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 진주경제[14] 철학으로 본 기업가정신 티모스
일취월장 진주경제[14] 철학으로 본 기업가정신 티모스
  • 정희성
  • 승인 2019.08.26 16: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일보, 진주경제발전추진위원회, 경상대 기업가추진단 공동기획
 

“망망대해에서 인간과 물고기가 벌이는 이 비장한 싸움에서는 승리나 패배가 있을 수 없다. 오직 누가 끝까지 비굴하지 않게 숭고한 용기와 인내로 싸우느냐가 중요하다. 물고기의 몸에 작살을 꽂고 밧줄을 거머쥔 채 물고기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를 기다리는 노인, 작살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틀임치는 거대한 물고기, 물고기와 노인의 팽팽한 대결은 서로가 목숨을 내놓고 싸우는 영예로운 싸움이다”

이처럼 성과에 연연하지 않는 사람, 곁눈질 하지 않고 가던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 설혹 운명이 가혹하더라도 피하거나 굴하지 않고 끌어안고 가는 모습.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에 나오는 산티아고 노인의 티모스이다. 전인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에 의하면,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플라톤이 말하는 티모스를 닮은 인간 유형을 ‘앙트러프러너(entrepreneur)’라고 한다. 창의적 혁신자를 가리킨다. 이들은 새로운 기회를 찾아내기 때문에 창의적이며, 이를 구현하기 때문에 혁신적이다. 기업가(企業家)가 아니라 기업가(起業家)다.

◇플라톤의 티모스(thymos)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1788~1860)는 ‘인생은 욕망과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라고 말했다. 욕망을 성취하려 애쓰고 그것이 달성되고 나면 권태에 빠져 또 다른 욕망을 찾아나서는 인간의 모습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그는 이러한 시계추의 악순환을 벗어나는 방법으로 ‘죽음’과 ‘의지’를 거론한다. 과연 인생에는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욕망과 권태밖에 없을까? 그 답을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BC 428/427~BC 348/347) 에게서 찾을 수 있다.

 
플라톤

플라톤은 ‘국가’에서 인간정신은 이성(로고스), 티모스 그리고 욕망(에피티모스) 셋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이른바 영혼 3분설(tripartition)을 말한다. 플라톤이 말하는 티모스는 비이성적 영혼으로 선과 숭고함을 지향하는 고상한 정신이다. 숭고함을 실현하기 위한 덕목이 용기와 분노이다. 또한 분노를 억제하거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는 행위를 숭고함이라고 한다.

‘티모스’야 말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지키는 힘이고, 삶에 대한 열정과 용기라고 봤다. 자신과 동료, 조직을 지키는 힘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인들은 적과 전투를 벌이며 폴리스를 지키려는 정당한 분노를 ‘티모스’라 불렀다.

실제로 사람의 가슴 한 가운데, 갈비뼈 사이에 나비처럼 생긴 흉선(胸線·thymus)이라는 면역계통의 기관이 있다고 한다. 사춘기 때 30~40g 정도 커졌다가 자라면서 점점 줄어들어 70대가 되면 6g까지 줄어든다고 한다. 크기에 비례해서 그 기능도 줄어드는데, 질병을 방어해 주는 중요한 면역기관이다. 외부의 공격에 맞서 생명을 지키는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학자들은 ‘티모스’라 명명했다고 한다.

◇헤겔의 티모스(thymos)

플라톤의 티모스를 재해석해 새로운 철학으로 정립한 사람이 독일의 철학자 헤겔(1770~1831)이다.

헤겔은 이를 ‘인정투쟁(struggle for recognition)’이라고 했다. 인정은 자존심이고 자기 존엄성이다.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욕망은 역사의 출발점에 선 인간으로 하여금 세력 확장을 위해 목숨을 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을 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싸움의 결과 인간사회는 자신의 생명조차 아랑곳하지 않는 주군계급과 죽음에 대한 본능적 공포에 굴복한 노예 계급으로 분할된 이후 양자 간의 모순에 의해 역사는 변모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헤겔은 역사를 인정투쟁의 과정으로 본다.

‘티모스’의 활동은 살아있음의 증표다. 욕망과 이성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사람에게 있어서 실존의 가치를 결정짓는 뜨거운 불덩이 같은 것이 있다면 바로 ‘티모스’가 아니겠는가. 노인들이 “우두커니 앉아 있기 싫다”는 것은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하고자 하는 소망의 다른 표현이다. “나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전언의 다른 표현이다.

존재감이란 말은 요즘 우리사회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단어이다. 국어사전은 존재감을 사람이나 사물이 실재로 있다는 느낌이라고 정의하지만 통상 그것은 자아감이나 자존감과 동의어로 사용된다. 존재감이란 것은 사실상 인간 본성의 일부이다. 티모스를 사회심리학자들은 타인한테 인정받고 싶은 욕구의 근원이라 간주한다. 인간은 물질에 대한 욕구와 동일한 정도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를 갖는다.

◇니체의 인간애-‘기업가는 태어나는 가 길러지는 가’

플라톤이 말하는 티모스는 모든 인간이 갖는 공통된 정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누구는 기업가가 되고 누구는 다른 사람이 되는가.

인간 능력이나 특성에 대한 두가지 접근인 결정론(determinism)과 의지론(free will)을 통해 그 답을 찾아보자. 결정론은 다시 유전결정론과 환경결정론으로 나눌 수 있다. 유전결정론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지능이나 성격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환경결정론은 이를 보완해 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자식도 다른 양부모 밑에서 양육될 경우 지능이나 성격이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유전인가, 환경인가’ 이같은 논쟁은 아직도 진행중인데 대략 두가지 결론에 이르고 있다.

첫째, 타고난 본성과 자라난 환경 모두에 의해 지능이나 성격 등 개인적 특성이 결정된다는 것이다. 즉, 두가지 모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대해서는 의견차이가 없다. 둘째, 둘중 어느 영향이 큰지에 대해서는 일치된 견해는 없지만 대체로 양육영향이 유전 영향보다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무리지어 생활하는 동물일수록 양육영향이 크다고 한다.

그러면 의지론은 같은 부모 밑에서 태어나 같은 교육 여건과 생활조건 하에서 자란 형제·자매들간의 능력 차이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결정론에 대해 이야기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이같은 의문이 생긴다. 자유의지는 스스로 자신의 행동을 자유롭게 결정하는 의지이다. 자신은 고귀한 존재이고 자신의 모든 것을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정신적 각성을 말한다.

프랑스 철학자 알랭(1868~1951)은 자유의지를 돛단배가 바람과 물결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비유한다. 바람과 물결은 바로 결정론이다. 주어진 여건과 타고난 능력에 과감히 맞서려는 의지를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유의지는 인간만의 고유한 덕목은 아니다. 금잔화 씨앗에 방사선을 쐬면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듯이 식물조차 자유의지가 있다고 한다. 이는 긍정심리학과도 연결된다. 긍정심리학중에 자기충족예언(self-fullfilling prophecy)이라는 것이 있다. 긍정적으로 미래를 생각하면 그렇게 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또한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라는 것도 있다. 조각가 피그말리온은 아름다운 여인상을 조각하고, 여인상 이름을 갈라테이아(Galatea)라 고 지었다. 세상의 어떤 살아 있는 여자보다도 더 아름다웠던 갈라테이아를 피그말리온은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다. 여신 아프로디테는 피그말리온의 사랑에 감동해 갈라테이아에게 생명을 불어넣어 준다. 간절히 원하고 기대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그리스 신화에서 유래했다.

따라서 자유의지론에 따르면 실패자는 의지가 부족한자라고 말할 수 있다.

운명도 아니고 철저한 이성(의지)도 아닌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이를 승화시키려 행위하는 것을 실존이라고 본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1844~1900)는 실존을 운명애라고 말하는 데 어쩔수 없는 운명을 긍정하고 사랑하는 것이다. 즉 창조적 의지를 말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은 주어진 운명의 고통이 인간을 개선하는지에 대해서는 의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고통이 인간을 깊이있게 만들어 자신의 창조적 의지로 단련해서 다른 사람이 된다고 설명한다. 니체는 인간애를 통해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기업가도 마찬가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기업가정신 형태

기업가의 티모스 유형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수사학’에 나오는 설득논리 파토스(pathos), 로고스(logos), 에토스(ethos)를 통해 세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첫째, 파토스는 사람을 감동시키는 힘을 가진 정념으로 사랑, 행복, 아름다움, 자유, 용기 등을 말한다.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하고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사람이나 사건은 대개의 경우 파토스와 관련이 된다.

자기 목숨을 걸고 다른 사람을 구한 사람의 얘기를 들으면 누구나 진한 감동을 느낄 것이다. 고난 속에서 민족 해방을 위해 투쟁한 사람들은 예외 없이 파토스를 가진 사람들이다.

둘째, 로고스는 진리가 무엇인지 따져보는 것으로 철학, 자연과학, 사회과학에 속하는 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논리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과연 진리인지, 자신이 어떤 대상이나 사회, 타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과연 맞는 것인지 따져보는 것이 로고스다.

셋째, 에토스는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적 요소를 말한다. 공동체의 관습, 도덕, 신화, 제도, 이데올로기, 사회사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에토스를 다루는 학문은 윤리학이 대표적이며 문화인류학이나 기호학 등도 이에 속한다. 간단하게 예시하면, 진선미(眞善美)에서 로고스-진(眞), 에토스-선(善), 파토스-미(美)에 각각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아리스토텔레스.

  ◇기업가정신(entrepreneurship)의 철학적 접근 차이

미국은 영국과 함께 대륙과는 사상의 근본이 다르다. 기본적으로 앵글로색슨 계통의 나라는 홉스와 로크, 베이컨의 경험주의적 철학 등이 그 바탕에 있다.

인간이 이기심을 추구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없애기 위해서 강한 정부가 필요하고 철저한 사회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 홉스와 로크의 철학이다. 자연 상태에서 욕망을 추구하는 것이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고 이를 이성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사회계약이다. 미국은 롤스의 사회계약적 정의론과 찰스 퍼스(1839~1914)의 프로그래머티즘(Pragmatism)이 득세한다. 사회적 효용을 따져 더 큰 효용을 정의로 보는 것이 사회계약적 정의론이다. 또한 진리는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실행을 통해 확인하고 만들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프래그머티즘이다.

이에 반해 대륙은 관념주의(Idealism)가 기본이다. 칸트, 헤겔, 니체 및 실존주의 철학자들은 그리스 철학을 이어 받아 진리는 사회적 효용의 계산이나 실행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것으로 본다. 따라서 대륙에서는 정의론 보다는 도덕론이 발달한다. 선이란 무엇이고 악이란 무엇인지 철학적 쟁점이 되는 것이다. 한국은 대륙계통의 인식론을 갖고 있음을 이기일원론, 이기이원론 등의 이기논쟁을 근거로 추론할 수 있다. 따라서 ‘앙트러프러너십’은 미국보다 유럽이나 동양에서 더 폭넓게 논의 될 수 있는 주제이다.

슘페터와 드러커가 미국에 앙트러프러너십이란 새로운 담론을 잘 구축하게 된 것은 줄기차게 혁신에 초점을 맞추어 미국의 공리에 호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정희성기자

‘일-취-월-장 진주경제’ 프로젝트는 경남일보, 진주경제발전추진위원회(위원장 정인철), 경상대학교 기업가정신추진단(단장 정대율 교수)이 공동으로 진주지역 출신 기업가들의 혁신적인 기업가정신 뿌리를 탐색하고 정립해서 위기의 한국경제-진주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