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유치원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
  • 경남일보
  • 승인 2019.08.29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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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혜(객원논설위원·경상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며칠 전 한국영유아교원교육학회에서 열린 ‘2019년 하계 융합세미나’에서 홍익대학교 유현준교수가 ‘학교와 건축’에 대해 발표했는데, 학교건축 공간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계기가 되어 함께 나누고자 한다. 주제내용은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학교공간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학교건물의 진화의 필요성 즉 공간 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내용으로 매우 신선했다.

첫 번째 내용인 학교공간을 안전한 공간으로 만드는 방법은 학교 공간 특히 학교운동장을 감시받는 공간으로 만든다면 안전한 공간이 되어 학생들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학교 공간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면 감시받는 공간이 되어 모두 조심을 하게 되므로 안전해지는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도심지와 떨어진 큰 공원은 낮에는 자유롭게 이용하지만 밤이 되면 위험해서 아무도 공원을 이용하지 않는데, 큰 공원보다 작은 도심공원으로 만들어 인근의 건물 불빛이 밤에도 비춰준다면 시민들이 안심하고 밤에도 공원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같은 원리로 학교 운동장 주위도 유럽의 학교처럼 담장 대신 상점들이 형성된다면 사람들이 상점을 이용하면서 항상 운동장을 바라보기 때문에, 감시공간이 되어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안전한 공간이 되어 모두 이용할 수 있다는 것으로 매우 일리 있는 주장이라 생각되었다. 현재 우리나라 학교의 운동장 대부분은 담으로 둘러싸여 밤이 되면 어둡고 위험한 공간으로 변하기 때문에 이러한 변화가 필요하다는데 공감이 갔다.

두 번째는 공간 환경의 중요성 문제인데, 지금 학교 공간은 대부분 일자 혹은 기역자 모양의 4-5층 학교건물과 운동장으로 구성되어 전국 어느 곳이나 획일적으로 지어져 있다는 문제이다. 즉 현대사회는 수동식 전화기로부터 스마트폰까지 놀라운 발전을 하고 있지만 학교건물은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내부 인테리어는 조금 달라졌지만 건물공간의 획일성은 그대로이다. 아주 놀라운 사실은 학교건물과 똑 같은 형태가 교도소 건물이라는 점이다. 사진을 찍어서 한쪽은 학교건물, 다른 한쪽은 교도소건물을 대조해서 보여주었는데 정말 똑같았다.

관련된 흥미로운 지적은 우리나라 모든 공공건물의 건축비 중에서 학교 건축비가 가장 싸다는 점이었다. 제일 싼 가격으로 짓다보니 모든 학교건물 형태가 똑같고, 학생들은 획일화된 공간에서 고교까지 12년을 보내게 되니 결과적으로 창의성이나 다양성을 키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유교수는 앞으로 짓는 학교건물은 유럽처럼 저층화하면서 학년별로 건물을 다르게 지어 학생들에게 다양성을 주자는 것인데 새겨들을만했다. 가장 와 닿았던 강연 내용은 대부분의 학교가 담장에 둘러싸인 4-5층 건물에 운동장 하나인 모습과 교도소 건물에 운동장 하나인 모습이 똑같은 닮은꼴이어서 모두가 웃었지만 이는 웃을 일이 아니라 교육부는 학교건물 건축에 대해 한번 진지하게 고려해 보아야할 것 같다. 지금 사회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4차 혁명의 창의성을 촉진하기 위해서라도 우선 학교건물의 획일화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되겠다.

유치원 건물은 어떨까? 다행히 유치원 건물은 학교건물에 비해서는 조금은 다양성을 가지고 지어져있다. 최근 설립되는 유치원 건물들은 유아의 자유로운 정서발달과 창의성을 위해 다양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으며, 내부의 공간도 획일적이 아닌 다양한 공간을 구성하고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유치원 공간이 물리적인 공간만이 아니라 유아들의 삶의 자유와 창의성을 만드는 중요한 공간임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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