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을 담다(6) 사천 실안 '죽방렴' 강현철씨
일상을 담다(6) 사천 실안 '죽방렴' 강현철씨
  • 박도준
  • 승인 2019.09.16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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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두번 물때 맞춰 자연이 주는대로 받지요”

억센 바다흐름 이겨낸 멸치 등
쓸물 때 죽방렴에 들어오는대로
건져내고 분류하고 삶고 말려
최상의 죽방렴멸치로 만들어

바다 물때에 따라 자고 일어나 잡힌 어획물을 어장막에 가져와 분류하고 삶고 말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죽방렴을 하는 사람들이다. 올해 전통어로방식-어살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죽방렴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남해 지족해협과 사천 강진만에만 있다. 죽방렴은 참나무나 쇠빔 발장(고정목)들을 바다 바닥에 V자형으로 박고 그 끝에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통(임통, 불통)을 만든다. 통 속에 발처럼 엮어 만든 대나무 어살이나 그물을 둘러쳐서 멸치를 주 어종으로 포획해 온 원시어법이다. 하루 두 번 썰물 때마다 죽방렴에 갇힌 수산물을 거두며 생활하는 사람들. 자연에 순응하는 그들의 일상을 담아본다.

수확한 어획물을 분류하면서 환하게 웃는 강현철씨
삼천포대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사천시 실안방파제 인근에 자리 잡은 강현철씨(44)어장막. ‘죽방렴’이 정식 상호다. 어장막 옆에 ‘멸치분야 수산신지식인 사업장 죽방멸치’라고 쓰여 있고 그 옆에 작은 글씨로 ‘소금을 넣지 않아 짜지 않고, 열풍건조실에 건조하여 비린내도 나지 않고, 깨끗하며 믿고 먹을 수 있는 맛 있는 죽방멸치’라고 적혀 있었다. 어막에 들어서자 이날 자정을 넘어 잡았다는 새우를 건조기에서 말리고 있었다. 1.5㎏ 250박스 분량이란다. 염치불고하고 몇 마리 집어 먹어 보니 맛이 달달하고 담백하면서 새우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은 2003년 죽방렴 멸치로 수산신지식인에 이름을 올린 강종용 씨(72) 부부, 아들 강현철씨 부부, 상시 근로자 2명이 일하고 있다.

이날 자정 무렵부터 죽방렴에서 뜰채로 담아낸 새우를 분류하고 삶아 물기를 빼고 건조기에 넣기까지 5시간이 걸렸단다. 새우는 3시간 정도 열풍건조기을 거쳐 밖으로 나오는데 분홍색을 띠고 있었다. 3~4년 만에 새우를 많이 잡아서일까, 3시간 정도 잤다는 그는 멀쩡했다.

 
죽방렴 임통의 그물 올리고 내려 어획물을 한쪽을 모으고 있다.
강종용 씨와 5년 경력의 인도네시아인 얀토씨는 건조기에서 새우를 분류기에 옮겨 크기별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일차로 불순물들이 걸려내고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넓찍한 탁자에서 2차로 불순물들을 제거, 포장박스에 담았다.

물길이 서에서 동으로 흐르는 오후 12시 쯤 썰물 때가 되어 이들을 뒤로 한 채 선외기를 타고 죽방렴으로 향했다. 실안해안가와 저도(일명 딱섬)와의 거리는 700m로 이 사이에 5군데의 죽방렴이 있다. 목책으로 지은 거대한 성루와 성벽을 연상시키는 죽방렴은 유속의 방향에 맞춰 바다바닥에 구멍을 내고 12m의 쇠빔를 V자형 양쪽으로 1.5m 간격으로 150m 박고 이 사이를 띠로 이어 고정시킨다. 300개 안팎의 쇠빔과 참나무가 들어갔단다. V자형 끝에 원형이나 사각형으로 통을 만들고 통 안에 대나무(플라스틱)발이나 그물을 친다. 원형 통은 고려 철종 때부터 내려왔던 형식이고 사각형 통은 근래에 만들었단다. 지족해협은 원형, 강진만은 사각형이 많단다. 원형 통은 고기들이 갇히면 바다에 사람이 들어가 그물로 원을 그리며 물고기를 몰아 뜰채로 떠내는 방식이라 사람의 손이 많이 간다. 이에 비해 사각형 통은 잡힌 고기를 그물을 내리고 올려 한 곳으로 고기를 모은 후 뜰채로 퍼내는 방식이다. 간조와 만조 때 해수면의 차이는 4m정도 난단다.

 
강현철 씨와 5년 경력의 인도네시아인 얀토가 죽방렴에 갇힌 물고기들을 한 곳으로 모으고 있다.
지리멸과 병어를 뜰채로 퍼담고 있는 작업자.
쇠빔은 2003년 죽방렴 멸치로 수산신지식인에 이름을 올린 강종용 씨가 개발한 것이란다. 1986년 태풍 때 피항하는 대형선박에 죽방렴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단다. 죽방렴 포기해야 하나 생각하며 방황하다가 수영만 요트 계류장의 쇠빔을 보고 영감을 얻어 쇠로 박으면 반영구적이 될 것 같다는 확신에 기술자를 불러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고기가 잡히지 않아 옛 기술들을 참조하고 연구해 3년여의 실패 끝에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됐다. 어릴 때는 아버지를 따라 산에 가서 참나무를 베어 리어카에 싣고 와 언손으로 발장을 만들었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고생도 아니란다.

어장막에서 3분여만 걸려 도착하자 죽방렴을 지키던 갈매기와 백로가 하나둘 떠났다. 배를 정박하고 죽방렴 단 위로 나무를 타고 올라간 강현철 씨와 얀토 씨는 그물에 걸린 물고기들을 털며 그물을 올리고 내렸다. 사각형으로 둘러처진 그물은 큰 모기장을 방불하게 했다. 고기가 들어오는 길목엔 삼각형 텐트모양의 쐐발이 위치하고 있다. 가로세로 13m, 높이 5~6m의 대형그물을 영화관의 막처럼 올리고 내려 한 곳으로 고기들을 모았다. 지리멸(세멸치)들과 병어가 햇빛을 받아 이슬처럼 반짝이고, 성미 급한 병어는 물 위를 날아다녔다. 가끔씩 풀치(갈치 새끼)도 보였다. 얀토 씨가 갇힌 물고기들을 뜰채로 떠서 콘테이너 박스에 담기 시작했다. 물 무게와 고기 무게를 합치면 10㎏ 이상이 된단다. 얼마 되지 않아 그의 얼굴엔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병어는 비늘이 벗겨질 정도로 격하게 바둥거리다 조용해졌다.

 
분류한 병어를 수산신지식인 강종용씨가 대형냉장고에 넣기 전 다시 정리하고 있다.
멸치는 물 밖으로 나오면 죽고 죽으면 상하기 시작한다. 9박스를 못채우고 30여분만에 철수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배를 몰았다는 현철씨는 5~10월에 많이 잡히고 태풍이나 비가 많이 오는 7~8월에는 많이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여름철 댐에서 물을 방류하면 강물이 유입되는데 그 때 살아있는 개구리와 붕어도 잡힌다고 말했다. 방류 후 한 보름 정도는 죽방렴에 고기가 잡히지 않아 타격이 크단다.

어획량은 사리 때인 5~10물 때 가장 많이 잡히고, 낮보다는 밤에 어획량이 많단다. 선도를 위해 최대한 작업시간을 줄이는 것이 최상급 상품을 만드는 관건이라고 했다.

트럭으로 어획물을 옮겨 싣고 막으로 이동, 본격적인 분류작업에 들어갔다. 바닷물이 들어있는 큰 통에 넣고 해초 등 불순물을 제거하면서 병어, 풀치 등을 분류하고 남은 지리멸을 건조판에 바가지로 고르게 부었다. 병어는 강종용 씨가 얼음을 채운 대형박스에 옮겨담았다. 분류작업이 끝나자 현철씨는 자숙기(멸치를 삶는 기계)에 멸치들 담궈 삶은 후 건져냈다. 물이 빠지면 열풍건조기에서 건조된다. 자숙기는 현철씨가 대량물량을 힘들이지 않고 안전하게 작업을 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라고 했다. 아버지에 이어 아들도 기구를 개발한 것이다.

 
크기별로 분류된 새우를 다시 선별하며 포장하고 있다.
현철씨는 사천 강진만은 명량해협의 울둘목 다음으로 전국에서 바다의 유속이 빠른 곳이라며 죽방렴은 조수 흐름이 빠르고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특수한 지형 여건을 이용해 멸치를 주종으로 새우, 병어, 꽃게 등을 잡는다고 말했다. 이곳의 물고기들은 거센 물살에 떠밀리지 않으려고 헤엄쳐 힘이 좋고 뜰채로 건져내 흠집이 거의 없으며, 지방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육질이 쫄깃쫄깃하다고 말했다. 단골들이 많이 찾으며 인터넷, 홈쇼핑, 백화점, 우체국 등에 납품하고 있단다.

욕심없이 바다가 주는대로 거둔다는 그는 “물때에 따라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불편한 점이 있지만 죽방렴 휴식기인 1~3월엔 꿀잠 같은 방학을 즐긴다”며 소탈하게 웃었다.

박도준기자

 
사천 실안해변 앞 강진만에 있는 강현철씨 죽방렴. 목책 성채를 연상시키는 죽방렴의 V자형 좌우 날개 길이가 각각 150여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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