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이름 ‘삼천포’
그리운 이름 ‘삼천포’
  • 경남일보
  • 승인 2019.08.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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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임식(LH 지역상생협력단장)
최임식 LH지역발전협력단장
최임식 LH지역발전협력단장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서는 삼천포라는 이름의 유래를 ‘통양창(通陽倉, 고려 성종 때 조세미를 수송하기 위해 이 지역에 설치된 창고)에서 개경까지 뱃길 삼천리’에서 나왔다고 한다. 조창(租倉)의 설치로 삼천리라는 마을이 형성된 것이다. 기존 사천군 내 삼천포읍과 남양면을 합하여 삼천포시로 독립한 것은 1956년이다. 그 전에 한국전쟁 휴전 직전인 1953년 5월 진주(개양)에서 사천역 구간 10.5㎞의 철도가 개통되었다. 사천비행장에 군수물자를 원활하게 공급하기 위한 군용철도였다. 1965년 12월에는 진주와 삼천포를 잇는 진삼선 여객철도가 개통되었다. 박정희 정부는 이 노선을 기반으로 1966년 김천~삼천포 구간 철도 기공식을 열었으나 여러 사정으로 결국 공사가 진행되지 못했다.

김삼선 철도는 이미 일제 강점기에도 지역주민들의 숙원사업이었다. 일제는 삼천포에서 대전, 서울, 부산 등지로 고속도로를 건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었다. 남해안의 중간에 위치하고 뱃길로 호남을 거쳐 서울로 가는 길목의 주요한 항구였기 때문이다. 임진왜란의 기억을 복기한 것이다. 일제의 침략 의도는 별론으로 하고 역사에 ‘만약’이라는 상상을 할 경우 많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1965년에는 밀양 출신 은방울 자매가 은쟁반에 옥구슬이 구르듯 아름다운 화음으로 노래한 ‘삼천포 아가씨’가 나오고 그 이듬해에는 신성일이 주연한 같은 이름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진삼선 철도는 1960년대 말까지 번창하여 한 때 삼천포역 이용인원이 16만명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1971년 시외버스라는 새로운 경쟁수단이 등장하면서 철도이용은 급강하했다. ‘70년대 내내 삼천포역 이용객 1만명대를 유지하다 1980년 10월 1일 여객열차 운행이 종료되었다. 정부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1990년 1월 20일 공식 폐선을 선포했다. 폐선 이후 개양역에서 사천역까지 선로는 사천공항 전용선 형태로 유류화물 수송에 부정기적으로 이용되었다. 예하역은 역사 자체가 없어지고, 사천역에서 삼천포역까지의 선로는 1992년 3번 국도 선형개량 구간으로 활용되었고, 2009년 왕복 4차로로 확장되면서 흔적이 사라졌다.

한편 1987년 지방자치법이 부활되고 1991년 지방의회 선거,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졌으며 드디어 1995년 7월 1일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가 열렸다. 정부는 지방자치시대 개막을 앞두고 도농통합을 추진했다. 과거 같은 행정구역이었으나 도시의 발달로 분리된 시 지역을 원래대로 통합하는 것이었다. 여기에는 도농분리형 행정구역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WTO라는 개방형 세계무역질서에도 적응하기 위한 의도도 포함되어 있었다. 기존 사천군에서 분리되어 나간 삼천포시를 통합하여 사천으로, 장승포시를 통합하여 기존의 거제로, 충무시를 통합하여 기존의 통영으로 하여 새롭게 시로 출발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삼천포’라는 명칭은 대단한 추억을 공유하는 것이어서 도농통합시 명칭을 정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드라마에서 삼천과 사천을 합하여 칠천시로 하자는 우스갯소리도 있었다. 정부는 주민의견을 적극 반영하려 하였으므로 전국적으로 많은 진통을 겪었다. 결국 1~3차 통합 중 사천시는 3차(전체 5개시)에 포함되어 1995년 5월 10일 출범하게 되었다. 마지막 통합은 기존 청원군과 청주시가 통합하여 2014년 7월 출범한 청주시다. ‘삼천포’에 대한 애착은 2003년 충무공 이순신 탄신일인 4월 28일에 맞춰 개통한 창선-삼천포대교에서 그대로 반영된다. 다리를 필요로 하는 섬의 이름을 따르지 않은 첫 사례로 꼽히는 이 다리는 2006년 7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발표한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서 대상으로 선정되었다. 아름다운 다리에 추억의 이름이 그대로 살아있는 것이다. 지금은 시민들의 가슴에만 남아있는 ‘삼천포’, 창선(昌善)에서 배타고 건너온 필자에게도 도시를 경험하게 해 준 소중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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