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장학금 해명' 오히려 '의혹'
부산대 '장학금 해명' 오히려 '의혹'
  • 연합뉴스
  • 승인 2019.08.26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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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 규정 수정 흔적…문서 사후 조작 의혹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딸 조모(28) 씨에게 장학금 특혜를 줬다는 의혹을 받는 노환중 전 양산부산대병원장(현 부산의료원장)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이 기존 입장을 번복하고 해명에 나섰지만, 의혹이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부산대 의전원은 지난 22일 곽상도 의원실에 2015년 7월 대학원 위원회를 열어 장학생 선발지침 중 외부장학금 지급 성적 예외 조항을 신설했다는 자료를 전달했다. 외부장학금은 직전 학기 성적 평점 평균이 4.5 만점에 2.5 이상이어야 받을 수 있어 애초 조 씨는 장학금 지급 대상이 아니었다. 하지만 성적 예외 규정이 신설되면서 조 씨는 이듬해부터 3년간 학기당 200만원씩 장학금 1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의전원 학생 중 조 씨처럼 6학기 연속으로 외부장학금을 받은 사례는 드물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자 노 원장은 23일 “장학금 지급 성적 예외 조항은 2013년 규정 제정 당시부터 존재했다”고 주장했다. 부산대 역시 “뒤늦게 2013년 4월 제정 당시 규정을 찾았는데 성적 예외 규정이 있었다”며 기존 입장을 번복한 것이었다.

노 원장과 의전원 측이 공개한 2013년 장학금 규정을 보면 외부장학금 성적 예외 규정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의전원 홈페이지에 2015년과 2017년 개정 규정만 공개돼 있고 2013년 제정 규정은 없어, 노 원장과 의전원이 뒤늦게 내놓은 2013년 장학금 규정의 원본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태다.

이상한 점은 2013년 장학금 규정 파일에서 문서 수정이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된 점이다. 노 원장 측으로부터 받은 파일 문서 정보를 보면 문서 최초 작성 날짜는 장학금 규정 제정 시기인 2013년 4월이지만, 마지막 수정 일시는 ‘2019년 8월 23일 오후 4시 37분’이었다. 마지막 수정자는 ‘노환중’, 노 원장이었다.

부산대 의전원 측으로부터 받은 파일 역시 작성 날짜는 2013년 4월로 같았지만, 마지막 수정 일시는 ‘2019년 8월 23일 오후 3시 14분’이었고, 마지막 수정자는 일반적인 공용 컴퓨터 로그온 명인 ‘USER’였다. 이 두 개의 파일 수정 일시는 공교롭게도 노 원장과 부산대가 조 씨에게 규정을 바꿔가며 특혜 장학금을 줬다는 의혹 보도가 나온 이후 시점이다. 한글과컴퓨터 워드 프로그램으로 제작한 파일의 문서 정보는 컴퓨터 사용자 명이 자동 저장되며 수정이 불가능하다.

의혹은 또 있다. 부산대 의전원 측이 공개한 2015년 6월 29일 대학원 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장학금 선발 대상 제외자를 비롯한 장학금 배정기준, 교내외 장학금 등 총 9개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재석 당시 의전원장(현 의대 교수)을 포함한 10명이 참석한 대학원 위원회는 당시 이 같은 장학생 선발지침 규정 개정안을 심의 후 확정했다. 하지만 개정된 2015년 장학생 선발지침 규정과 의전원과 노 원장이 공개한 2013년 장학생 선발지침을 비교하면, 대학원 위원회가 개정하겠다고 한 9개 조항 중 8개 조항은 내용이 변경되거나 보강됐지만 유독 장학금 선발 대상 제외자 조항만 내용이 똑같다. 직전 학기 성적 평점 평균이 4.5 만점에 2.5 미만인 자는 장학생 선발 대상에서 제외하지만, 외부장학금은 예외로 한다는 단서 조항 등 3가지 사항이 2013년·2015년 규정에 똑같이 명시돼 있는 것이다. 2013년 장학생 선발 대상 제외자 조항을 개정하겠다고 해놓고 2015년 개정된 규정에 달라진 게 없는 셈이다.

우재석 당시 의전원장은 25일 “가정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를 하는 바람에 성적 미달로 내부 장학금을 받지 못하는 학생을 구제하려고 외부장학금 성적 제한 예외 규정을 신설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당시 대학원 위원회 위원장이었기 때문에 회의 내용을 잘 기억한다던 우 전 원장은 이날 ‘외부장학금 지급 성적 예외 조항은 2013년 제정 당시부터 존재했다는 노 원장 말을 우 전 원장이 정면 반박했다’는 보도가 나간 뒤 돌연 “착오였다”고 입장을 번복한 상태다.

2013년 장학생 선발지침 원본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노 원장과 부산대가 공개한 파일이 최근 수정된 점, 우 전 원장이 말한 장학금 규정 개정 이유, 개정 예정 조항 중 장학생 선발 대상 제외자 규정만 변경되지 않은 점을 종합해보면 뒤늦게 공개된 2013년 장학금 규정이 수정됐다는 의혹이 불가피한 대목이다.

문서 수정 의혹에 대해 노 원장은 “의전원 행정실에서 받은 파일을 개인 컴퓨터로 열어봤으나 수정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부산대 의전원 관계자는 역시 “큰일 날 일”이라며 “공문서위조에 해당하는 일”이라고 전면 부인했다. 2013년 장학생 선발지침 원본 파일을 요구하는 언론의 요청에 “공개 여부는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밝혔다.

자체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조사에 착수한 단국대와 공주대와 달리 각종 의혹에도 조사계획이 없다고 밝힌 부산대는 26일 오후 2시 조 씨 장학금 지급과 관련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조 씨의 ‘황제장학금 의혹’ 논란이 불거진 지 약 일주일 만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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