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소통의 장인가?
대학생 익명 커뮤니티, 소통의 장인가?
  • 경남일보
  • 승인 2019.08.18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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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진(경상대신문사 편집국장)
페이스북의 ‘대신 전해드립니다’와 대나무숲, 에브리타임 등 학교의 익명 커뮤니티는 대학생들이 소통하는 장이다. 로맨틱한 짝사랑 글이나 이에 대한 상대의 답변, 학교 내에서 귀신을 봤다는 이야기나 잘못을 저지른 학과 내 인물을 공론화하는 등 여러 이야기가 익명 커뮤니티를 이룬다. 같은 학교 내에 속해 있다는 유대감 때문인지 많은 학생이 이용하며, 여러 이야기와 정보가 오간다. 이러한 효과로 더욱더 많은 대학생이 사용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익명성에 기대어 친구나 부모님께 말하기 힘든 일들을 쉽게 털어놓기도 하고, 진심 어린 조언과 위로도 받는 경우도 있다. 분실물을 보관하고 있다거나 찾고 있다는 게시물은 하루건너 하루 올라오고, 가끔은 실명으로 말하기에 부담스러운 고발이 올라오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익명 커뮤니티에도 어두운 면은 있다. 도를 넘은 지나친 욕설이나 성적인 게시물, 약자혐오, 특정인을 향한 비난까지 난무하다. 특정인이 마음에 들었다며 애인이 있는지 묻는 글이나, 쪽지나 댓글로 성희롱을 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또한 사건의 전후파악을 채 끝내지 않고 무조건 가해자로 몰아가는 마녀사냥도 서슴지 않는다.

페이스북의 ‘대신 전해드립니다’나 대나무숲 페이지 같은 경우는 관리자가 있어 사연을 받고 검토 끝에 대신 게시물을 게재한다. 이에 위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그나마 적지만 에브리타임이나 자체 커뮤니티 같이 회원 개개인이 게시물을 쓸 수 있는 공간은 문제가 크다. 해결을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혐오표현과 욕설 등을 사용하는 사람을 책망하고 비판하여 자연히 본래의 목적대로 익명 커뮤니티를 사용하도록 하는 자정 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지금의 대학가에서 이러한 자정 능력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가벼운 재미를 추구하고 어렵고 무거운 주제는 피하는 현재 대학생들의 특성 때문이다. 기본과 도리를 지켜서 하는 말에도 ‘진지충’이니 ‘선비’니 비아냥거리기 일쑤다. 이러한 분위기가 만연하자 진중한 이야기는 애초에 스스로 검열하고 하지 않으려 한다. 따라서 개인이 자정능력을 갖고 있어도 이를 밖으로 표현할 수 없거나 표현하지 않는다.

악의는 퍼지기 마련이고, 제어할 필요가 있다. 개인의 양심과 의식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제도적인 빨간 선이 필요하다고 느낀다. 익명성을 이용해 자극적인 이슈를 만드는 익명 커뮤니티를 절제시킬 선이 있다면 사건을 예방할 수 있으며, 혹여 벌어진 일도 재빨리 수습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대학생을 위한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여타 익명 커뮤니티에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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