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하고 싶은 일들
가을에 하고 싶은 일들
  • 경남일보
  • 승인 2019.09.0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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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태(진주경찰서 경무과장)
박금태
박금태

가을이 오면 나는 추억여행을 하고 싶다. 어릴 적이나 또, 좀 더 젊은 시절 그 현장으로 돌아가 당시 느꼈던 생각을 떠올리고 싶다.

먼저 홀로 고향 가는 무궁화 열차에 몸을 싣고 차창을 내다보면서 유·청소년기 비둘기호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일어났던 일을 회상하고 싶다.

고향 역에 내려서 학창시절 통학을 하면서 걸어 다녔던 산길을 걸어보고, 신작로라 불리던 지방도와 지금은 폐선이 된 기차 길을 걷고 싶다. 모교인 초등학교 운동장을 걸어보고 싶고 빈집이 돼버린 내가 태어난 옛집을 둘러보고 싶다. 그 시절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뛰놀았던 동네어귀 공터, 공차기를 하다가 목이 말라 급히 뛰어가 마시곤 했던 샘물도 다시 한 번 마셔보고 싶다.

또 생존해 계신 부모세대 어르신들을 찾아 뵙고 인사를 드린 뒤, 옛집 앞 언덕에 올라 알곡이 익어가는 가을 들판을 바라보며 수 십년전 아버지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되새겨 보고 싶다.

읍내와 가까운 곳에 살았던 나는 유난히 느린 기차에 대한 추억이 많다. 갈색 기차 비둘기호는 현재의 고속열차와는 달리 느릴뿐 아니라 ‘철커덕 철커덕’ 소음이 심했다. 그러나 면 단위 역까지 모두 정차했기 때문에 진주나 마산 등 큰 도시에 손쉽게 갈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객차 의자는 복도 쪽으로 한줄로 나 있어 서로 마주보게 돼 있었다. 그래서 누가 무슨 물건을 갖고 타고 내리는지 알수 있었다. 농산물을 시장에 내다 팔기위해 대야를 머리에 이고 다니시는 이웃 할머니, 어머니들이 많았다. 어르신들은 오랜만에 만난 이웃집 사람들과 안부 인사나 세상 돌아가는 구수한 얘기를 주고받으며 정을 나누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그런 정겨운 모습도 잘 볼 수가 없다. 기차도 점점 고속철도로 바뀌어가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루의 짧은 여정이지만 혼자라서 더 깊은 생각과 더 진한 추억에 잠길 것같다. 오래 전 철부지 어린 아이였던 내가 ‘하늘의 명을 안다’는 지천명에 이르고 보니 당시 젊으셨던 동네 어르신들은 돌아가시거나 한집에 한분 정도 계신다. 그야말로 세월은 강물처럼 흘러가버렸다. 그래서일까. 추억은 많은 것을 다시 되돌아 보게하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되는 것 같다.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분다. 저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올 가을 여러 가지 하고 싶었던 일 중에서 어릴 적 추억여행 하나쯤은 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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