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처리가 더 문제인 반려동물
사후처리가 더 문제인 반려동물
  • 경남일보
  • 승인 2019.09.04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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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옥윤 (객원논설위원·수필가)
나르치소 에페스의 서정적인 기타 선율에 이끌려 보게된 프랑스영화 ‘금지된 장난’은 지금도 강한 인상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세계2차대전으로 수많은 인명이 살상되고 그로인해 전쟁고아가 된 여자아이가 주인집 소년과 펼치는 금지된 장난은 동물이나 곤충의 사체를 모아 천주교식으로 나름 엄숙한 장례식을 치르고 묻어주는 의식이었다. 왜 그것이 금지된 장난인지 모르는 아이들을 갈라놓는 어른들의 매정함 속에서도 생명에 대한 존엄성이 강한 메시지로 다가왔던 것이다.

생명존중은 근래에 와서는 당연시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됐다. 애완동물이라는 호칭은 어느듯 반려동물로 바뀌고 허술하지만 그들을 보호하고 학대를 금지하는 법적 장치까지 마련된 상태이다. 집집마다 한, 두마리의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회적 분위기가 됐으며 관련산업도 크게 신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로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해마다 버려지는 유기동물이 10만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중 10%정도는 각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보호시설에 수용되지만 나머지는 산과 들, 그리고 주택가에 방치돼 온갖 부작용을 낳는다. 보호시설에 유치된 반려동물은 10일이 지나면 지자체로 소유권이 넘어가 입양 등을 통해 재분양되기도 하지만 이중 20%정도는 안락사시키고 나머지 30%정도는 그곳에서 자연사 할 때까지 보호된다.

문제는 자연사와 안락사 이후의 사체 처리이다. 현행법으로는 사체를 매장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로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가정에서 키우는 반려동물도 같은 법이 적용되고 있다. 쓰레기봉투에 넣어 생활쓰레기로 처리하든지 아니면 동물병원에 의뢰해 의료부산물과 함께 소각하는 방법이 전부이다.

최근 우리고장에서 발생한 동물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분쟁도 이 같은 제도적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지방에선 이미 동물장례식과 화장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성업중이라고 한다. 우리고장에서도 민간인이 투자에 나선 것을 보면 사업성이 보장되기 때문이 아닐까. 물론 지역주민들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이라며 적극적인 반대에 나섰고 이웃면민들도 가세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연한 님비현상이고 반대하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렇다고 허용하는 요건을 갖춘 사항에 대해 허가를 마냥 미룰 수 없는 것도 지자체의 고민이다. 시장원리에 맡겨 법대로 하면 된다고 하기엔 앞으로 반려동물의 사후에 대한 처리문제가 계속 대두될 것으로 보여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사람의 장례의식에 버금가는 반려동물에 대한 장례문화가 정립되고 불법을 방조하는 제도를 과감히 고쳐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지자체가 나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공영 화장장설치와 공공시설과 대중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편의제공,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반려동물 관련 세금신설 등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말하는 것이다. 유기동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마냥 세금으로 충당하기에는 앞으로 그 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어 이 같은 대책은 불가피하다. 애완동물이라는 표현이 금기시되고 동물을 반려자로까지 지위를 높인 상황에서 현행 제도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반려자이면서도 장례는 금지된 장난으로 내버려 둘 수는 없는 것이다.

진주시 대곡면 주민들의 동물장례 관련 시설 반대는 현실적인 문제이다.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하필 우리 동네냐는 것이다. 지자체가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주민들이 혐오시설로 인식하지 않는 별도의 장소를 지자체가 제공하거나 공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는 지혜가 요구되는 것이다. 이제 곧 추석연휴기 시작된다. 긴 연휴와 휴가철 유기동물은 크게 늘어난다. 전국 300여개의 보호시설에 비상이 걸릴 것이고 반복되는 그 뒤처리에 대한 악순환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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