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에 대한 정책은 천년을 내다봐야 한다
숲에 대한 정책은 천년을 내다봐야 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8.2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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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갑철 (국립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림자원학과 교수)
추갑철교수


봄부터 심상치 않았던 마늘·양파 가격 폭락으로 농심이 끓고 있다. 힘들여 지은 작물 판매가가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다 보니 밭을 통째로 갈아엎는 일이 벌어지는 등 재배농가의 피해가 적지 않다.

정부는 가격폭락의 원인을 재배면적 확대와 풍작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재배면적의 경우 전국적으로 마늘은 소폭 2.3% 정도 줄어들었고, 양파는 17% 이상 크게 감소했다. 마늘이 17%, 양파가 5%가량 증가했으니 올해 생산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생산량을 단순히 수치상으로만 보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여기에는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재배현황이 달라지고 생산 상황도 바뀌었다는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인과관계에 있는 다른 변수를 더 가늠해 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최근 한반도 평균기온이 지속 상승하면서 남부에 몰려있던 양파 재배지역이 중부권을 넘어 빠르게 북상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전국 추세와는 달리 충북과 강원도의 양파 재배면적은 70% 안팎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따라서 충북 등지의 생산량도 전년보다 40% 이상 증가했으며 이들 물량이 한꺼번에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서 6월 들어 한 달 새 가격이 30% 가량 하락하기도 했다. 밭작물들은 대부분 특정 시기에 출하가 집중되는 특성이 있는 만큼 한번 가격이 내려지면 회복이 어렵다. 전체 생산량보다 가격대 형성이 시장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을 숲으로 눈길을 돌리면 기후변화가 더 심각하게 다가온다. 우리 곁에서 사계절 초록빛으로 민족정신을 일깨워 주던 소나무들이 병들고 있는 건 이미 오래된 이야기이다. 한때 우리나라 산림의 60%를 차지하던 소나무 숲은 이제 39.7%로 줄었다. 문제는 소나무재선충병이다. 1988년 처음 발생한 이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 병에 한 번 감염된 소나무는 100% 고사해 ‘소나무 에이즈’라는 악명까지 붙었다. 일본의 경우 이 병으로 최북단인 홋카이도를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소나무가 격감 또는 궤멸한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주고 있다. 여기에 기후변화, 엘니뇨현상 등으로 기온이 높아져 재선충이 다시 기승을 부릴 환경으로 이어진다.

지난 7월 30일, 필자는 올 9월 중순 경부터 시범 개방될 예정인 거제시 저도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둘레길 탐방과 탐방 안내를 한 적이 있다. 경남 거제 저도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드리겠다는 2017년 대선 공약의 하나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 날 거제 저도를 방문하였는데, 이곳은 산림보전이 비교적 잘 되어 있다. 산림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지역을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가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장병 숙소 앞을 출발해 제2 전망대와 제1 분기점, 포토존을 거쳐 골프장까지 약 55분 정도 소요되고 거리상으로는 약 1.3㎞다.

문 대통령은 “제가 휴가를 보내면서 보니 정말 아름답고 특별한 곳에서 대통령 혼자 지낼 게 아니라 대통령과 국민들과 함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더 굳히게 됐다”며 “우선 군사시설에 대한 보호 장치, 유람선이 접안할 수 있는 선착장 등 시설들이 갖춰질 때까지는 시범개방을 하고, 준비가 갖춰지면 완전히 전면적으로, 본격적으로 개방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거제시와 경남도가 이곳을 새로운 관광 자원으로, 특히 남해안 해안관광의 중심지로 잘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 말처럼 생태관광자원으로 남해안을 활용할 수 있다. 생태관광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 관광으로 대상 지역을 지속해서 보존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농촌 체험, 제주 올레길 걷기, 템플스테이 등이 생태관광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산림자원을 이용한 치유, 사색, 숲 체험 등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 그중에서 스트레스 치유 중심 산림자원 앵커시설, 소규모 축제 이벤트 활성화, 숲 학교 등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최근 국비 1000억 원이 투입될 남부권 ‘국립난대수목원’ 유치를 놓고 경남 거제시와 전남 완도군의 경쟁이 치열하다. 수목원은 수목을 중심으로 식물 등 유전자원을 수집·증식·보존·관리 및 전시하고 자원화를 위한 학술·산업적 연구 등을 수행하게 된다. 따라서 해양성 난대기후대로 난대수목원 조성 최적지인 거제에 국립난대수목원이 조성되어 이들에 대한 연구가 빠른 시일 내에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적으로 유용한 산림유전자원의 보전 및 자원화를 촉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여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국민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다.

흔히 교육을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인해 산림의 질 개선, 소나무류 재선충병에 대한 근본적인 대응책 필요성 등에 비춰 보면 마냥 미뤄 놓고 있을 사안이 결코 아니다. 한 나라의 숲에 대한 정책은 천년을 내다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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