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시장에 가보자
새벽시장에 가보자
  • 경남일보
  • 승인 2019.09.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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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금태(진주경찰서 경무과장)
박금태
박금태

흔히 삶의 활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전통시장에 가보라는 말을 하곤 한다. 대낮 한산한 시장골목보다는 동이 트기 전인 새벽에 잠시 열리는 새벽시장의 활기는 진정한 삶이 녹아 있는 것 같다. 내가 사는 인근 진주시내 대안동 소재 중앙광장에서 광미사거리 사이에는 중앙시장 쪽 인도와 문 열기 전의 점포 앞에서 새벽시장이라는 이름으로 반짝하는 시장이 열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60~70대 어르신들이 직접 재배한 농작물이나 산에서 채취한 산나물 등을 일찍 와서 자리 잡아 파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과일, 수산물, 채소 등 차량을 이용해 중도매 형식으로 판매를 하는 사람들도 뒤섞여 시장은 불야성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나게 있어서 마트나 백화점 보다 전통시장이 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우선 전통시장에 가면 장사하시는 할머니들의 모습에서 내 어릴 적 고향시장에서 채소와 계란 그리고 생선 장사를 하면서 오랜 기간 뒷바라지 해주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되살아나 정감 있는 추억에 잠기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주중앙시장의 새벽시장은 몇 년 전 비닐하우스 농사를 하시던 장모님이 오이와 열무 농사를 지어 마련한 장거리를 차량으로 한두번 실어다 드리면서 시장에서 장사 하시던 것을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당시 몇 개의 대야마다 밭에서 직접 재배한 오이나 열무를 수북하게 쌓아 비닐로 싸고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새벽이 아닌 심야에 집을 나서는 장모님의 모습에서 이 시대 부모님들의 수고로움을 느끼곤 했었다. 당시에는 거제, 통영, 사천 등 해안을 끼고 있는 도시의 채소 상인들이 다라이 통째로 채소를 구입해 가기도 했다.

이런 상인들을 만나지 못한 날은 넉넉한 인심으로 소매로 다 팔고 한낮이 되어야 돌아오시는 장모님의 모습은 시장 올 때마다 생각나 시간이 흘러도 시장에서 장사하시는 분들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새벽시장에서 김이 나는 시락국에 김치와 콩나물 등 반찬을 그릇하나에 담아 2000원에 파는 밥 한번 맛보고 싶지만, 앉을 자리 없는 시장에서 상인 아닌 내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인근의 가게에서 소머리 국밥을 먹어 보곤 했다. 이런 새벽시장이 있어서 각종의 물건을 흥정하여 사고파는 사람들, 이런 물건을 내리고 싣는 사람들, 귀가하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택시들… 새벽을 깨워 생동감 있는 삶이 그려지는 모습은 우리 모두에게 활기를 되찾아 주기에 충분한 장면이 될 것 임에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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