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박이말 엿보기[11] 겨끔내기, 여우볕, 여우비, 여우별
토박이말 엿보기[11] 겨끔내기, 여우볕, 여우비, 여우별
  • 경남일보
  • 승인 2019.08.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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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더위(처서)가 지나고 나니 더위는 한 풀 꺾인 게 바로 느껴집니다. 낮에는 좀 덥다 싶어도 아침저녁에는 바람이 선선하니 말입니다. 요즘 비가 자주 내리고 있는데 요즘 같은 날씨에 알고 쓰면 좋을 토박이말을 몇 가지 알려드립니다. 비가 쉬지 않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비가 쏟아지다가 또 그쳤다가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것을 뜻하는 토박이말이 있는데 오늘은 그 토박이말부터 알려드리겠습니다. 비가 오다가 안 오는 게 번갈아 하고 있다고 하기도 하는데요. ‘번갈아 나타나다’는 뜻을 가진 토박이말을 들어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번갈아 일어나다’, ‘번갈아들다’는 말과 뜻이 같은 토박이말은 ‘갈마들다’입니다. ‘갈마들다’를 말모이(사전)에서 찾아보면 ‘서로 번갈아들다’ 또는 ‘서로 번갈아 나타나다’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이 ‘갈마들다’라는 말을 알면 우리가 자주 쓰는 또 다른 말을 갈음해 쓸 수 있는 토박이말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운동 경기 가운데 공차기, ‘축구’에서는 이기고 지는 것이 가려지지 않으면 ‘승부차기’라는 것을 합니다. 승부차기를 할 때 각 팀이 ‘교대로’ 골을 넣는 모습을 보면 정말 손에 땀을 쥐곤 합니다. 앞에서 제가 ‘교대로’라는 말을 썼는데 이 ‘교대’라는 말을 말모이(사전)에서 찾으면 ‘어떤 일을 여러 사람이 서로 번갈아 맡아 함’이라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이 말과 비슷한 말에 ‘윤번’, ‘교체’, ‘릴레이’가 있다고 하고 고려대 한국어대사전에는 ‘로테이션’, ‘교번’, ‘질대’라는 말이 있다고 풀이를 해 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말과 뜻이 비슷한 토박이말로 ‘겨끔내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겨끔내기’는 말모이(사전)에서 ‘서로 번갈아 하기’로 풀이를 하고 있습니다. 앞서 알려드린 ‘갈마들다’를 쓰면 ‘서로 갈마들며 하기’로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승부차기’는 ‘서로 겨끔내기로 공을 차는 것’이라고 풀이를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갈마들다’의 풀이는 ‘겨끔내기로 일어나다’ 또는 ‘겨끔내기로 나타나다’로 풀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나날살이에서도 겨끔내기로 일을 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앞으로 ‘교대로’, ‘번갈아’ 라는 말을 써야 할 때 ‘겨끔내기로’라는 말을 많이 써 주면 좋겠습니다.

요즘과 같이 비가 오락가락 하다보면 비가 오다가 멈춘 사에 구름이 걷히면서 아주 짧은 동안 해가 나왔다가 다시 구름에 가려 사라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햇볕을 ‘여우볕’이라고 하는데 이런 말을 잘 모르니 이 말을 쓰는 분들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해가 나 있는 가운데 매지구름이 지나가면서 비를 내리기도 하는데 그런 비는 ‘여우비’라고 하고, 궂은 날 구름 사이로 잠깐 났다가 사라지는 별은 ‘여우별’이라고 한답니다.

요즘에 볼 수 있는 자연현상인 만큼 많은 분들이 알고 자주 써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창수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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