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취월장 진주경제[15] 철학으로 본 기업가정신-성리학과 남명 경의 사상(1)
일취월장 진주경제[15] 철학으로 본 기업가정신-성리학과 남명 경의 사상(1)
  • 정희성
  • 승인 2019.09.02 16: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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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롭게 모은 재물 사회위해 나누고 베풀어야
경남일보, 진주경제발전추진위원회, 경상대 기업가추진단 공동기획
 
 


진주지역 기업가인 삼성의 창업주 호암 이병철과 LG의 창업주 구인회 등은 영남의 성리학 거두 남명 조식의 경의(敬義) 사상에 영향을 받은 유학자 집안이라는 공통된 점이 있다.

남명 조식(1501~1572)의 학행(學行)은 경(敬)과 의(義) 두 글자로 집약이 된다. 경과 의에 대한 언급은 주역(周易), 곤괘(坤卦), 문언전(文言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군자가 경으로서 내 마음을 곧게 하고 의로써 내 바깥을 방정하게 하여, 경(敬)과 의(義)가 확립되면 덕(德)이 외롭지 않는다.”

경은 삼가고 두려워하면서 순간순간 정신을 집중하고 항상 깨어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순간순간 정신을 집중하면 바깥의 외물(外物)에 대해 함부로 동요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남명 조식의 경의 사상을 알기 위해서는 그 근본인 성리학에 대해 살펴보는 것이 먼저 일 것이다. 조선의 건국이념으로 채택된 유교철학 ‘성리학(性理學)’이 16세기에서 활짝 꽃을 피웠다. 이때 남명 조식은 퇴계 이황, 율곡 이이, 화담 서경덕 등과 함께 성리학의 대표적인 학자로 활동했다.

◇조선의 건국이념 유교철학-주자 성리학

성리학은 중국 송나라 때의 유학의 한 계통으로, 성명(性命)과 이기(理氣)의 관계를 논한 유교철학이다. 유학을 발전사적으로 볼 때 선진(先秦)의 본원(本源) 유학, 한당(漢唐)의 훈고 유학, 송명(宋明)의 성리학, 청(淸)의 고증학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북송(北宋)의 정호(程顥)는 천리(天理)를 논했고 그 아우 정이(程)는 ‘성즉리(性卽理)’의 학설을 폈으며, 그 밖에 주돈이·장재(張載)·소옹(邵雍) 등이 여러 학설을 편 것을 남송(南宋)의 주희(朱熹:朱子)가 집성(集成)·정리해 철학의 체계를 세운 것이 성리학으로, 일명 주자학(朱子學)이라고도 한다.

 
 
도학(道學)·이학(理學)·성명학(性命學) 또는 이것을 대성시킨 이의 이름을 따서 정주학(程朱學)이라고도 한다.

주희(朱熹·1130~1200)-주자(朱子) 사상은 경제혁명에 반드시 수반하는 사회와 가치관의 혼란을 극복하고 보다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사회질서와 가치체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성리학이라는 새로운 사상체계를 정립한 송대의 유학자들은 ‘예(禮)’를 정치 사회질서는 물론 철학의 핵심으로 간주했다. 송·명 시대 성리학은 이(理)·기(氣)의 개념을 구사하면서 우주(宇宙)의 생성(生成)과 구조(構造), 인간 심성(心性)의 구조, 사회에서의 인간의 자세(姿勢) 등에 관해 깊이 사색함으로써 한·당의 훈고학이 다루지 못했던 형이상학적(形而上學的)·내성적(內省的)·실천철학적인 여러 분야에서 새로운 유학사상을 수립했다.

주자 성리학은 우주가 형이상학적인 ‘이(理)’와 형이하학적인 ‘기(氣)’로 구성되어 있다고 보았다. 이(理)는 보이지 않는 중심, 즉 우주, 세상, 삶의 기본원리 내지 가치관을 말한다. 철학용어로 바꾸면 불변의 진리다. 플라톤은 이를 이데아라고 했고, 칸트는 선험지식이라고 했다.

이(理)가 곧 하늘의 뜻이자 인간의 도리라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우주의 질서는 하나의 통합된 원리인 ‘이(理)’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理)’ 질서 원리를 인간 세상에 반영하는 것이 윤리도덕이라고 생각했다. 이(理)를 강조하는 것은 근본주의라고 할 수 있다.

기(氣)는 보이는 현상, 존재, 삶, 자연관 등을 말한다. 보이고 경험할 수 있고 현존하는 것을 기(氣)라고 한 것이다. 따라서 기(氣)를 중시하는 것, 즉 보이거나 경험하거나 현존하는 것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세속주의라고 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선한 ‘이’가 본성으로 나타난다고 했다. 그러나 불순한 ‘기’ 때문에 악하게 되며 ‘격물’(格物)로 이 불순함을 제거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우주의 원리는 인간의 ‘성’으로 개개인 속에 모두 잠재해 있으며 인간의 격, 즉 ‘인격’은 우주로부터 부여 받은 ‘성’을 얼마나 갈고 닦아서 그 속에 내재한 도덕성을 바르게 함양하는가에 달렸다고 생각했다. 도학 즉, 주자 성리학은 원시 유교와 달리 정치 권력을 도덕적으로 제어하는 데 관심을 두기보다 개개인들이 내적인 수양을 통해서 도덕적인 삶을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했다.

개개인들이 우주 즉 세상의 보편타당한 법칙을 온전히 익히기(體認·體得) 위한 방법으로 격물치지(格物致知)의 공부론을 제시한다. 즉 사사물물(事事物物)에 깃들어 있는 이치(理)를 궁구해 인간의 앎을 확장할 것을 제시했다.

성리학은 가족을 중심으로 하는 혈연 공동체와 국가를 중심으로 하는 사회 공동체의 윤리 규범을 제시함으로써 사회의 중심 사상으로 발전했다.

특히 ‘대학’에 나오는 팔조목(八條目)인 격물(格物)·치지(致知)·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를 개인의 수양과 국가의 통치를 위한 행위 규범으로 삼았다.

정치적 또는 종교적 사회체제의 변화에 따라 노불(老佛) 사상을 가미하면서 이론적으로 심화되고 철학적인 체제를 갖추게 됐다. 성리학은 공자와 맹자를 도통(道統)으로 삼고서 도교와 불교가 실질이 없는 공허한 교설(虛無寂滅之敎)을 주장한다고 생각해 이단으로 배척했다. 성리학은 우주의 근원과 질서, 인간의 심성과 질서를 ‘이(理)’와 ‘기(氣)’ 두 가지로 생각하는 이기론(理氣論)을 통해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국에 성리학이 들어온 것은 고려 말기, 충렬왕을 호종해 원(元)나라에 갔던 안향(安珦)이 ‘주자전서(朱子全書)’를 가져와 연구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됐다. 그 후 성균관의 유학자들에게 수용돼 합리적이고 윤리적인 사상으로서 새로운 학풍을 이루게 됐으며, 그 대표적 인물로서 이색·정몽주·길재·정도전 등을 들 수 있다. 이색·정몽주·길재 등은 불교의 폐단을 지적하고 유교를 숭상할 것을 주장하는 데 그쳤고, 또 신왕조에 협력하지도 않았다. 정도전·하륜·권근 등의 성리학자는 불교의 폐단뿐만 아니라 교리(敎理) 자체를 논리적으로 변척(辨斥)하는 동시에 이태조를 도와 법전(法典)의 제정과 기본정책의 결정을 통해 유교를 국시(國是)로 삼는 조선조가 성립하는 원동력이 됐다.

한편 정몽주의 학풍을 이은 길재는 의리학(義理學)의 학통을 세웠고, 그 학통은 김숙자·김종직·김굉필, 조광조로 이어지면서 기묘사화·을사사화 등의 희생을 겪었으나 도학의 의리정신은 면면히 계승됐다.

조광조는 의와 공을 살리는 길을 선비(士)에게서 찾았고 선비야말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모범이 되는 나라의 원기(元氣)라고 생각했다. 그는 도학 정신에 근본해 국정 개혁에 힘쓰던 중 기묘사화를 만나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러나 목숨을 아끼지 않고 공(公)과 의리를 지켰던 도학 정신은 길재에서 조광조로 이어지는 하나의 학통관을 형성했고 한국 성리학이 대의·의리·명분을 중시하는 계기가 됐다.

성리학이 전성기를 맞이한 것은 16세기에 들어서였으며, 송대의 성리학이 이 땅에 전래된 지 300년 가까이 되어서였다. 즉, 이때 한국 유학의 쌍벽인 퇴계 이황(1501~1570)과 율곡 이이(1536~1584)이 태어났으며, 화담(花潭) 서경덕·이항·김인후·기대승·성혼 등도 모두 같은 시대의 성리학자들이다.

 
퇴계 이황
율곡 이이
조선 시대 퇴계가 주장한 이(理)와 기(氣)는 서로 다르게 존재한다는 사상이 이기 이원론(理氣二元論) 혹은 주리론(主理論)이라고 한다. 중국 송나라의 주자의 사상을 계승한 것이다. 원칙론 내지는 근본주의라고 할 수 있고, 철학적으로는 플라톤과 칸트에 가깝다.

주리론은 이언적이 선구자의 위치에 있는데 절대적이고 이론적인 리(理)를 중요시한다. 주리론을 완성한 사람은 퇴계 이황이다. 퇴계는 경(敬) 사상을 강조해 관념적 철학을 강조했고 도덕적 원리를 중시했다. 그는 ‘주자서절요’, ‘성학십도’ 등을 지어 주자의 이기이원론을 더욱 발전시켰다.

주리론은 대체로 향촌 사회에서 중소 지주적 경제 기반을 가진 사림들이 발전시켜 갔다. 이들은 경험적 세계의 현실 문제보다는 도덕적 원리에 대한 인식과 그 실천을 중요시하여, 신분 질서를 유지하는 도덕 규범이 확립되는 데 기여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성리학에 영향을 미쳤으며 위정 척사 사상에 영향을 주었다. 이 위정 척사 사상은 한말 의병 활동에 영향을 끼쳤다. 퇴계의 학통은 김성일·유성룡 등의 제자에게 이어져 영남학파를 형성했고 이들은 대체로 동인에 속했다. 조선 시대 율곡 이이가 주장한 것으로, 이(理)와 기(氣)는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라는 사상이 이기 일원론(理氣一元論) 혹은 주기론(主氣論)이다. 이이는 이와 기는 하나라고 하지만 기를 더 강조한 주기론을 주장했다. 철학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와 가깝다.

주기론은 화담 서경덕이 선구자의 자리에 있는데, 경험적이고 현실적인 기(氣)를 중요시 한다. 주기론을 완성한 사람은 율곡 이이다. 율곡은 주기론의 입장에서 경험적 현실 세계(주기)를 중요시하는 동시에 관념적 도덕 세계(주리)를 존중하는 새로운 철학 체계를 수립했다. 그는 주기론의 관점에서 주리론도 포괄하는 조선의 성리학을 집대성했다. 율곡은 현실 문제를 과감하게 개혁할 것을 주장한 경세가이기도 했다. 수미법, 10만 양병설 등 현실 문제 개혁을 주장했다. 그의 사상은 북학파와 개화 사상에 영향을 주었다.

즉 율곡 성리학의 요령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사실(경험성)에 근거해 그 까닭을 추구함(논리성)에 있어 논리적인 모순이나 비약을 배제하고 그 본원성(本源性)을 체계적으로 나타내는 철학사상이라 할 수 있다. 율곡은 진정한 학문이란 내적(內的)으로 반드시 인륜(人倫)에 바탕을 둔 덕성(德性)의 함양과 외적으로 물리(物理)에 밝은 경제의 부강(富强)을 겸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당시의 피폐한 현실을 역사적 갱장기(更張期)로 파악하고 국방력의 강화, 경제적 부강, 사회정의의 확립 등을 주장하는 동시에 이러한 실리를 주장하다 보면 의리(義理)에 어긋나고 의리를 추궁하다 보면 실리를 망각하기 쉬우므로 이러한 모순을 원만히 타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즉 권능(權能)과 의리가 상황에 따라서 창의적으로 그 마땅함(宜)과 알맞음(中)을 얻는다면 의(義)와 이(利)는 그 가운데 융화된다고 했다.

율곡의 학통은 조헌·김장생 등으로 이어져 기호학파를 형성했고 이들은 대체로 서인으로 이어진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으로는 ‘동호문답’, ‘성학집요’ 등이 있다. 이와 같이 16세기의 사림은 심오한 이기 철학을 성립시켰다. 정치 철학에 있어서는 왕도주의를 강조해 정치 활성화에 공헌했다. 역사의식에 있어서는 존화 사상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역사를 소중화(小中華)의 역사로 파악했다. 사림이 성리학을 크게 발전시키기는 했지만 지나치게 도덕주의와 관념론에 치중해 부국강병이라는 현실적인 문제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됐고, 유교 문화와 대립되는 고유 문화도 이단으로 취급했다.

남명의 경의 사상은 퇴계 이황이 ‘경’ 사상을 강조하고 도덕적 원리를 중시하는 점에서 이기 이원론(理氣二元論) 혹은 주리론(主理論)에 가깝고, 의(義)와 공(公)을 살리는 길을 선비(士)에게서 찾았고 선비야말로 멸사봉공(滅私奉公)의 모범이 되는 나라의 원기(元氣)라고 생각했던 정몽주-길재-김굉필-조광조로 도학의 의리정신을 계승했다고 볼 수 있다.

정리=정희성기자

‘일-취-월-장 진주경제’ 프로젝트는 경남일보, 진주경제발전추진위원회(위원장 정인철), 경상대학교 기업가정신추진단(단장 정대율 교수)이 공동으로 진주지역 출신 기업가들의 혁신적인 기업가정신 뿌리를 탐색하고 정립해서 위기의 한국경제-진주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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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한 2019-09-04 10:57:23
한국은 유교나라.불교는 한국 전통의 조계종 천민 승려와 주권없는 일본 불교로 나뉘어짐.1915년 조선총독부 포교규칙은 신도.불교.기독교만 종교로 인정하였는데,일본항복으로 강점기 포교종교는 종교주권 없는상태http://blog.daum.net/macmaca/2632




한국사와 세계사의 연계가 옳음.한나라이후 세계종교로 동아시아의 정신적 지주로 자리잡아온 유교전통.

해방후 유교국 조선.대한제국 최고대학 지위는 성균관대로 계승,제사(석전)는 성균관으로 분리.최고제사장 지위는 황사손(이원)이 승계.한국의 Royal대는 성균관대. 그리고 세계사를 반영 관습법적으로 교황윤허 서강대. http://blog.daum.net/macmaca/2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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