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광복절을 맞아 다시 일본을 생각하며
[기고] 광복절을 맞아 다시 일본을 생각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9.08.22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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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규홍(경상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임규홍 교수
임규홍 교수

해마다 팔월 한더위로 온몸에 땀을 적시는 이맘때 더운 열기보다 더 뜨거운 날이 있다. 바로 광복절이다. 지금부터 74년 전의 일이다. 문서로 나라가 빼앗긴 해로 보면 36년 동안 일본의 지배를 받았지만 실제는 1876년 병자년에 왜의 침략으로 2월에 부산항구와 동래를 빼앗겼으며, 7월에는 우리 외교 문서를 모두 일본말로 쓰도록 했고 그것 또한 한문으로 번역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리고 일본 정부의 배는 항구세를 내지 않는다고 했으니 왜의 조선 침략은 병자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광복하기까지 69년 동안 왜의 침탈로 민족은 한없는 고통을 받았다. 나라 잃음이 36년이 아니라 70년이었다.

필자가 대학에 입학하기 전에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그리고 놀라운 사실들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일본이 한국을 침략하면서 일어난 수많은 잘못된 역사용어들이었다.

은사인 짐계(려증동) 선생의 역사 새로 돌아보기로 한 번 놀랐고, ‘한국역사용어’란 저서를 보고 또 한번 놀랐다. 한일합방이란 말과 독립이란 말과 일본이 협박과 강제로 맺은 많은 조약과 사건들의 역사 용어들이 참으로 잘못되었다는 사실이다.

경술국치는 1910년 경술년 8월 22일 부왜역적 내각총리대신인 이완용과 그 일당 경술 칠적이 왜가 내 놓은 병합 문서에 도장을 찍은 것이다. 이를 두고 일본은 일한합병이라고 했다가 뒤에 일한합방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광복 이후에 우리 식민사관의 역사학자들이 이것을 우리 국민에게 한일합방이라고 가르친 것이다. 일본이 앞서서 한국을 합했다는 일본 역사 용어인 일한합방에 한국을 앞자리에 놓으면 좋은 줄 알고 한일합방이라고 우리에게 가르쳤다.

기가 막힌 일이 아닌가. 그리고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다’는 뜻으로 ‘독립’보다 ‘광복’이란 말이 앞뒤가 맞다고 하는 것도 대학에 들어와서 알았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날 광복절이라고 하지 않는가. 우리가 무심코 배워왔던 일본병자수호조약, 갑신정변, 갑오개혁, 을미사변, 을사보호조약, 정미조약, 을미사변, 한일합방 등과 같은 수많은 역사용어들이 잘못되었다는 것도 그때 알았고, 침략을 미화한 ‘개화’란 말의 참뜻도 그 때 알았다.

십대 이십대 부왜역적들이 일본을 등에 업고 저질렀던 난동을 ‘정변’이나 ‘사변’이라 했고, 나라를 점령하는 교활한 침략 전술에 도장을 찍은 조약들을 ‘보호’나 ‘수호’라는 이름으로 우리를 속여 왔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광복 이후 수십 년 동안 우리 한국 역사에 주인인 한국이 없어지고 일본이 주체가 되어 지은 역사용어를 그대로 써왔던 것이다. 용어가 잘못되었으니 그 속에 담긴 내용을 어찌 알 수가 있었겠는가.

광복 이후 우리의 역사를 기술한 식민사관 역사학자들의 어리석음인지 일본의 교활한 계략에 넘어간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늘날 이러한 역사용어들을 많이 바꾸어 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이에 대한 깊은 반성과 그 중요함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름을 바로 세우지 못하면 나라를 다스리지 못한다고 했던 공자의 정명(正名)에 대한 가르침이 오늘날 더 절실하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일어나고 있는 일본의 경제적 침략과 협박을 보면 지난 날 우리 민족이 핍박받고 고통 받았던 시대를 다시금 떠 올리게 한다. 잘못에 대한 반성은 전혀 없고 보이지 않는 침략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이를 두고 철면피한이라 하고 후안무치라 한다.

이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들의 전술에 쉬 넘어가지 않아야 하고 분함은 참고 상처는 최소화하되 내공은 강하게 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다만 지금 우리가 억울해 하고 있는 이 한일 갈등을 위정자들은 정치적 계산으로 싸우는 일은 부디 하지 않았으면 한다. 즉, 우리 위정자들이 국민의 고통은 뒷전에 두고 남북 프레임을 한일 프레임으로 눈을 돌려 정치적 실익으로 국민을 속이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과거를 지혜의 보물로 삼아 백성을 잘 살게 하는 지혜로운 정치를 하기 바란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임금이 성군이다.

맹자는 진심 하14에 ‘민위귀(民爲貴), 사직차지(社稷次之), 군위경(君爲輕)’이라 했다.(백성이 귀하다, 사직은 그 다음이고 임금은 (백성과 사직에 비해) 가볍다) 임금은 백성을 위해 있을지언정 백성이 임금을 위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광복절 아침에 지난 역사와 오늘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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