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人事)가 만사(萬事)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 경남일보
  • 승인 2019.08.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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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경(경남사회적가치지원센터장)
이수경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고, 대통령은 국민 여론을 반영하여 신중하게 인사권을 행사하며, 지명 받은 인사도 주어진 공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는 장점을 가진 제도이다.

2000년 이한동 국무총리 인사청문회를 시작으로 2003년과 2005년 인사 청문 대상의 범위가 확대되면서 이러한 순기능을 가진 제도가 언제부터인가 대통령을 견제하는 것이 아닌 공격용 무기로 사용되거나 야당이 대통령의 리더십에 흠집을 내는 도구로 전락되어버린 모양새이다.

문 대통령이 대선기간 주요한 캠페인으로 설정한 인사 결격 5대 사유(병역면탈,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논문표절)는 국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고, 야당은 대통령의 인사에 이 기준을 지키도록 요구해 왔다. 과연 5대 결격 사유를 통과할 고위공직자가 얼마나 존재할지, 현실적으로 지키기 힘든 원칙을 천명하여 고위공직자 인사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 아닌가라는 평가가 있을 만 하다.

하지만, 아무리 어려운 현실이고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스스로 내세운 인사 5대 원칙은 준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나와 코드가 맞는 사람 가운데 선택하는 인재풀의 빈약함을 드러내는 것이 되고,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의 근본인 ‘시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원칙만큼은 철저히 지킬 것’이란 믿음이 무너지는 원칙의 변곡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원칙과 신뢰가 무너지면 좌절과 환멸로 이어진다. 정부는 야당의 공세와 언론 보도 너머에 있는 시민들을 바라보고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조 후보자의 차원을 넘어 ‘기회와 평등’, ‘과정의 공정’이란 가치를 붙들고, 불평등 구조를 바로잡고 개혁을 날카롭게 벼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원칙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다.

당나라 조무는 태종에게 인사 원칙을 간언했다. “안에서 인재를 뽑고자 하거든 아들이라도 피하지 말고, 밖에서 인재를 뽑을 때는 원수라도 피하지 말라.”

또한,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인재 등용 원칙을 “사람을 뽑을 때 내가 상대방을 위해 일할 의향이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 즉 자신의 보스가 되어도 좋을 만큼 훌륭한 사람만 자신의 팀으로 데려왔다는 말이다.

이전 정부의 비밀과 측근 중용 인사스타일에 국민들은 불만과 환멸을 느꼈고, 문대통령의 국무위원 및 고위공직자 인선 발표 후 혹독한 검증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민들이 인사를 반겼던 배경에는 정부가 국민을 향해 인선 배경과 기준을 설명하는 소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부터인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와 그 인사를 대하는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 사회제도, 기술, 교육 등등이 아무리 발전하고 진보하더라도 그 모든 것을 엮어서 사용하는 것은 결국 사람일진데 이에 대한 대다수 국민들의 의식은 점점 더 후퇴해가는 것 같다.

신분이라는 표면적 장벽이 없어진 현대사회에서 누구나가 인정할 수 있는 공정한 인사야말로 바로 현대 사회의 만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정부의 인사 5대 원칙을 구현하는 과정과 지방자치단체의 인사에서 조무의 원칙과 저커버그의 원칙, 철저한 자기 검열과 원수의 영역까지 인재 풀을 확장하는데 적용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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