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똥
강아지 똥
  • 최창민
  • 승인 2019.09.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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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선((사)한국부인회 진주지회장)
정영선 진주지회장
정영선 진주지회장

가을 햇살 너머 하늘 여백이 곱게 다가온다. 그 여백에 고운 수를 놓고 싶은 충동은 아직도 소녀적 감성이 남아서이리라. 그 하늘을 담아 유유히 도심을 흐르는 남강! 푸른 물결로 씻은 진주는 언제나 어질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도시이다. 추억과 낭만이 흐르는 강변. 30여 년 전 아이들과 함께 이웃과 1박2일동안 텐트를 치고 김밥을 먹으며 자전거 타기, 손수건 돌리기를 하면서 노래를 불렀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아이들은 선물로 받은 장난감을 갖고 놀며 온 세상을 다 얻은 듯 좋아라, 뛰고 깔깔거렸다. 그 모습 그 웃음소리 아직도 눈에 선하고 귀에 들리는듯하다.

추억 어린 이곳은 저녁운동을 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으로 변했다. 촉석루의 야경과 도시의 불빛이 내려앉은 남강은 언제 봐도 환상적이다,

특히 주말마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 콘텐츠가 공연이 되는데 이는 최근 사회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이념 갈등에 지친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기에 더할 나위가 없는 공간이다.

어느 날 강변에서 강아지들이 무리 지어 노는 모습이 보였다. 예쁘고 아름다운 형광 옷을 입은 강아지들이 주인을 따라 산책을 나와 사진을 찍거나 뛰어다니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옆을 지나는데 발아래 물컹거리는 느낌이 들어 놀라서 내려다 봤더니 그건 바로 강아지 똥이었다.

겨우 한쪽 발로 조심스럽게 다가가 풀을 뜯어 적당히 정리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그래, 똥을 밟으면 재수 있다지?”라고 생각하고 그냥 넘겼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며칠이 지났을까, 어느 날 앞서가던 여학생들이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소스라치게 놀라는 게 아닌가. 이들을 소리치게 한 건 다름 아닌 또 강아지 똥이었다. 같이 걷던 남자 친구들이 자신의 신발을 벗어 신겨주며 일을 수습했다. 그때 살며시 다가가 “학생, 내일 좋은 일이 있으려나 봐, 똥 밟으면 재수있다던데…”라고 했더니 “진짜요?” 하며 되묻는 얼굴에 금세 환한 미소가 번졌다. “재수가 있다니 내일 복권 사러 가자…”는 말은 나의 귓전에서 멀어져갔다.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고 노래했던 추억 어린 강변이 요즘 강아지들의 똥밭이 돼가고 있어 씁쓸하다.

한 달 후면 진주 개천 예술제와 유등축제가 열려 많은 관광객들이 진주를 찾게 된다. 애완견을 키우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비닐봉지를 준비해 배설물을 잘 처리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진주의 이미지를 실추하지 하지 않도록 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한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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