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226] 한신계곡(백무동계곡)
명산플러스[226] 한신계곡(백무동계곡)
  • 최창민
  • 승인 2019.08.29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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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계곡(韓信溪谷)은 칠선계곡과 함께 지리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계곡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뱀사골을 보태 지리산 3대계곡이라고도 칭한다.

칠선계곡이 길고 높고 거칠다면 한신계곡은 아름답고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10㎞에 걸쳐 있는 기나긴 계곡엔 지리산 계곡 중 가장 많은 20개의 크고 작은 폭포가 이어진다.

세석고원 영신봉과 촛대봉 사이 북릉에서 생성한 물줄기는 백무동까지 주계곡 한신계곡을 형성한다. 이 외에 덕평봉 북쪽 발원 바른재골, 칠선봉 부근에서 흐르는 곧은재골, 장터목 쪽에서 흐르는 한신지계곡 4개의 지류가 이 계곡에 합류해 큰 줄기를 이룬다. 특히 합류지점에는 가내소폭포 등 다양하고 기묘한 형태의 볼거리가 있다.

또한 계곡 주변에는 진초록의 이끼와 양치식물들이 원시의 싱그러움을 자랑한다. 그 태고의 대지 위에 수 백년을 헤아리는 거대한 할아버지수목이 자라 각종 동물들의 은밀한 서식처가 된다.

한신이란 이름의 유래는 계곡의 물이 차고 험하며 굽이치는 곳이 많아서이다. 한신이라는 사람이 농악대를 이끌고 세석으로 가다가 급류에 휩쓸려 죽었다고 해서 붙여졌다는 말도 전한다. 이러한 전설과 사연을 간직한 아름다운 계곡은 2010년 8월 명승 제 72호로 지정됐다.

본보는 여름이 시작될 무렵, 밀양 북암산 가인계곡을 시작으로 함양 용추계곡, 산청 백운계곡 등 여름 계곡시리즈를 소개했다. 이번 회차 한신계곡을 마지막으로 2019여름계곡 시리즈를 마무리한다.

 
 
▲등산로: 백무동주차장→지리산 백무동탐방지원센터·야영장→소지봉·장터목대피소 갈림길→첫나들이폭포→가내소폭포→오층폭포→한신폭포→이름 없는 폭포(반환)→백무동회귀. 9㎞에 휴식포함 약 5시간 소요.

▲한신계곡 입구에 오순도순 사이좋게 앉아 있는 마을이 백무동이다. 영험한 기운을 받기위해 100명이 넘는 무당이 머물던 곳, 혹은 안개와 관련지어 백무라고도 했다. 한신계곡을 백무동계곡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하다.

“예약을 했느냐”고 묻는 국립공원 직원에게 “한신폭포에서 돌아오겠다”고 답하자 통과하라는 신호로 고개를 끄덕였다. 각종 숙박 휴게시설이 있는 시설지구를 통과하면 오롯이 산 입구에 들어선다. 입구에는 정작 한신계곡이 아닌 ‘세석길’ 이라는 산문이 서 있다. 세석평원이 이 계곡의 우두머리라는 표현으로 느껴졌다.

 
화전민의 삶
곧, 옛날 이곳에서 살았던 화전민의 흔적이 보인다. 지리산 주변에는 숲을 태워서 밭을 일구는 화전민들이 많이 살았다. 이들은 8·15광복 이후로 대부분 모습을 감췄지만 6·25전쟁으로 인한 식량난 때문에 다시 늘어났었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숲보호를 위해 화전을 법으로 금지하면서 대부분 정리됐다. 근년에는 백무동 주변의 화전을 푸른 숲으로 되돌리기 위해 지역주민들이 꽃무릇을 심기도 했다.

산비탈 너덜겅을 지난다. 먼 옛날 빙하기 때 만들어진 것이라는데 바위들이 폭탄이라도 맞았는지 불에 탄 것처럼 검은 것이 특징이다.

 
너덜겅
며칠 전 내린 비로 수량이 늘어난 계곡의 물소리가 크게 들리는가 싶다가도 멀어지기도 한다. 초록의 수목사이로 얼핏 허연 물줄기가 보이다가 이내 숨어버린다. 실제 이 계곡과 폭포들은 숲속에 숨어 있기도 하고 살짝 조금만 보여주기도 하면서 산행객에게 수고를 요구한다. 특히 가내소와 한신폭포의 온전한 모습을 보려면 계곡으로 들어 가야한다. 일부는 통제돼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늦여름 된비알 바쁜 걸음에 머리와 이마에 땀이 맺힌다. 땀은 등골을 타고 흐른다. 그런데 오히려 뭔가 시원해지고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숲과 자연의 기운이 온몸으로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런 느낌은 그만큼 산에 있지 않았던 지난 한 주간의 시간이 자연스럽지 못했다는 증거, 즉 지난 시간 삶이 자연적이지 않았다는 반증이리라. 산에 들면서 이런 사실을 깨닫게 된다. 다행히 우리는 지금, 자연에 있다.

뭔가 허연멀건한 게 얼굴을 스쳐지나갔다. 소름이 돋고 싸했다. 한 달 전 우리는 진주 근교산에 있었다. 길을 잃었고 소나기까지 내렸다. 얼마나 걸었을까. 빛이 바래 허연멀건해진 산행리본이 나뭇가지에 달려 있었다. 아하!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 리본이 반가운 건 산객만이 안다. 얼룩덜룩 무슨 산악회 이름이 새겨진 것 같았다. 읽으려고 잡는 순간, ‘윙∼’하고 수십마리의 벌이 분수처럼 하늘을 날았다. 손과 팔, 목을 공격했다. 순식간에 대여섯 곳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게 벌집이었어? 뱀허물 같은데…” 그 벌 이름이 ‘뱀허물쌍살벌’이었다. 한신계곡 트레킹 길에서 이 벌이 얼굴을 스친 것이다.

계곡과 절벽 사이로 울창하게 우거진 숲을 2㎞ 정도 오르면 등산로가 계곡으로 다가간다. 처음으로 계곡과 조우하는 철제다리 위에 설수 있다. 첫나들이 폭포가 보인다. 바람폭포라고도 부른다. 여러 줄기가 한꺼번에 흘러 장관을 이루는데 때로는 물 알갱이가 바람에 흩날리기 때문이다. 조금 더 진행한 뒤 가까이 다가간 데크시설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첫나들이폭포는 회오리바람처럼 돌면서 떨어진다. 수량이 많을 때는 폭포형태가 달라지면서 쿵쾅거리는 소리까지 낸다.

 
첫나들이폭포

가내소 폭포는 첫나들이폭포에서 1㎞상부 지점, 장터목부근에서 내려오는 계곡 합수지에 있다. 데크 전망대에서만 볼 수 있고 소가 있는 아래에는 출입이 제한돼 있다. 울창한 숲속 15m높이의 거대한 암벽 사이로 흘러 검푸른 소로 추락한다.

예부터 기우제 장소로도 유명하다. 아낙네들이 방망이를 두드리면서 비를 내려주기를 기원한다. 이런 행위는 지리산신 마고할매를 울게 해 그 눈물이 비가 되어 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다한다.

다음은 오층폭포다. 층층이 폭포가 형성돼 장관이다. 당장 뛰어들어 미끄럼이라도 타고 싶은 충동이 느껴질 정도다.

이 계곡과 같은 이름의 한신폭포는 은밀한 곳에 숨어 있다. 이를 안내하는 이정표는 따로 없고 대신 국립공원에서 세운 ‘백무동 3.7㎞, 세석 2.8㎞’를 알리는 이정표에 누군가 수기로 ‘한신계곡’이라고 새겨놓았다. 별 생각 없이 걷는다면 자칫 지나쳐 버릴 수도 있다.

가네소폭포

폭포는 이정표에서 오른쪽으로 90여m정도 계곡으로 내려가야 한다. 바닥이 미끄럽고 산죽이 어깨를 스친다. 거대한 암반 사이에 숨은 비경 한신폭포가 있다. 100m에 가까운 거리 때문에 찾기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은 폭포다.

되돌아 나와 조금더 올라가면 이름 없는 폭포가 반긴다. 휴식을 위해 앉아 있는 동안 팔 다리가 저리고 한기가 느껴져서 일어설 수밖에 없을 정도였다.

이 폭포에서 세석까지 약 2㎞거리에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마지막엔 칠선계곡 상부 못지않은 된비알이 등산객을 괴롭힌다.

취재팀은 이름 없는 폭포에서 반환해 하산을 서둘렀다.

국립공원탐방안내소 일대 가내소구간 탐방로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옛날 벌목을 위해 닦은 아픔의 길이다. 56년 전인 1963년 벌채업소 삼성흥업(주)이 마천·강청·삼정·추성리 일대 고사목을 베어내기위해 벌목허가를 받고 길을 닦았다. 그 뒤 남선목재와 서남흥업이 벌목허가를 인수하면서 이 지역 고목이 베어져 나왔다. 이 길이 벌목운반루트였으며 산림은 무차별 훼손됐다. 당시 살아남은 나무가 지금의 숲이다.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등산로: 백무동주차장→지리산 백무동탐방지원센터·야영장→소지봉·장터목대피소 갈림길→첫나들이폭포→가내소폭포→오층폭포→한신폭포→이름 없는 폭포(반환)→백무동회귀. 9㎞에 휴식포함 약 5시간 소요.
뱀허물 쌍살벌
고목
이끼
 
무명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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