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욕과 환희의 8월을 보내며
오욕과 환희의 8월을 보내며
  • 경남일보
  • 승인 2019.08.26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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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위(칼럼니스트)
우리 민족사에서 8월은 참으로 영광과 환희 그리고 수치와 오욕이 교차하는 달이다. 광복절과 국치일이 공교롭게도 36년의 세월을 사이에 두고 8월이라고 하는 같은 달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국치 109년과 광복 74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여러 갈래의 감회가 없을 수 없다.

1875년에 일본군이 일으킨 운양호 사건을 시작으로 그 이듬해인 1876년에는 역사상 최초로 일본과의 불평등조약인 병자수호조약(강화도조약)이 맺어진다. 이때부터 조선은 낚아 챈 낚시꾼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는 물고기와 같은 몸부림으로 발버둥을 쳤지만 결국은 역부족으로 국치(國恥)의 날을 맞게 되었다. 1910년의 일이다.

그동안 그야말로 죽음을 불사한 독립투쟁의 역사와 함께 분단으로 인한 6.25전쟁과 남북간의 대립으로 민족의 수난사로 점철되었다. 이 모든 역사의 그늘에는 언제나 일본의 그림자가 어른거리지 않은 적이 없다. 북한의 핵무기로 한반도가 극단의 긴장속에 있게 된 근원이 바로 일제의 강점에서부터 배태된 데에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3.8선을 누가 그었느냐와 관계없이 3.8선을 그을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 준 장본인이 바로 일제였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일제의 강점이 없었다면 3.8선이 생길 리가 없었다고 생각하면 일본이야 말로 한국민에게는 절대로 씻을 수 없는 역사적인 부채를 지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그동안 한번도 이러한 근원적인 역사적 부채의식은 가져 본적이 없이 일제 강점시의 “강제 노동자 임금문제”를 빌미로 반도체 수출규제를 통해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제국주의 시대에 선전포고도 없이 공격부터 하던 전략처럼 일본은 대화의 통로를 차단한 채 수출규제란 공격부터 하고 나선 것이다.

여기서부터 우리는 일본의 처사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고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좋을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일본을 두고 우리가 입버릇처럼 말하는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 연유가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한일관계에서 적대적 갈등이 없이 우호적인 화평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그 주도적 역할을 한 나라는 언제나 일본이 아니라 우리였다는 점을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만큼 일본은 우리에게 언제나 기회만 있으면 자신의 힘을 과시하면서 위협적으로 군림하려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오죽하면 세종에서부터 성종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6대의 임금밑에서 요직을 수행한 신숙주가 죽을 때에 유언으로 남긴 말이 “원컨대 일본과 화친을 끊지 마소서”였을까! 그렇게 해서 왜구(倭寇)에게 벼슬을 내려 준 적도 있고 왜관(倭館)을 만들어 장사 길을 터주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말해 아베정권이 들어서서부터 앞서 말한 역사적 부채의식은커녕 일체의 과거사문제를 일거에 불살려 버리려는 야심을 필생의 과업으로 삼아 온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그런 그이기에 그의 행보에 대해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의연하고도 차분하게 대처함이 옳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일획이 만획이요 만획이 일획”이라는 말이 있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알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번쯤은 “눈에는 눈”으로 대하는 것도 또 다른 형태의 외교다. 어디 일본뿐이겠는가!. 대북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문대통령이 북한과의 평화경제를 얘기하자마자 미사일을 쏘아 대면서 “삶은 소 대가리도 앙천대소할 노릇”이라고 비난하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그 옛날에도 신숙주는 이런 말을 남겼다. “이적(夷狄)을 대하는 방법은 밖으로의 징벌에 있지 않고 내치에 있으며, 변방의 방어에 있지 않고 조정에 있으며, 전쟁에 있지 않고 기강을 진작하는 데 있다고 들었습니다.” 정부가 지켜야 할 기본자세다. 선인들은 말했다. ‘국가는 오로지 자살로만 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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