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단설유치원 설립,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사천 단설유치원 설립,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 문병기
  • 승인 2019.09.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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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기(서부취재본부장)

 

사천시 동지역 공립단설유치원 설립을 두고 논란이 과열되고 있다. 사천시와 교육지원청은 부지문제로 충돌하고, 학부모들은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팽팽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이해관계에 얽혀 심각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공립단설유치원이 설립되면 학부모와 아이들에게 많은 혜택이 돌아간다. 교육비 부담이 적어 가정형편에 상관없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다. 통학차량 운행, 연령별 학급 편성, 질 높은 급식 지원, 방과 후 돌봄 연장, 투명한 예산 집행 등 좋은 교육환경도 제공할 수 있다.

공립단설유치원이 없는 곳은 경남에서 사천 동지역(옛 삼천포시)이 유일하다. ‘동지역 아이들도 질 높은 교육 환경에서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들과 사천교육지원청의 노력이 더해져 결실을 맺고 있다.

단설유치원은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6곳을 통합해 오는 2022년 3월 개원할 계획이다. 기존 병설유치원은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 통학버스가 없어 등·하교는 물론 다양한 체험활동 등 양질의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뿐 아니라 방학 중 급식과 초등학교 운영에 맞춘 시설사용 등 유아교육에 한계가 있다. 특히 교사 1명이 혼합반을 운영해 맞벌이 가정을 위한 방과 후와 오전·야간 돌봄에도 어려움이 있다.

사천교육지원청은 지난 3월 동지역 단설유치원 설립 방안을 구체화한 뒤 중기재정계획에 반영했다. 그런데 암초를 만났다. 사천시가 단설유치원 부지가 실안관광특구내로 개발에 장애가 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했기 때문이다. 양 기관은 수차례에 걸쳐 부지 교환 협의를 했으나 적합한 부지가 없다는 사천시의 입장만 확인한 뒤 답보상태에 있다.

사천교육지원청은 황당할 수밖에 없다. 폐교 부지에 유치원을 설립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사천시의 개발계획을 고려해 대체부지를 마련해 달라는 것인데, 이마저도 못하겠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예산을 달라는 것도, 무상으로 부지를 내놓으라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개발논리에 부합된다면, 당연히 대체부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 상식이다. 그런데도 이해할 수 없는 억지 주장만 펴고 있으니 답답한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부지문제에 이어 이번에는 학부모들과 사립유치원, 어린이집 등이 찬반으로 나뉘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단설유치원 설립을 바라는 학부모들은 사천시가 대체부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열악한 교육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오랜 염원이 이뤄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사립유치원과 어린이집 등은 ‘인구 감소에 따라 더 이상 유치원 설립이 필요치 않은 상황에서 막대한 혈세를 들여 유치원을 설립할 이유가 없다. 차라리 새로운 유치원 건립비용을 병설유치원과 유아교육기관에 지원을 확대하라’고 주장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단설유치원 설립을 두고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어른들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에 빠져 있는 사천시나, 영유아 감소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본질은 숨긴 채, 혈세낭비 등으로 포장하는 일부 사람들의 이중성에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까 두렵다.

모든 일에는 찬반이 있기 마련이지만, 아이들의 교육문제를 두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된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아이들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모습이 탐욕스럽지 않게 사천교육지원청이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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