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한 대입제도 개편을 기대하며
공정한 대입제도 개편을 기대하며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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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창석 (창원대학교 법학과 교수)
조국 법무부장관의 인사검증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후보자 자녀의 대입관련 의혹을 계기로 대통령이 공평하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은 입시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주문하면서 대입제도 개편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입시제도는 그동안 대학별 단독입시제도에서 출발하여 대입예비고사와 본고사, 학력고사와 내신제도, 수능 및 수시제도로 변천해왔는데, 정시전형은 수능시험으로, 수시전형은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이해된다. 정시는 고교 내신성적과 수능시험을 통해 학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비교적 공정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수능시험을 위한 사교육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부모의 재력에 다른 불평등을 초래한다는 비판과 고교교육의 황폐화를 가져온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래서 입학사정관제도와 학종전형을 중심으로 한 수시전형이 도입되었다. 이후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공론화를 거쳐서 2022년도까지 수능위주의 정시전형 비율을 3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2020학년도 4년제 대학입시의 수시모집 비율이 77.3%로 수시 기조는 여전하다.

학종은 학생의 교과성적 뿐만 아니라 교육환경과 학습과정, 적성, 인성, 잠재력, 창의성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선발하는 제도로서 고교교육의 정상화와 대학의 창의인재 확보 및 미래인재의 육성이라는 취지를 가지고 도입된 것이다. 그러나 학종의 정확한 평가기준과 점수가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그야말로 깜깜이 전형이 되는 것이고, 특히 자율·동아리·봉사·진로 등과 같은 애매한 스펙쌓기 요소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오로지 대입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우리 사회의 풍토에서는 학종을 위한 사교육이 더 활개를 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반칙과 특권이 개입될 여지가 많은 학종은 공평하지도 공정하지도 않은 기득권층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대입제도의 개편논란과 관련해서 대입제도의 공정성을 위한 대안으로 정시비율을 올리는 의견이 나왔지만, 교육부장관은 정시비율을 확대한다고 해도 불평등과 특권의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시·수시 비율은 그대로 두고 학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개선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청와대가 비공개 실무회의를 통해 대입제도 개편의 중점을 학종 공정성 확보에 두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대학입시 제도에 대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수능성적을 기준으로 하는 정시가 바람직하다는 답변이 63%로 나왔는데, 특히 학생과 20대의 경우 정시답변 비율이 각각 73.5%와 72.5%로 높게 나왔다.

이번 논의에 정작 대입제도의 당사자들인 학생과 교육단체, 학부모가 배제된 채 협의가 진행된다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대학입시에서의 평가 대상은 학생이다.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자신의 실력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어야 그것이 공정하고 공평한 것이지 학생의 실력 외에 다른 요소가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교육부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제도가 바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과 학부모가 당한다는 말이 있다. 중·고등학교의 교육시스템을 바꿔놓는 일대 변혁이라 할 수 있는 중요한 대입제도의 개편은 교육 당사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충분한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할 문제이다.

학력고사 세대의 향수일지는 몰라도 학력고사야말로 반칙과 특권이 개입될 여지가 없는 가장 공정한 대입제도였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 없다. 따라서 수능을 통한 정시의 대폭적인 확대와 더불어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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