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추억을 쌓다(8-2) 로드카우 강동현 씨
시장, 추억을 쌓다(8-2) 로드카우 강동현 씨
  • 백지영
  • 승인 2019.08.19 16: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찾아가는 푸드트럭 출신…“이젠 청년몰에 찾아오게 해야죠”
로드카우 사장 강동현씨.


‘스테이크 정식, 불초밥 정식, 소고기땡초크림리조또…’

진주 중앙시장 2층에 자리 잡은 청년몰 한편에는 소고기 요리를 주력으로 하는 가게, ‘로드 카우’가 있다.

사장 강동현 씨는 3년 전부터 스테이크를 전문으로 하는 푸드트럭을 운영하다 청년몰로 자리를 옮겼다.

가게 이름을 영어에서 한글로 바꿔보면 ‘길 소’. 푸드트럭을 시작할 때 처음 만들었던 상호를 그대로 가져오느라 붙은 이름이라고 했다.

“거리에서 스테이크를 파니까 단순하게 각각 길과 소를 뜻하는 영어단어 ‘road’와 ‘cow’를 조합해서 정했어요. 사람들에게 외우기 편해서 쉽게 각인될 수 있는 이름이 뭘까 나름대로는 엄청나게 고민해서 지은 상호죠. 하하하”

다음은 강 씨와의 일문일답.

-푸드트럭 시작한 계기는.

▲ 일반 회사에 다니며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여자친구와 서울에 놀러 가게 되었는데 푸드트럭이 활성화된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그 당시 진주를 포함한 경남지역에는 푸드트럭 사업이 활발하지 않은 상태였다 보니 한번 뛰어들어 보고픈 마음이 생기더군요. 회사만 다니다가는 시작을 하지 못할 것 같아서 퇴사하고 푸드트럭 5대를 운영했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사람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허가도 안 낸 사람들이 손님만 뺏어간다는 인식이 있었거든요. 그래도 푸드트럭이 집 앞으로 찾아가니 ‘집 앞에 왔으니까 하나 사 먹어야지’라는 인식을 가진 분들도 있었던 건 장점 같아요.

-기억에 남는 손님이나 특별한 상황이 있다면.

▲ 많아요. 저 같은 경우는 진주를 중심으로 푸드트럭을 운영하다 밀양이나 고성 같은 곳에서도 방문해 달라는 전화가 오면 찾아갔어요.

어느 날은 그렇게 제안을 받고 찾아갔는데 아파트 앞에서 경비원이 저희를 쫓아내려고 하는 거예요. 당시 저희 음식을 먹으려고 아파트 아주머니 50명 정도가 줄을 서 있었는데, 부녀회랑 그 아주머니들이 경비원에게 저희를 쫓아내지 말라고 말렸던 게 특별히 기억에 남아요.

그 외에도 다른 분들이 자기 집 앞이나 마당으로 와서 장사하라고 초대하셔서 찾아간 적도 있네요.

-어떻게 푸드트럭 5대를 운영했는지.

▲ 저 혼자 푸드트럭을 5대 보유하고 있는 게 아니라 푸드트럭 하고 싶다고 접촉해오신 분들께 다른 지역으로 호점을 내주는 방식이었어요. 진주가 1호점이라고 하면 2호점도 있고, 제주도에도 있었고요.

그런데 유행이 지나니까 푸드트럭을 또 안 찾더라고요. 트럭이 제지받는 경우도 많았구요, 푸드트럭을 허가해 준다고 해서 기다려봤지만 결국 안 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청년몰에 입점하기로 하면서 다 처분을 했습니다.

-중앙시장 청년몰로 들어오게 된 계기.

▲ 푸드트럭을 접기로 한 후 처음에는 다시 회사에 들어가 직장인으로 살아볼까 싶기도 했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스스로 하나하나 일궈가며 올라온 것을 다 버리기는 아쉬웠어요. 그러던 차에 입점자들에게 좋은 지원을 해주는 청년몰을 알게 되면서 이곳을 통한 재기를 꿈꿨지요.

시청에서 진행하는 브랜드 교육부터 시작해 각종 교육이란 교육은 다 받았습니다. 이런 것까지 받아야 하나 싶을 만큼 다방면으로 열심히 들었어요. 교육이 끝난 후 비단길 청년몰 사업에 대해 ‘괜찮다’, ‘아니다’ 말이 분분해지며 진행이 두세 달 지연되기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중간에 나간 분들도 있어요.

-평소 중앙시장은 이용해 봤는지.

▲ 청년몰에 입점하기로 한 후부터 많이 와보게 됐어요. 사람들이 많이 없긴 하더라고요. 그래도 현재 비단길 청년몰에 입점해 있는 11팀이 열심히 하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메뉴가 많으니까 차를 타고 오신다 해도 후회는 없을 것 같단 생각을 했죠.

-기대했던 것과 현실의 차이는.

▲ 사실 저는 장사가 그렇게 잘 될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찾아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아직 힘 빠지고 그런 건 없어요. 저는 함께 ‘화이팅’하며 힘을 내 일하는 유형이라서요. 하하하

-비단길 청년몰 상인들끼리 단합은 어떤지.

▲ 잘 되고 있어요. 같이 밥 먹거나 술 마시자고 하면 너나 할 거 없이 다 모여요. 동생들도 형님 잘 따라주고 저도 형 잘 따르고 합니다. 아무래도 다들 간절하다 보니 단합이 잘되는 것 같아요. 사이 나쁘고 그런 것이 없으니까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가게 추천 메뉴는.

▲ 저는 불초밥을 추천합니다. 소스도 제가 직접 다 만들고 있거든요.

저는 음식을 만들 때 소스에 중점을 두는 편인데요. 제가 워낙 소스를 좋아하다 보니까 딱 먹었을 때 맛을 기억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소스를 직접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올해 목표나 소망은.

▲ ‘로드 카우’라는 가게가 푸드트럭을 벗어나 중앙시장에 새로 자리 잡아서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요. 이제는 제가 손님에게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손님들이 ‘로드 카우’가 있는 이 청년몰로 찾아와 줬으면 하는 바람이죠.

-향후 계획은.

▲ 저는 체인 사업보다는 이 가게를 기반으로 장사를 크게 하고 싶어요. 지금은 스테이크 외에 파는 메뉴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최종적으로는 소의 여러 부위를 취급하는 소고깃집을 차리고 싶어요. ‘로드 카우’라는 지금 이름 그대로요. 손님들이 오셨을 때 부위별로 ‘이 부분은 구워 먹기 좋고 이런 부분은 스테이크로 먹기 좋다. 또 이런 부분은 회로 먹기 좋다’ 같은 설명을 하면서 코스 요리를 대접하고 싶은 게 목표죠. 분위기도 있어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는 고깃집을 차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 기존의 상인 어르신들과의 소통에 관련해서는 솔직히 나이 차가 많이 나다 보니 다가가기가 힘들었던 점이 있었어요. 그래도 개업할 때 떡도 돌리고 인사도 하면서 노력하고 있어요. 저희가 손자뻘이 되다 보니까 어른들의 말을 잘 새겨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르신 중에는 청년몰이 새로 들어온 것을 좋아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별로 달가워하지 않으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은데요. 그런 분들의 마음도 사로잡기 위해 청소도 인사도 열심히 하면서 최대한 노력해 볼 생각이에요.

앞으로 청년몰 협동조합 차원에서 지역의 복지센터 같은 곳에 봉사활동을 나가서 좋은 일을 하면서 저희의 존재를 함께 알리는 등 성숙하게 다가가고 싶어요.

전국의 청년몰이 10% 빼고 90%가 망한다는데 그건 개인적인 행동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단합해서 단체 활동을 한번 해볼 생각입니다. 이런 활동을 통해 시장 상인 분들의 저희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뀌면 좋겠어요.

글·사진=이기훈 진주중앙시장 청년기록단원·정리=백지영기자

 
이기훈 진주중앙시장 청년기록단원.

시장을 통한 새로운 인연 - 이기훈 진주중앙시장 청년기록단원

무료한 삶에 별다른 활력 요소가 없던 때, 우연히 청년기록단 모집 공고를 접했다. 여러 사람과 소통을 하고 그 과정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겠다 싶어 지원하게 됐다.

중앙시장에 대한 단원들간의 의견을 공유하고 그에 대해 생각하며 점점 모임 횟수도 늘려가며 보니 자연스레 추억도 쌓였다. 다 같이 모여 중앙시장의 명물 중 하나인 꿀빵이나 김밥을 나눠 먹고, 청춘 다락 카페를 찾아 어느 가게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찾아보는 소소한 게임을 한 경험 등을 잊지 못할 것 같다.

중앙시장은 어렸을 때는 친근하다 느꼈지만 성장하다 보니 나도 모르게 서서히 멀어진 존재였다.

청년기록단 활동 책자를 내기 위해 시장의 여러 상인을 인터뷰하며 팀원들과 같이 중앙시장을 걸으며 웃고 즐겼더니 중앙시장과도 다시 친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기존 청년몰인 청춘 다락을 두어 번 가보며 그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 활동을 하면서 비단길 청년몰도 새로 영업을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비단길 청년몰 상인 3명을 인터뷰하며 그들의 가게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곳에 자리 잡게 된 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중앙시장에 한결 더 가까워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경상남도 진주시 남강로 1065 경남일보사
  • 대표전화 : 055-751-1000
  • 팩스 : 055-757-1722
  • 법인명 : (주)경남일보
  • 제호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 등록번호 : 경남 가 00004
  • 등록일 : 1989-11-17
  • 발행일 : 1989-11-17
  • 발행인 : 고영진
  • 편집인 : 강동현
  • 고충처리인 : 최창민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지원
  •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경남, 아02576
  • 등록일자 : 2022년 12월13일
  • 발행·편집 : 고영진
  •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경남일보 -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gnnews@g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