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경(상대학교 총장)
일본이 우리나라를 ‘수출 절차 간소화 국가 명단’(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리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일본의 옹색한 변명과 핑계는 날이 갈수록 가관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원인과 과정을 따지는 일이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우선 급한 것은 반도체 이외 다른 분야로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하면서 장단기 대책을 세워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국내 중소기업 52%가 화이트리스트 제외에 대해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기업들은 우선 재고분을 확보(46.5%)하는 것이 급선무이지만 대일본 거래 축소 및 대체시장 발굴(31.3%), 기술개발 등 경쟁력 강화(15.3%), 기타(국산화 진행 등)(6.9%)를 대응방안으로 제시했다. 정부는 범정부 경쟁력위원회를 설치하고 소재부품특별법을 상시법으로 전환하며 강력한 규제특례 근거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늦었다고 생각한 때가 가장 이른 때다’라는 말도 있다.
일본의 경제 ‘침략’이라는 국가적 사태에 대학이 ‘구원 투수’로 나섰다. 특히 부품·소재 관련 분야 학문 연구에 두각을 나타내던 대학들이 먼저 손을 들었다. 광역권역별 여러 대학이 컨소시엄도 구성했다. 대학들은 일본 수출 규제에 대응할 특별전담팀을 구성하거나 대학 총장 긴급간담회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현직 교수뿐만 아니라 퇴임한 교수들도 달려왔다. 구한말 일본의 국권 강탈에 맞서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의병을 규합하던 구국지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경상대는 교육부의 지원사업인 산학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LINC)을 성실하게 수행하였으며 이 사업을 매개로 평소에 1000개가 넘는 중소·강소기업과 가족회사 관계를 구축한 것이 큰 힘이 됐다. 혁신도시 공공기관과의 지속적인 협업·상생 노력을 해온 것도 기술자문단 구성을 용이하게 했다. 링크플러스(LINC+) 사업단이 구축해 놓은 ‘에스오에스(S.O.S)’와 ‘케이 나비(K-NABI)’ 시스템을 애로사항 상담·접수 창구로 활용하게 된 것도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보다 더 다행인 것은, 9월초 현재까지는 우리 지역에 위치한 대일본 수출·수입 기업체의 구체적인 피해나 애로사항은 접수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따른 영향이 1개월 이내에 나타나는 기업체는 12.3%, 3개월 이내 36.3%로 점점 확대되어 1년 이후에 67.3%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기술자문단은 시시각각 변화해 가는 상황을 수시로 점검하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국가적 위기에서 수출규제 극복 및 부품·소재 국산화를 지원하는 것은 지역 거점 국립대학으로서 당연한 책무이다. 동남권 부품·소재 기업의 수출규제 극복 및 국산화를 위해 대학이 가진 인적·물적 기반과 산학협력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다. 항일 의병을 일으키던 선조들의 심정으로 참여하는 모든 기업체, 기관·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원천기술 개발, 일본 의존 수입품 국산화 등 지금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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