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과 교단
명예퇴직과 교단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0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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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택(前 창원교육장)
임성택
임성택

정년퇴직 교원 보다 명예퇴직 교원이 많다고 한다. 정년이 다할 때까지 교단에 서는 것을 영예로운 일로 여겼는데 명예퇴직 교원이 늘어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교육 현장에는 명예퇴직 교원을 부러워하는 분위기도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현상은 무엇으로 설명해야 할까?

교원 정년을 3년이나 단축하여 교단의 원성을 받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정년의 원상회복을 반기기보다는 단축된 현재의 정년이 더 좋겠다고 생각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만에 하나 교원의 정년을 늘리면 명예퇴직 희망자는 지금보다 훨씬 많을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교원의 명예퇴직이 늘어난 데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한다. 건강이나 가정사 등 일신상의 사유가 가장 많다. 그런데 일신상의 사유라고 하지만 진짜 속내는 다양하다. 경제적으로 넉넉하거나 안정적인 연금으로 백세 시대의 두 번째 인생을 멋지게 살아보겠다는 이도 있고, 청년의 때에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해 다시 도전하는 명예퇴직자도 간혹 있다. 이러한 명예퇴직 교원에게는 박수를 보내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아이들의 생활지도와 교육정보화 기기를 다루는 일에 부담을 느낀다는 교원이 적지 않고, 심지어 교권이 서지 않는 수업을 더 이상 지탱하기가 힘들어서 그만 둔다는 교원도 더러 있다. 한편으로는 고령 교사를 반기지 않는 교육현장의 시선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하는 교원이 있는가 하면, 자기주장은 강하면서 상호 협력하지 않고 존중해주지 않는 교단문화가 싫어서 퇴직을 고민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명예퇴직을 굳이 비판적으로 볼 이유는 없다. 명예퇴직 제도는 공무원의 사기 진작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이며 이것을 활용하는 것 또한 공무원의 권리라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학생지도에 부담을 느낀 교사가 교단을 떠나는 것은 굳이 말릴 것이 아니라 장려할 일이라거나, 고 경력 교원이 퇴직함으로써 신규 교사를 두세 명 임용할 수 있다는 등 정책적으로 명예퇴직제를 활용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정상적인 명예퇴직은 교육현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아니라 적지 않은 부작용도 있어서 교육당국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한 것 같다.

교단에 서기 위해 임용을 준비하는 예비교사가 줄을 서 있는데 명예퇴직은 늘려야 할 일이 아니냐고 생각하는 이도 있는데 결코 그렇지만은 않다. 명예퇴직을 희망하거나 명예퇴직하게 되는 교원을 부러워하는 교단 분위기를 경계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교육은 단순히 가르치는 행위만을 말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정을 다해 지식과 시민정신을 가르치고 신념과 가치관에 의한 바른 행동을 익히는 과업이다. 이러한 교육은 교과서 못지않게 교사의 언행에 더 큰 영향을 받게 되는데 명예퇴직을 희망하거나 부러워하는 등 교단에 마음이 떠난 교원에게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교원은 시대의 변화와 흐름을 주도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교육당국은 즐거운 교단문화를 만드는 일에 적극적인 배려와 관심이 요구된다.

한편, 명예퇴직 교원이 기간제 교사가 되어 다시 교단에 서는 문제에 대해서도 성찰해 볼 일이다. 교육당국은 원칙적으로 명퇴 교원이 기간제 교사가 되는 것을 금하되 부득이한 경우 채용할 수 있다고 한다. 이럴 경우에도 명퇴 기간제 교사가 학교 업무를 배정받지 않으려 하거나 학교의 주요 행사에는 한 발 빼려하는 등 교육공동체로서 일체감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교단을 묵묵히 지키는 대다수 교원들에게 상처를 줄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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