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남의 포엠산책] 매미(복효근)
[강재남의 포엠산책] 매미(복효근)
  • 경남일보
  • 승인 2019.08.25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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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복효근 시인)


울음 수직으로 가파르다
수컷이라고 한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울음뿐이었을 때
그것도 한 재산이겠다

배 속이 투명하게 드러나 보이는 적빈으로
늘 난간에 매달려
기도 외엔 속수무책인 삶을
그대에게 갈 수 있는 길이
울음밖에 없었다면 믿겠나

7년 땅속 벌레의 전생을 견디어
단 한 번 사랑을 죽음으로 치러야 하는
저 혼인비행이
처절해서 황홀하다

울고 갔다는 것이 유일한 진실이기라도 하다면
그 슬픈 유전자를
다시 땅속 깊이 묻어야 하리
그 끝 또한 수직이어서 깨끗하다

 


가령 울음이 수직으로 가파르면 웃음은 수평으로 평평하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그대에게 가는 길이 수평이 아니라 왜 굳이 수직이었을까. 울음보다 웃음이 수직보다 수평이 걷는 길이 편한 것을. 하지만 오래 생각지 않아도 수평에서는 거미줄처럼 얽힌 인간사가 드러난다. 얼기설기 엮인 인간사는 버겁다. 하여 7년 땅 속 벌레의 생애를 오로지 한철 사랑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매미는 그러므로 죽음조차 깔끔하게 수직으로 맞겠단다. 이것이 비단 매미만의 일이겠는가. 화자는 매미가 지닌 속성을 인간에 대입시켜 시의 알레고리를 형성한다. 투명하게 드러나는 매미 뱃속의 적빈이나 가진 것 하나 없는 사람이 난간에 매달린 위태로움이나 삶을 견디는 건 기도가 있기 때문일 터. 그런 속수무책인 삶으로 그대에게 가는 길이 울음뿐이라는 걸 누구에게 배우지 않아도 터득했을 우리는 한마음이다. 울음의 속성이 유일한 진실이라는 사실 앞에 그저 고개 숙이며 받아들여야 하는 일도 있다는 것을 생각한다. 그러면서 ‘울고 갔다는 것이 유일한 진실이기라도 하다면 그 슬픈 유전자를 다시 땅 속 깊이 묻어야’ 한다는 것을 무리 없이 받아들인다. 매미의 생이 한철 푸지게 울다 가는 것이라면 사람 또한 삶과 죽음이 매미와 별반 다를 게 없겠다. 다만 인간의 기준으로 정한 ‘한철’과 ‘한평생’인 시간이 존재할 뿐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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