 행동이 아니라 관계와 관계 사이에서 생겨나 서로에게 직접적인 행위를 촉발하는 단어일 뿐이다. 엄마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난 순간부터 엄마가 되고 부모의 역할과 구실을 하도록 압박을 받는다. 엄마나 아이 모두 이 지구별에서의 역할 활동은 처음이니 미숙하고 불안한 것은 똑같다.

“유주가 발을 다쳤어요. 병원에 데려갔는데 발등뼈에 금이 가서 발에 깁스해야만 한데요.”

“왜 태어나서 다치고 아픈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요. 나는 좋은 엄마가 아닌가 봐요.”

부모와 자식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살아가는 그 모든 순간은 언제나 처음이다. 엄마도 아프면서 배워나가고 있고 아이는 살아갈 미래를 연습하고 있을 뿐이다.

누구도 노릇에는 왕도가 없다. 당신이 사랑하는 그 아이를 믿고 그의 의견도 들어가면서 관계를 만들어가면 더 편안한 길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만 있다. 서로라는 상황을 잊지 말고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서 팽이가 쉽게 넘어지지 않도록 팽팽하게 당겨주는 지혜가 엄마 노릇이다. 우리 아이 앞에 놓인 문제를 부모가 미리 해결하거나 결정하지 말고 손잡고 함께 해결해나가는 과정, 그것이 부모 노릇이다.

‘노릇이란 이런 거야.’ 미리 결정해 두지 말고 순간, 순간들을 받아들이며 즐기라고 말하고 싶다. 휴가철을 맞아 계곡물에 제 몸을 맡기듯, 힘을 빼고 가만히 하늘을 보고 눕기만 하면 둥둥 구름이 된다. 나의 힘은 빼고 너의 힘을 믿기만 하면 몸은 떠 오른다.

단지 노릇일 뿐인데 어찌 완성이 있겠는가? 어찌 끝이 있겠는가? 서로를 잘 맡길 따름이다.

차가운 계곡물에 몸을 맡기듯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에 구름을 맡기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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