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97] 두타산 무릉계곡
스토리텔링이 있는 힐링여행[97] 두타산 무릉계곡
  • 경남일보
  • 승인 2019.08.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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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이상세계, 무릉도원

진(晉)나라 무릉 땅에 사는 한 어부가 복숭아 꽃잎이 떠내려 오는 강을 따라 배를 타고 올라갔는데, 온통 복숭아꽃이 만발한 숲에 도착했다. 조그만 바위굴이 하나 있어 어부는 동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그러자 복사꽃이 피어있는 넓은 들이 나타났고 많은 사람들이 행복에 찬 모습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자신들이 옛날 진(秦)나라의 학정을 피해 이곳으로 피신한 사람들로 세월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른 채 행복하게 생활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집으로 돌아온 어부는 곧 고을의 태수를 찾아가 자기가 경험한 이야기를 했다. 태수가 사람을 시켜 다시 그곳을 찾게 했으나 그곳을 두 번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고 한다.

무릉도원(武陵桃源)은 도연명의 ‘도화원기’에 나오는 말이다. ‘무릉에 복사꽃이 활짝 피어있는 곳’이라 뜻이지만, 사람들이 근심걱정 없이 행복을 누리며 살 수 있는 이상향을 가리키는 말로써 화개동천, 두타동천 등의 ‘동천(洞天)’과 영어의 ‘유토피아’와 같은 뜻이다.

인간은 누구나 무릉도원에서 살기를 꿈꾼다. 특히 삶이 팍팍하고 괴로운 일이 많을 때, 그 근심걱정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인 이상향을 꿈꾼다. 그런 이상세계가 과연 존재할까?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여름, 진주돗골한마음산악회(회장 윤상규) 회원들과 함께 무릉도원이 있는 동해시 두타산 무릉계곡으로 힐링여행을 떠났다. 속세의 번뇌를 버리고 불도를 닦는다는 뜻을 지닌 ‘두타산’의 무릉계곡, 묘하게도 산과 계곡의 이름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듯해 필자가 오래 전부터 ‘가고 싶은 탐방지’ 목록에 올려놓은 곳이다. 진주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서 10시 40분에 무릉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여름철의 이상향, 무릉계곡

무릉계곡은 호암소에서 시작하여 용추폭포까지 약 4㎞ 계곡을 말하는데, 일명 무릉도원이라고도 불린다. 고려시대에 동안거사 이승휴가 살면서 ‘제왕운기’를 저술하였고, 조선 선조 때 삼척부사 김효원이 ‘무릉계곡’이란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인간이 살아가기에 가장 이상적인 곳이라는 의미에서 붙인 이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여름철의 두타산 계곡은 많은 사람이 가서 머물고 싶어하는 이상향으로서의 ‘무릉계곡’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릉계곡 주차장-관리사무소-금란정-무릉반석-삼화사-학소대-두타산성 입구-갈림길-하늘문-‘두타산성폭포 조망’-하늘문-장군바위-선녀탕-쌍폭포-용추폭포(원점회귀)’ 약 9㎞를 다섯 시간에 걸쳐 탐방했다.

관리사무소를 지나자 바로 숲길이다. 우거진 숲 때문인지, 햇살 하나 비집고 들어오질 못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무렵인데도 무릉계곡 초입부터 서늘한 기운이 가득 흐르고 있었다. 숲길의 반은 반석을 깔아놓은 돌길이고, 반은 황톳길이다.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흙길을 걸어다녔다. 도시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덜 인위적인 길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 황톳길과 돌길을 번갈아 걸으며 조금 더 올라가자, 무릉반석 암각서 중 양사언이 강릉부사 시절에 쓴 글을 새겨놓은 석각이 있었다. 금란정 옆 계곡에는 1500여평이나 되는 무릉반석이 깔려 있었고, 돌바닥에는 많은 사람들이 쓴 글이 새겨져 있었다. 글씨도 반석의 인테리어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숲길이라서 더위를 못 느낀 것도 있지만, 계곡물 소리가 여름 더위를 몽땅 물에다 싣고 가버렸기 때문에 무릉계곡에는 여름 더위가 범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할 정도로 계곡물 소리가 시원했다. 삼화사를 지나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자 동굴 속에서 나오는 물줄기가 폭포를 이룬 절경이 나타났다. 폭포 옆 바위에 학이 둥지를 틀었다 하여 학소대라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마침 모형 학 두 마리가 폭포수 옆에 우아한 자태로 서 있었다.

계곡 숲길을 따라 계속 올라가자 하늘문으로 가는 샛길이 하나 있었다. 하늘문, 하늘에 닿는 길인가? 궁금해서 용추폭포로 가는 걸음을 돌려 하늘문으로 향했다. 작은 계곡이 하나 있었는데, 이곳은 임진왜란 때 전사자들이 피를 많이 흘렸다고 해서 피마름골이라 불린다. 계곡에서 거의 수직에 가까운 경사에 300개가 넘는 철계단을 밟고 올라가야 했다. 너무 가팔라서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왔다. 거대한 바위문인 하늘문을 통과하자 건넛산 계곡에 두타산성 폭포가 장관을 연출해 놓고 있었다. 두타산과 청옥산, 두 산이 만든 계곡의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이 바로 천상 세계, 즉 무릉도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의 때를 씻겨준 무릉계곡

다시 하늘문으로 내려와 무릉계곡의 종착지인 용추폭포를 향해 올라갔다. 멀리까지 우뢰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선녀탕을 지나자 두 개의 물줄기가 수직낙하 하는 모습이 보였다. 소리의 주인공인 쌍폭포였다. 아주 웅장한 남성적인 모습을 띠고 있었다. 온몸이 오싹할 정도로 골짜기의 기운이 차가웠다. 쌍폭포 바로 위, 한 줄기로 떨어져 내리는 용추폭포는 섬세한 여성처럼 보였다. 여름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폭포수 소리를 들으며 고개를 돌리는 순간, 건너편 거대한 산봉우리를 만들고 있는 만물상이 한눈에 들어왔다. 발가락 모양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는 발바닥바위를 비롯해 여러 형상의 바위가 한곳에 몰려 있는 만물상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여름 무릉계곡이야말로 만인이 머물고 싶어하는 이상향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려오는 길, 무릉반석에 앉아 탁족(濯足)을 했다. 발을 30초도 못 담가있을 정도로 물이 차가웠다. 몸과 마음을 깨끗이 헹군 하루 차마 떠나기 싫은 발걸음을 떼면서 행복에 겨운 하루를 데불고 내려왔다. 무릉계곡, 마음으로만 그린 이상향이 아닌 내 몸으로도 느낄 수 있었던 천국이었다.

/박종현(시인, 경남과기대 청담사상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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