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학과 지자체 상생의 길을 고민한다
[기고] 대학과 지자체 상생의 길을 고민한다
  • 경남일보
  • 승인 2019.09.03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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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진회(경상대학교 기계항공정보융합공학부 교수)

권진회 교수



초등학교 때 ‘이부제’ 수업이라는 것이 있었다. 모자랐던 교실 때문에 아침에 학교에 가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오후에 가는 경우도 있었다. ‘아재’ 감별기 같은 말이지만 우리 아재들은 이렇게 한 교실을 오전과 오후로 나누어 쓰면서 학교를 다녔다.

요즘은 교실에 학생이 차지 않아서 걱정이다. 4년 후인 2023년에는 고등학교 졸업생의 수가 대입정원보다 10만 명가량 적어진다. 예상했던 미래가 곧 현실의 아픔이 되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지방대학이 감당해야 할 어려움은 그 대학만의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전체가 풀어야 할 과제가 되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방대학에 대한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그야말로 벚꽃이 지듯이 순식간에, 지방대학들은 소멸될 것이다.

경상대학교 대학병원을 포함하면 교수와 직원이 3000여 명, 학생의 총수가 2만여 명에 달한다. 3000여 명이 받는 월급으로 생활하는 가족과 2만여 명이 이용하는 식당과 원룸 등으로 사업을 하는 분들을 계산해 보면, 진주시 인구의 10% 이상이 경상대학교와 같은 생명줄을 묶고 있다. 어느 한쪽이 어려워지면 둘 다 어렵게 된다.

지방대학의 황폐화 대책 수립은 중앙정부만의 책무가 아니다. 광역, 기초지자체들은 관내 대학에 대해 새로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좋은 대학 하나로 수십만 명의 시민이 먹고사는 외국 사례는 흔히 볼 수 있다. 대학설립준칙주의로 인해 과도하게 많은 대학들이 설립된 것은 분명하고, 이에 따라 부득불 축소 혹은 퇴출되는 대학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 우리 지역의 중요한 경제주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 대학이 경쟁력을 갖고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지자체의 중요한 책무이다.

2년 전 경상대학교에서는 전국 최초로 항공분야 선도연구센터(ERC)를 유치하여 7년간 210억 원의 연구비를 확보하였다. 경남도, 진주시, 사천시의 적극적 지원은 쟁쟁한 경쟁 대학들을 물리치는 데 아주 큰 힘이 되었다. 이를 통해 대학은 경쟁력을 높일 수 있게 되었고, 이 연구비는 곧 진주와 사천과 경남에서 쓰이고 있다.

지역의 외국인 유학생 또한 지역 경제의 활력소이다. 이들의 유치를 위해서 지자체에서는 공동 기숙사를 건립해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대학과 지자체가 공동으로 국제교류 활동, 문화행사를 펼치면 콘텐츠가 얼마나 풍성해지겠는가? 진주시의 유네스코 창의도시 등재 사업 추진과정에서도 그런 협력의 우수모델이 만들어졌다.

지자체 장들과 지역 정치권에서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다면 중앙정부의 각종 정책에서 지방대학에 대한 균형 발전적 시각을 한층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BK21 4단계 사업에서는 지방대학에 대한 배려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자칫하면 지역대학의 연구기반이 통째로 흔들릴 수도 있다. 이때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의 장들이 힘을 모은다면 정책의 변화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아재들은 아내에게 구박받는 배뿔룩이 아저씨이지만 한 집안의 가장일 뿐만 아니라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중심축이다. 늘 옆에 있었고 또 그래야 했기 때문에 존재감 없었지만 병들어 누우면 가정도 사회도 쓰러진다. 대학은 우리 지역의 ‘아재’이다. 지금이야말로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가 대학을 지역 문화와 경제, 기술개발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하고 같이 나아갈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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