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하자
법대로 하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09.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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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변호사)
박선영 변호사
박선영 변호사

“법대로 하자.”, “그래, 법대로 해.” 사회적 갈등 상황에서 합의나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을 때, 흔히 쓰는 말이다. 그 말 안에는 법에 대한 신뢰가 깔려있다. 하지만 막상 판결을 받았을 때 억울하다는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사례들을 일일이 법 조항으로 만들 수 없어 존재하는 법을 기준으로 사건에 적용시켜 판결을 내리기 때문이다. 일전에 어떤 조선족 여성이 나를 찾아왔다. 그녀는 자식을 공부시켜 좀 더 반듯하게 살아가게 하기 위해 어렵게 한국에 왔고 식당에서 일을 하며 딸을 뒷바라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딸이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했고 견디다 못해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미성년자, 더욱이 조선족 여학생에게는 열악한 현실이다.

여학생은 일을 구하다 보이스피싱 조직의 꼬임에 넘어가 그들의 심부름꾼 노릇을 하게 되었고 결국 경찰에 체포 되어 재판까지 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그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어린 딸이 교도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여성의 절박함이 내 아픔처럼 느껴져서 나는 여학생의 변론을 맡게 되었다. 수사기관은 여학생을 사기방조범(형법 제347조, 제32조)으로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여학생에게 보이스피싱 사기죄의 방조범이 인정되려면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하여 일당을 돕고 있다는 것을 알고 행동을 했어야 한다. 여학생이 조직에 연루된 과정, 동기 그리고 한 일 등을 면밀히 분석해보니 아직 어리기만 한 여학생은 그저 돈을 많이 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닳고 닳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감언이설에 속아서 범죄인지도 모르고 그들이 시키는 대로 심부름만 했을 뿐이었다. 이런 여학생을 범죄자로 낙인찍히게 해서는 안 될 것이며 그녀는 앞으로 공부도 더 해야 하고 결혼도 하고 직장 생활도 하며 평범한 일상을 누려야 할 권리가 있다.

더 나아가 역사적으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조선족을 부모로 둔 탓에 무리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내몰린 상황에서 아르바이트라고 믿고 한 일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는가? 변론 방향은 적중했고 여학생에게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교도소에서 출소한 여학생은 환하게 웃으며 마중 나온 부모님께 또래와 다름없이 어리광을 부렸다. 법은 징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화합을 위한 최소한의 정의를 실천하는 것이고, 정의는 곧 사회적 약자들도 편견과 차별 없이 정당한 대우를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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