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희근 교수의 慶南文壇, 그 뒤안길(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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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일보
  • 승인 2019.08.15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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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4)빗방울 김수업 교수를 평전으로 읽다(3)

선생의 우리말 지키고 가꾸는 일이
자연스레 겨레문화 관심으로 이어져

기록 중요성 강조한 선생의 가르침
핑계로 그의 삶을 평전으로 엮어
지난 회에 ‘빗방울 김수업’의 머리말을 읽고 있었는데 그 머리말 중에 진주문화연구소 김중섭 이사장이 배달말 가르치기 분야를 지적하고 있는 부분에 머물러 있는 중이다. 그 머문 자리는 2004년 전국국어교사모임에서 실시한 겨울방학 연수때의 일이다. 대전 목원대학 대강당에서 400명이 가득찬 가운데 진행되었다. 필자는 이때 <중등교육에서의 시교육> 강의를 요청받고 3시간 연강을 하게 된 것인데 수강생 교사들과 필자가 하나의 호흡으로 일치가 된 강의를 할 수 있었다.

이 무렵 필자는 그간 시교육 연구가 가미된 저서 ‘우리시 짓는 법’을 간행한 터이라 이 분야 강의가 가능했었고 중고교 국어과 교사들이 현장에서 부딪쳐 고민한 문제를 공유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 될 수 있었다. 필자는 이때 3시간 강의가 평생에서 가장 감명 깊었던 강의로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그때의 감명으로 돌아와 시 <순결>을 써서 발표했다

“동지들,// 전국국어교사 모임/ 겨울 연수/ 사백 여명// 등불 켜 들고/ 연등이다// 오라고 해 모인 것 아닌/ 가라고 해 모인 것 아닌// 우리의 숨결/ 우리의 눈물 흐르는 데로 와// 나랏말 내는 쑥향내와/마늘내/ 불 켜고 우우, 달이며 있는// 동지들//나는 처음으로/ 혈서 쓰는 마음/ 순결의 소리로 흐르는 불빛,// 동지들 안으로 들어갔다”

이날 강의 마치고 나오는데 눈이 펄펄 날리기 시작했다. 400명 동지들을 만나고 헤어져 나오는 길이 아쉬웠다. 동행한 박우담(이형기기념사업회장) 시인은 “선생님 강의가 어떤 대목에서는 가슴이 떨려왔습니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박시인과 필자는 이날 저녁 부산 해운대에서 천상병문학제 준비모임에 갔다가 진주로 오는 중에 대설을 만나고 고속도로가 꽁꽁 얼어붙고 우리차량은 함안 오르막 도로에서 꼼짝 없이 밤을 새울 수밖에 없었다. 좋은 일이 있고 난 뒤의 하루밤 새우기 정도는 추억을 배가시키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김중섭 이사장은 이어 김수업 선생이 우리말을 지키고 가꾸는 일은 자연스럽게 겨레의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고 말하고 “선생께서는 진주오광대, 솟대쟁이놀이 같이 잊혀온 문화유산을 되살리고 널리 퍼뜨리는 일을 하셨습니다”고 지적했다. 김이사장은 머리말 끝에다 “평생을 겸허하게 사신 선생께서는 이런 책의 출간을 못마땅하게 여기실 것이라는 염려도 없지 않지만 항상 기록의 중요성을 강조해 오신 선생의 가르침을 이 책을 만드는 빌미로 삼았습니다”고 적었다.

임규홍 교수는 <참 국어교육을 열다>에서 “빗방울 선생은 수업시간에 말을 적게 하는 교사가 유능한 교사라고 했다. 이런 가르침을 받고 교사가 된 경상대학교 국어교육과 출신 교사들은 현장에서 학생 중심으로 활발하게 국어를 가르쳤다.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발표하게 하고 글을 많이 쓰게 하는 등 학생 활동을 많이 시켰다. 그러나 이러한 깊은 뜻을 알지 못했던 당시 많은 교장이나 교감, 선배 교사들은 경상대 국어교육과 출신 교사들의 교수방법을 못내 못마땅해하고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것이 사실이다. 경상대 국어교육과 졸업생 교사들은 빗방울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말로만 수요자 중심, 학생 중심의 교육이 아니라 실제로 학생 중심의 교육을 했던 것이다. 지금도 교육과정에는 학생 중심의 탐구활동을 하라고 되어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그러한 교육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니, 빗방울 선생의 가르침이 언제 이루어질지 안타깝기만 하다.”

김수업 선생이 지도교수로 하여 발족된 ‘전국국어교사 모임’에 대해 우리말교육연구소 사무국장 김미숙 선생은 <현장과 힉문이 어우러지는 우리말교육학>을 제목으로 기술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전국모)은 온 나라의 아이들에게 단 한 권의 교과서, 아이들의 삶과 동떨어진 교과서로 우리말을 가르치기에는 너무 모자랐다. 그리하여 국정교과서를 넘어 우리 손으로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만들기로 하고 1999년에는 ‘교육과정 2000’을, 2000년부터 2002년까지는 대안 교과서 ‘우리말 우리글’ 네 권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현장의 국어교사들이 교육과정과 교과서를 만들기에는 지식과 이론과 철학이 너무나 모자란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깨달으며 우리말 교육의 현장을 우리말교육의 학문으로 이어 우리말교육이 우리 삶터에 제대로 뿌리내리도록 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우리말교육연구소’를 세우기로 하였다. 2005년 전국모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전국모 부설기관으로 연구소의 문을 정식으로 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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