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지는 천년 도시 진주
없어지는 천년 도시 진주
  • 경남일보
  • 승인 2019.08.2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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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만진(경상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최만진 교수
최만진 교수

진주는 천년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과거 진주성은 주로 왜적에 대한 방어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임진왜란 때 보는 것처럼 강과 해자 그리고 절벽으로 둘러싸인 지형적 이점을 가져 난공불락의 성이었다. 이 때문에 제1차 진주성 전투는 조선군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겨우 몇 천의 군사로 수만 명의 왜적을 물리쳐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제2차 전투는 그 다음 해에 벌어졌는데, 일본은 무려 10만 명이나 되는 병력을 투입하였다. 성 안에는 겨우 수천 명의 군사만 있었지만, 함락되기까지 무려 9일 동안이나 버티었다. 이 과정에서 수만 명의 시민도 함께 전멸하는 참극을 맞게 되었다.

이처럼 폐허가 되었던 진주는 그 후 재건되어 경상도 최고 도시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며 발전을 거듭했다. 하지만 1910년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게 되면서 또 한 번의 위기를 맞이하였다. 일제는 먼저 눈에 가시였던 진주성을 훼파하기 시작했다. 성벽을 허물어버렸고 성벽 돌은 북쪽의 해자인 ‘대사지’를 메우는 데 사용하였다. 이를 통해 성의 바깥 지역에 본격적인 도시 개발을 시행하였다. 그 즈음 자동차 회사와 은행이나 상업 등의 많은 시설들이 들어섰고, 철도도 개통되었다. 군사요충지였던 진주는 경상남도 도청소재지로도 지정되어 남부지역의 행정, 교통, 상업의 복합중심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진주는 임진왜란의 비극과 일제강점기의 훼파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아 주요 거점 도시로서의 명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오늘날에 와서는 외부 침입이나 식민수탈도 일어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소멸될 위기에 봉착해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일의 원인은 고령화와 저 출산으로 인한 인구, 특히 생산인구의 감소에 있다. 작년에 발표한 한국고용정보원의 한 보고서에 따르면 진주는 소멸위험 ‘주의’ 도시로 분류되었다. 또한 인구 30만 이상의 도시 중에서는 소멸 위험이 두 번째로 높다는 슬픈 예상도 내 놓았다. 사실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 문제는 비단 진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웃에 있는 사천, 하동, 고성, 함안 등은 소멸 위험에 이미 진입해있다. 산청, 합천, 의령, 남해 등은 심지어 소멸 고위험 군으로 분류되어 있다. 김해, 양산, 거제가 그나마 소멸 위험 보통 지역으로 발표되었고, 창원마저도 소멸 위험 주의를 요하는 곳으로 추락했다. 경남 전체를 보자면 작년부터 출생보다 사망이 더 많아 인구 자연감소가 이미 시작되었다.

사실 이는 비단 우리 지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일본, 유럽, 미국 등의 선진국들도 이미 직면하고 있는 문제이다. 정말 우려 되는 것은 우리 정부가 최근 3년 동안 100조를 훌쩍 넘기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출생아수는 해마다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장차 생산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노인에 대한 부양비의 상대적인 폭증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로서 세대 간에 존재했던 균형적 공존 관계가 깨어지게 되어 공동체 파괴와 지역 공동화를 급격히 가져 올 것이 강 건너 불 보듯이 뻔하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지자체들이 발전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인구 감소가 아닌 증가를 목표로 하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이것이 중앙정부의 지침이나 지자체 장들의 발전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어서 한편으로는 이해가 간다. 하지만 이는 엄연히 현실을 외면하는 것이며, 잘못된 목표와 계획으로 행정, 재정, 주거 등에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를 초래할 수가 있다. 쉽게 예를 들자면 내 옆집이나 아파트 이웃집에 사람이 살지 않아 유령이 나올법한 흉가가 되는 현상이 머지않아 생긴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선진국들은 이미 대중교통중심도시, 고밀도 밀집 도시, 사람 중심의 공동체 복원 등의 다양한 도시 정책을 펴왔다. 우리도 이제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시 대안을 만들어 인구소멸과 공동화의 위험을 극복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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