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플러스[227] 거창 장군봉
명산플러스[227] 거창 장군봉
  • 최창민
  • 승인 2019.09.10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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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암봉 연이어 펼쳐지는 비경 자랑

최근 정상표지석 분실 수난 겪기도
국내 최초 Y자형 출렁다리 개통 예정
장군봉 가는 길에서 만날수 있는 바리봉의 비경

거창 가조지역만큼 옹골지거나 아기자기한 산이 한곳에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있을까. 국립공원 제1호 지리산이나 밀양 가지산 등 영남알프스 산군 등을 꼽을 수 있지만 광범위한 지역이어서 면 단위 좁은 가조지역과는 비교된다.

광주대구고속도로의 가조 IC를 중심으로 정북 쪽 장군봉에서 시계반대방향으로 눈을 돌리면 보해산, 금귀봉, 박유산, 숙성산, 미녀산, 오도산, 두무산, 비계산 우두산이 각기 특유의 개성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본보는 이 일대 산을 모두 산행했으며 추석을 앞두고 마지막 남은 장군봉을 다녀왔다. 추석 연휴 한번쯤 시간을 내서 다녀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장군봉(956m)은 엄밀히 따지면 상봉(1046m), 의상봉(1032m), 1018봉과 함께 우두산에 속하며 이 중 가장 낮은 부속봉우리에 불과하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바위와 암산으로 돼 있어 예사롭지 않은데다 인근에 특이하게 솟구친 바리봉이 있어 두 암봉을 하나로 묶어 독립적으로 산행하는 경우가 많다. 바리봉은 스님의 밥그릇을 뜻하는 ‘바리때’ 에서 온 것으로 보인다. 장군의 밥상, 밥그릇정도 되는 위치에 우뚝 솟아있다.

특히 최근에는 거창군에서 세운 장군봉 장군상 정상석이 감쪽같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해 산악인뿐만 아니라 도민들의 관심을 불러오기도 했다. 결국 장군상 정상석은 산 아래 낭떠러지에서 발견되기도 했지만 재활용이 불가할 정도로 크게 파손돼버린 뒤였다. 누구의 소행인지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등산로:고견사 주차장→데크 계단→바리봉→능선·삼각점→장군봉·1018봉 갈림길→장군봉→당동갈림길→소림사·병산갈림길→소림사→소림사 입구→고견사 주차장 회귀

 

산과 산을 잇는 Y자 출렁다리

▲고견사 주차장에선 우두산길과 장군봉길, 마장재를 거쳐 비계산으로 가는 세 가지 길로 나뉜다.

정면으로 들어가면 견암폭포와 고견사를 통해 우두산 의상봉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고, 중간 500m지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틀면 마장재, 뒷뜰재를 거쳐 비계산으로 갈수 있다. 마장재 가는 길목에는 최근 화제가 된 Y자형의 붉은 삼각 출렁다리가 완공을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다녀온 사람들의 전언에 의하면 발 아래 덮시골 폭포가 보이고 눈을 들면 우람한 산군이 가슴에 안긴다. 완전 개통을 앞두고 산꾼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취재팀은 공사 중인 출렁다리를 멀리서 바라만 본 뒤 고견사 주차장에서 왼쪽 쓰레기 컨테이너 옆길을 따라 장군봉으로 향했다. 이 길은 고견사에 생필품 등을 나르는 모노레일 하부로 열려있다.

굴곡진 등성이를 두세개 넘어서면 길은 오히려 고도를 낮춘다. 곳곳에 안내 이정표가 설치돼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출발 후 15분만에 장군봉으로 치오르는 길과 바리봉을 거쳐 돌아서 장군봉으로 가는 갈림길을 만난다. 취재팀은 바리봉 쪽으로 향했다.

비계산 줄기 암봉
화강암이 조경석처럼 깔린 길을 따라 돌고 오르고 미끄러지면서 걸음을 재촉한다. 가을 장맛비로 흙먼지 등 각종 오물들이 모두 씻겨내려가 바위며 소나무며 등산로가 스님이 비질한 절간 마당처럼 깨끗하다.

암릉길이 시작되면서 고도를 급히 높인다. 이때 쯤 정면에 육중한 암봉 바리봉이 나타난다. “야! 이런 곳에 비경이 숨어 있었다니∼”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한국의 비경, 다큐의 한 장면을 보는듯하다.

오른쪽 멀리 우두산 의상봉과 비계산의 암봉이 보이지만 오히려 바리봉, 장군봉이 주인공이고 저들의 풍경이 왜소하고 우련하다. 지역의 여느 절경 못지않은 풍경에 눈이 호강하는 느낌이다. 아름다운만큼 길은 가팔라 숨이 턱밑까지 차오른다.

 
멀리 보이는 의상봉

출발 후 1시간 만에 마지막 데크계단을 오르고 바위 옆을 돌아가면 바리봉 꼭대기다. 긴 사다리를 타고 빌딩 지붕에 오른 느낌이다. 정상에 서서 양 팔을 활짝 펴고 하늘 향해 얼굴을 들어본다. 거대한 뱃머리에 서서 드넓은 대양을 항해하는 선장의 심정이 이런 것일까. 그냥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제주도에는 스님의 밥그릇을 뜻하는 바리떼에다 오름을 붙인 ‘바리메 오름’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곳 바리봉도 같은 뜻의 ‘바리때’ 에서 왔다. 장군의 밥상, 밥그릇 정도 되는 위치에 우뚝 솟아있다.

바리봉에서 장군봉까지는 다시 1시간정도 더 소요된다. 출발 1시간 30분만에 삼각점을 지나고 한 봉우리를 올랐다가 내려선 뒤 안부에서 장군봉·당동갈림길을 만난다. 드센 오름길 끝에 우두산 의상봉·장군봉 갈림길이다.

바리봉
왼쪽 장군봉으로 향한다. 늦여름 귓전을 때리는 매미소리는 아직 요란한데 수명을 다한 매미가 발밑에 나동그라져 있다. 중국에서 수입한 식물을 따라 들어 왔다는 꽃매미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장군봉 정상, 정상에 있어야할 장군석상이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가 밀어서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되는데 일부에서는 토속신앙에 따라 훼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목격자가 없어 범인 찾기는 오리무중이다. 이 장군상은 옥황상제의 딸을 사랑한 장군이 형벌을 받고 산으로 변했다는 전설을 모티브로 제작해 2015년 거창군이 세운 것이다.

장군봉을 떠나 데크 계단을 통과한 뒤 안부에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서면 암봉이 이어진다. 이곳에서 조망이 트인다. 발 아래 가조들녘, 그 왼쪽으로 보해산에서부터 박유산 숙성산 미녀산 비계산이 띠를 이루고 있다.

 
소나무가 자라는 깨끗한 암릉길
가장 특징적인 봉우리는 아기를 가진 미인이 누워있는 듯한 실루엣을 가진 미녀산, 인위적으로 탑을 쌓아 올린 것처럼 불쑥 치솟아 오른 바위봉우리가 특징인 우두산(별유산)의상봉과 장군봉, 바리봉, 비계산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한국의 마지막 표범이 포획된 피라미드 형상의 오도산, 참으로 다양한 모양만큼 많은 사연들이 구름처럼 떠다닌다.

장군봉의 모산격인 우두산은 일본 고서기 신화 속에 등장하는 천국, ‘고천원’(高天原·하늘의 벌판)이라는 주장도 있다. 일본의 개국신 ‘스사노 노미코토’가 터를 잡은 곳이 신라땅 ‘소시모리’인데 이는 곧 ‘소머리’ 즉, 우두산이라는 것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능선타기를 이어간다. 거대한 암봉이 연이어 시야에 들어온다. 실제 우두산의 숨은 비경이 장군봉이라 할 만큼 아름다움의 연속이다.

며칠간 계속된 가을장마 끝에 대지는 생동감이 넘쳤다. 햇볕을 쬐기 위해 양지바른 곳으로 나온 꽃뱀(유혈목이)을 비롯해 중국이 원산지인 꽃매미, 지겹도록 울어대는 매미, 알맹이가 누렇게 익어가는 한국형 바나나 으름, 습한 기운을 타고 피어오르는 각종 야생 버섯까지…, 이 계절, 살아 있는 것의 생동감 넘치는 전시장이다. 날머리 소재 소림사까지는 각종 넝쿨식물이 치렁치렁 걸려 있다.

화강암을 많이 써서 만든 소림사 건물들은 고풍스러움과는 거리가 있어보였다. 들녘을 더 걸어 나와야 소림사 입구 도로를 만날 수 있다. 휴식포함 5시간 소요.

최창민기자 cchangmin@gnnews.co.kr

 
암릉길
 
 
바리봉 정상
이름모를 열매
매미
장군봉 장군석이 있던 곳이 비어있다.

 
 
익어가는 으름

 
꽃매미
좀나무싸리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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