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에 묻힌, 우리 민족의 아픔과 만나다
광복에 묻힌, 우리 민족의 아픔과 만나다
  • 백지영
  • 승인 2019.08.21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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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마주한 합천 원폭 피해자

일본의 경제 제재로 한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되는 한일 역사문제를 일본은 ‘과거’라고 치부하고 떨쳐버리기를 원하지만 엄연한 현재 진행형이다.
이런 가운데 대중의 관심에서 조금은 소외된 합천 원폭피해자를 만나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청년들이 있다. 경상대학교와 진주교육대학교 학생 5명으로 구성된 대학생 동아리 ‘더 bro’가 그들이다. 본보는 ‘더 bro’가 지난 7월 합천 원폭자료관에서 ㈔합천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과 진행한 인터뷰를 소개한다. 청년의 시각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생생히 보여주기 위해 원본을 최대한 살려 지면에 담는다. /편집자주

 

원폭 피해자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는 심진태 ㈔합천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원폭 피해자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는 심진태 ㈔합천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심진태 ㈔합천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협회 차원에서 하는 활동은.

▲ 과거에는 우리가 이 문제를 자꾸 숨기려고만 했다. 시대가 좋아지고 사회가 바뀌면서 이제는 아프면 아프다고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제 생존자가 몇 명 남지 않았는데 역사에 구술 기록이라도 남기려고 한다. 전쟁은 절대 해서는 안 되고 핵무기를 쓰면 안 된다는 경각심·공포심을 여러분 같은 후세가 배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평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전쟁이 없어야 가능한 것이 평화다. 전쟁과 공존하는 평화라는 게 없지 않나.
 
- 저희 같은 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 청년에게 바라는 게 많다. 전쟁을 벌이지 말고 평화를 이룩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더는 전쟁으로 불우한 희생자가 생기지 않아야 한다. 젊은 세대가 전 세계적으로 핵무기를 사용하는 전쟁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운동을 진행하면 좋겠다. 핵무기는 한번 방사선에 노출되면 유전적으로 후대에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무기는 절대적으로 없어져야 한다.
 
- 특별법도 시행되고, 보건복지부에서 실태조사도 했는데 달라진 점은 없나.
▲ 참 기가 막히고 학생들 보기도 부끄러운 이야기다. 2016년 5월 19일 원폭 특별법이 제정되긴 했지만 반쪽짜리 특별법이다.
14조에 보면 추모 묘역조성 하게 돼 있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데 회의에도 잘 모이지 않는다. 따로 피해자협회 운영비가 나오는 것도 아니다. 원폭 자료관도 지부장이 바뀌면 없애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든다.
 
- 원폭 피해자와 관련된 내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 2010년부터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려고 하고 있는데 그게 잘 안 되고 있다. 피폭자가 33개국으로 분산돼 있는데 각 나라에 분산된 관련 자료를 가지고 와서 당시 전쟁사나 원자폭탄 투하 과정 등을 한 공간에 담아내려는 공간이 세계평화공원이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역사에 남기면 우리나라가 비핵화 운동 주체 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고 본다. 남북한 비핵화 논의부터 핵확산 금지조약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부를 통해서 전국 학생들이 와서 핵무기 관련 교육을 받고 하면 얼마나 좋겠나. 그런데 다들 관심들이 부족한 것 같다.
 
- 일본에서 발급하는 ‘피폭자 건강수첩’을 받는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들었다.
▲ 이거 받으려고 온갖 애를 다 썼다. 전부 개인이 자기 돈 들여서 소송해서 받아왔다. 피폭자 건강수첩이 있어야 우리나라에서 등록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도 국가는 아무것도 한 게 없다. 소송부터 하나도 도와준 게 없다. 우리가 일본에서 피폭당했다고 소송도 하고 경찰서에서 조사도 받으며 받아왔는데 그 과정에서 국가가 도와준 게 전혀 없다. 피폭 당시에 10세 이상이었던 증인 2명을 대라고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각 식구가 풍비박산 나 따로 피난했다가 다른 곳에서 겨우 만나던 시절인데 일본 경찰이 미련한 소리를 한다. 그 행태를 그저 방치한 국가가 무슨 할 소리가 있겠나.

더 bro 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규열 ㈔합천원폭피해자협회 회장.
더 bro 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규열 ㈔합천원폭피해자협회 회장.

이규열 ㈔합천원폭피해자협회 회장

-한일간의 원폭 피해자에 관한 역사는.
▲ 일본인들은 국제사회에서 자기들만 피해를 봤다고 호소한다. 일본 측 추산 자료만 봐도 한국인 피해자가 10만여 명으로 전체의 13~14% 정도 되는데 이런 피해 사실을 국제 사회에 알려야 한다.

-우리 원폭 피해자와 관련된 국민들과 정부의 인식에 대해서도 말해달라.
▲ 원폭 투하가 2차 세계대전을 종식하는 계기가 됐다. 그 덕에 우리 국민은 일본으로부터 해방된 셈이니까 원폭 피해에 대해 잘 모르는 편이다. 당시 피해를 본 한국인은 대부분은 강제노역으로 끌려갔다 당했다. 국민들이 그 고통을 인정해주고 피해자를 위로해주면 좋겠는데 잘 모르는 사람이 많으니 안타깝다.

우리나라가 6·25 전쟁 후 미국의 원조를 받으며 지내오다 한미동맹을 맺었다. 일본의 경우 전후 우리보다 먼저 경제적으로 일어섰다 보니 양국 경제와 긴밀하게 연관돼 있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 차원에서 미국이나 일본에 원폭 피해자에 대한 큰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 같다. 근데 피해자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다.. 우리도 피해에 관한 권리도 요구하고 싶고, 보상도 요구하고 싶은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2중 3중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느껴진다.

합천에 원폭 위령각이 있는데 이것도 국가가 지은 것이 아니라 종교단체에서 성금을 모아서 만들어 준 거다. 추모 시설인데 국가 차원에서 나서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특별법 제정까지 있었던 어려움.
▲ 과거에는 정부에서 원폭 피해자에 관한 관심이 없었다. 우리를 비롯해 일본군 위안부나 강제노역 등 일본과 감정적으로 대립하는 문제에 대해 소극적이었다. 우리는 피해를 봤으니 복지 정책의 대상에 포함했으면 싶지만 우리만의 생각이었다.
정부에서 특별법을 만들긴 했지만 피폭 1세만 지원 대상으로 한정했다. 피폭 2세·3세도 원인 모를 병으로 많이 입원해 고통받고 있는데 정부가 인정을 안 한다. 질병이 일반인보다 적게는 5배 많으면 100배까지 발생 확률이 높은데 안타깝다. 지금 법에는 급한 대로 1세만 포함된 상태다. 2세·3세도 포함된 개정안이 지난 4월 25일 나왔지만 국회 복지위를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3세를 포함하면 재정 부담이 늘어나다 보니 기획재정부가 곤란하다고 나와서 보건복지부와 어깨다툼을 하고 있다. 20대 국회에서 의결되기를 기원했는데 국회가 안 열리고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 보니 애를 태우고 있다.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우리에 대해 악성 댓글을 남기는 사람들이 꽤 많아서 볼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 얼마 전 트럼프가 방한했을 때 우리가 미 대사관에서 행진했다. 사실 원폭을 터뜨린 건 일본이 아니라 미국이지 않나. 책임을 규명하고 사죄해달라는 시위를 했는데 우리를 한미동맹을 깨뜨리려는 집단으로 보고 공격하더라. 미국 덕분에 사는데 원폭 피해 운운하면 어떡하냐는 반응이었다. 동맹이라는 것은 양국 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껄끄러운 점이 없어야 이루어지는 것이지 않나. 한국인 원폭 피해자도 일단 일본 측은 10만이라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70만 이상이 히로시마나 나가사키에 있었다고 보고 있다. 그만큼 피해가 컸고 그 앙금이 아직 남아있는데 시위를 했다고 비난을 받으니 안타깝다.
 
-지금 협회에서 하는 2세·3세에 관한 지원.
▲ 협회에서는 2세·3세에 대한 제대로 된 지원을 해줄 수도, 할 수도 없다. 자기들끼리 연락하고 모이라고 한 달에 30만 원 정도 운영비에서 조금 차출해 도움을 주는 정도가 끝이다. 이제 정비가 되면 후손들도 법인 등록을 할 거다. 개정법령에 2세·3세 후손이 제대로 포함되면 조직이 활성화될 거다. 일본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후손들에 관한 법령은 없지만 지자체·광역단체 차원에서는 진료해주고 있다. 우리나라는 합천군이 일부 병원과 원폭 피해자 후손들 진료에 대한 협약을 맺어둬 치료비 부담이 덜한 편이다. 법 개정이 완료되면 의료비에 관해서 상당 부분 혜택이 있을 것이라 본다.
 
-언론 등 외부와 접촉은.
▲ 언론이 해마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터진 8월 초를 즈음해 취재 경쟁을 벌인다. 그에 비해 홍보는 잘 안 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본인 동의 하에 실태조사를 통한 심층취재를 하고 시청률 높은 시간에 다큐멘터리나 단막 영화로 방영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원폭 피해자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글·사진=더 bro팀·정리=백지영기자

 

지난 8월 6일 원폭 희생자 추도식을 찾은 더 bro팀.
지난 8월 6일 원폭 희생자 추도식을 찾은 더 bro팀.

비핵화 첫걸음은 원폭 피해자 인권 향상 - 노영은 더 bro 팀장(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올해 초 일본인 친구를 통해 우리나라에도 원폭 피해자가 있음을 알았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다른 나라 친구를 통해서 들었다는 게 창피했다. 그래서 친구들을 모아 동아리를 조직했다. 나 같은 한국인에게 한국에 원폭 피해자의 실태를 알리고 싶어서다.

지난 4월 유네스코에서 평화, 인권, 민주주의라는 주제로 활동하는 동아리를 지원하는 ‘평화누리단’을 펼친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해 선발됐다.
합천의 원폭 피해자들과 인터뷰를 하며 ‘우리 정부에서 더욱 현실적인 지원을 해줬다면 피해자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일었다.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현세대를 살아가는 전 세계 사람들이 공통으로 안고 갈 과제가 바로 핵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여러 역사적 사건으로 핵의 무서움을 알고 있기에 비핵화를 주장한다. 많은 사회활동의 근본은 나의 인권, 너의 인권, 우리의 인권에 있다. 그리고 핵의 피해를 겪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대한 공감과 연대도 존재한다.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 바로 원폭 피해자들의 지속적인 삶을 추구할 인권에 대한 것이다. 그들의 역사적 피해 아픔을 전 세대, 전 세계가 잊지 않고 공감·연대해야 한다.

우리들의 이웃, 원폭 피해자들의 인권을 바로 세우는 것이 진정한 비핵화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더 bro 팀에게 원폭 피해자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는 심진태 ㈔합천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더 bro 팀에게 원폭 피해자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는 심진태 ㈔합천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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