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보다 큰 선물
태풍보다 큰 선물
  • 경남일보
  • 승인 2019.09.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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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애리(수정초등학교 교사)
신애리
신애리

9월로 접어들면서 비 소식과 태풍 이야기가 뉴스 화면에 자주 나타난다.

“제13호 태풍 ‘링링’ 서해를 따라 북상, 최대속도 54m (시속 195㎞), 9월 7일 새벽 2시 제주도 해상을 지나 낮 2시 30분 황해도 해주에 상륙, 8일 새벽 러시아에서 소멸합니다.”

바람으로 유명한 태풍 링링의 진행을 지켜보면서 교실 속의 태풍, 아이들 속의 태풍은 어느 방향으로 불어갈 것인지 어떻게 멈추게 할 것인지 되묻게 된다. 아이들 속에는 링링처럼 스스로 참아내기 힘든 뜨거운 불안들이 층층이 숨어있다.

‘충분하게 사랑받지 못하고 소외당했다’ 느끼는 순간 아이들의 혼란은 시작된다. 당장 사랑받기 위해 무얼 해야 하는지 생각하고 스스로 행동에 변화를 주려는 노력을 시작한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결국, 바깥으로 내몰았던 마음만큼 안으로 불안을 쌓아 올리며 분노의 방을 키우게 된다.

아이들이 가진 가장 큰 불안은 부모로부터 분리되는 분리불안이다. 엄마와 아빠는 그들이 선물 받은 가장 위대하고 안전한 지구이다. 단단해야 할 가족이라는 틀이 흔들리면 아이는 분리불안의 방에 갇히고 분노 속으로 자신을 던질 수밖에 없다.

‘내 탓이야. 내가 못나서 그런 거야. 내가 착하지 못하고 공부도 못 해서야.’

‘또 대답을 못 했네. 친구들이 못한다고 놀리겠지. 선생님은 실망해서 날 사랑하지도 않을 거야.’ 스스로 덧낸 상처는 소금처럼 딱딱한 불안 결정으로 굳어 분노의 씨앗으로 자란다.

필리핀 앞바다에서 9월의 열기가 모일 때까지 기다렸다 태풍으로 터져 나온 링링처럼 분노의 힘이 자신의 가슴을 넘으면 일탈은 시작된다. 누가 이 태풍을 멈추게 할 것인가?

내 아이가 살아가는 지구, 가정이 안전하고 따뜻하며 완전할 때, 자존감 넘치는 행복한 아이가 나타난다. 엄마나 아빠가 흔들림 없이 나를 지켜준다는 믿음은 부모가 아닌 아이가 가져야 한다. 부모의 눈이 아닌 내 아이의 눈높이로 가정을 지켜보아야 한다. 아이는 엄마랑 같이 맛있는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며 아빠랑 온몸을 비비며 놀고 싶을 뿐이다. 가장 편안하고 작은 목소리로 사랑을 속삭이고 싶을 뿐이다.

“선생님, 비가와도 내일 꼭 참여할 거예요. 비 때문에 못 가게 될까 봐. 수정이가 걱정을 많이 해요.” 토요일은 우포시조문학관에서 멋진 시상식이 기다리고 있는데 ….

새벽 6시, “행사는 태풍 때문에 취소합니다.”

수정이는 시조 상보다 더 큰 선물을 이미 받았다. 태풍도 뚫은 엄마표 사랑과 용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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